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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를 극복하는 리더의 조건

김용식 칼럼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내년 3월 9일에 치러짐에 따라 각 정당에서는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중이다. 이념과 지역으로 분열되었던 과거 선거구도에 소득양극화로 인한 계층갈등, 그리고 세대간 갈등에 이제는 젠더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갈등지수가 날로 높아만 가는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이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리더십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다. 물론 역사적으로 볼 때 어느 시대에도 첨예한 갈등은 늘 있어 왔고, 또 해결을 위한 진실의 순간들도 있어왔다. 그리고 그럴 때 문제를 원만히 해결한 경우도 있었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역사는 늘 정의롭게만 진행되어온 것은 아니었고 단지 승자의 논리가 철저하게 반영된 기록이기에, 그 해석에 있어 냉철함이 요구됨을 전제로 하고라도 갈등해결의 역사를 한번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듯 싶다.


우리는 노예제도에 대한 갈등으로 국가가 둘로 쪼개졌을 때 뚜렷한 철학과 공감 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한 에이브러햄 링컨의 리더십에서 쉽게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링컨이 재선에 성공했던 것은 그가 전쟁터에 몰아넣기까지 했던 병사들의 다수표에 기인한 측면이 있는데, 이는 병사들을 직접 만나 개인이나 당파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 이익 우선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또 실천적으로 보여준 덕이다.


링컨 리더십의 또 다른 한 축은 바로 융화와 포용이며 이는 취임 초기부터 빛을 발했다. 그의 목표는 불안한 시기를 극복할 하나된 미국이었던 만큼 내각을 공화당 인원으로 채우지 않고 남부와 북부의 인물들을 고루 기용하면서 균형잡힌 내각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어떤 대통령이든 당선되면 자신의 심복들을 내각에 임용하게 된다. 그래야지 추구하는 방향과 정책들이 한 목소리를 내게 되니까.


그러나 링컨은 라이벌들을 요직에 앉히고, 심지어 반대파인 민주당 인사까지도 등용하면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도 가리지 않고 등용했다.


안타깝지만 한국정치사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조선시대 사색당파싸움의 후예답게,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치권은 진영 논리에 매몰되고 또 소속되어 생존하는 방식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진영이 아니면 무조건 반대하고 저항부터 하고본다. 포용과 관용은 변절로 의심받기 십상이고, 자명한 것도 일단 의심을 품고 억측과 괴담을 잘 양산해내는 것이 곧 능력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잘하면 됐기에 전문성을 따로 연마할 필요도 없다.


원래부터 부정편향은 원래 인간의 본성이기는 하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최대한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좋은 정보 보다는 나쁜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편향은 확증편향으로 쉽게 이어진다. 일관된 부정과 반대를 위해서는 나 혼자서 보다는 진지와 진영이 필요해진다. 내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과 진영을 짜야 한다. 내게 유리한 근거만 수용하며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고, 나와 반대되는 것들은 무시하고 폄하한다. 무시와 폄하가 강렬해질수록 진영 사람들은 환호한다. 오로지 내 편, 네 편만 있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있다. 내가 잘할 필요도 없다. 상대 깎아내리기만 잘하면 된다.


하지만 그 결과는 비참하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고 시간만 흐를 뿐 결론도 쉬 나지 않는다.  

 

눈을 작금의 치과계로 돌려보면 앞서 언급한 기성 정치판과 흡사한 데칼코마니 같은 최근 상황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전 협회장의 사퇴로 인한 보궐선거 결과, 지난 7월 19일자로 새 협회장이 당선되어 업무를 시작했지만 내부 갈등으로 인한 회무의 혼선으로 인해 회원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혼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임 박태근 협회장에게 남다른 리더십이 요구된다. 자기 진영의 수장이 아닌,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회원까지 아우르는 우리 모두의 리더로서의 지도력 말이다. 


그러려면  첫째, 현실에 대한 직시를 바탕으로 내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닐 수도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 그리고 진영을 떠나 상대방이 잘한 것은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즉 진영보다는 회원을 먼저 생각하는 협회장이라는 메시지를 치과계에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리더가 먼저 설득해야 할 대상은 자기 진영이다. 그리고 그것은 진정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둘째로 개별 사안에 있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이 있어야 한다. 


막스베버가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열정, 책임감과 함께 말한 바로 그 균형감이 필요하다. 베버는 균형감을 ‘내적 집중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 즉 사물과 사람에 대해 거리를 둘 수 있는 능력’이라 정의하면서, 이러한 거리감의 상실은 모든 정치가의 가장 큰 죄과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열정과 책임감을 갖기는 쉽다. 하지만 균형감을 갖추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균형감은 중심을 잡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심의 이쪽과 저쪽을 모두 포용해 결론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배타적 선입견을 버리고 모든 가능성과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자세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의 장점을 연결하고 결합하여 절충안, 즉 균형점을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절충안이 만들어지면 그 결과에 불만을 갖는 사람을 논리적으로 설득도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그들의 양보 또는 승복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즉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늘 대화하고 설득하고 타협하고 합의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상화해야 한다.

 

이것이  훗날 이 지난한 치과계 갈등의 고리를 끊어내고, 치협을 “회원이 진정 주인되는 대한치과의사협회”라는 본연의 위치로 되돌려 놓은 성공한 협회장으로 가는 첫 단추를 꿰는 일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