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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장률과 치과 비급여 보장성 강화

정회인 칼럼

약 1년 전 2020년 12월, 건강보험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이 ‘적정한 의료공급과 합리적 의료이용을 위한’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발표되었다.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보편적 건강보장(UHC: Universal Health Coverage)의 기조하에서, 보장성은 국민 대부분에게 필요한 포괄적 범위의 보건의료서비스를 환자의 재정적인 부담 없이 제공함을 의미한다.1)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연달아 큰 재원을 투입하여 건강보험 보장률을 끌어올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0년 63.6%로 상승한 이후, 2015년에도 63.4%로 60%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정부 목표인 70%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2) 건강보험 보장률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비급여 부담금의 증가가 제시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비용 정보 공개 확대, 비급여 진료 사전설명제도 도입, 비급여 보고체계 도입, 급여/비급여 병행진료 관리체계 구축 등을 담은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이 수립되었다.

 

비급여 관리 노력의 일환으로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제도가 지난 2013년 상급종합병원 대상으로 시작되었으며 2017년 전체 병원급으로 확대되었다.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2020.9.4.)으로 2021년부터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적용 대상이 늘어났다. 그런데 치과진료는 작게 나누어져 있는 의료 행위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고, 치과의료기관 중 소규모 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으므로 이러한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무리한 행정적 짐(administrative burden)인 동시에 실제 진료 상황과 제도의 괴리를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 따라서 치과계는 이것이 오히려 국민 구강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보장성 강화의 정책 기조에 따라 급여에 해당하는 치과의료 행위가 계속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타의 의료 행위들에 비해서 치과의료 행위가 비급여에 해당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사실이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 치과건강보험은 그 기초로서 실제 진료 상황을 잘 반영하는 사려 깊은 행위 정의를 충분히 담고 있지 않다. 또한 수가 현실화, 의료적 비급여(등재/기준/제도 비급여)와 선택비급여의 구분, 의료적 비급여 행위에서 급여화 우선순위 설정과 같은 치과 건강보험의 제도적 변화를 모색함으로써 더 높은 질의 치과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데 필요한 논의와 노력의 경험의 축적이 우리 사회에 매우 부족하다.

 

한편, 지난 10여 년간 보장성 강화대책의 목표 달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지표로 사용되어 온 건강보험 보장률은 건강보험 환자가 병·의원을 이용할 때 발생한 의료비(공단 부담금+법정본인부담금+비급여부담금) 중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한 금액의 비율이다. 그러나, 이 지표는 보장성의 유일무이한 지표로 쓰이기엔 충분하지 않다. 국가 간 비교에서 사용하는 건강보장 경상의료비 중 정부 및 의무 가입 제도의 비율과 유사하지만 분명 다른 지표다. 게다가, 분모에 선택적 비급여가 들어가 있어서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장률이라고 간주할 경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런데도, 정부는 보장성 강화대책의 효과를 측정하는 단 한 가지 지표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사용하였고, 이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3) 의료 진료행위와 비교할 때, 비급여 치과 진료행위는 선택적 비급여보다 의료적 비급여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의료적 비급여와 선택적 비급여를 구분하는 기준이 없으므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치과의료 보장성의 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더욱 부적절하다.


현재로서는 보장성 강화 정책은 지속될 것이며, 그 중요한 축이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점이 분명해 보인다. 비급여 치과 진료행위에서 의료적 비급여에 해당하는 필수의료서비스에 해당하는 것에 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은 치과계가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응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를테면 임플란트 급여화는 사회적 합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임플란트 급여화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정책으로, 70%의 건강보험보장률을 기계적으로 달성하려는 보장성 강화대책의 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사회적 합의, 즉 65세 이상의 대상자에게 있어서 2개의 임플란트 보장은 선택적으로 제공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에 해당한다는 사회적 동의의 결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어디까지 필수 의료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비급여로 되어 있는 의료적 비급여로 간주할 것인지 이미 사회와 치과계는 암묵적 의사소통을 거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암묵적 동의 또는 의사소통을 넘어 치과 비급여의 급여화에 선을 마련하는 합리적이고 수용성 높은 절차가 더욱 가시적이고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과 관련하여 건강보험 보장성만을 다루었다. 그러나, 건강보험제도의 목적은 의료비 조절에만 있지 않다. WHO는 보편적 건강보장을 측정할 때 고려할 차원의 목록으로서 지불능력에 관계없이 진료의 동등한 접근, 시의성 있는 의료 접근성뿐 아니라 의료의 질도 함께 제안한 바 있다. 그렇다면 건강보험은 기본적으로 국민 의료서비스의 하한선을 보장함과 동시에, 의료 제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의료의 질적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책임도 있다. 적정한 의료공급과 합리적 의료이용을 위한 노력을 통해, 건강보험이 의료가 계속 힘차게 발전하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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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병호. 건강보험 보장률의 함의와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의의. 보건복지포럼 2020년 11월 통권 제289호, pp.7-22
2) 보건복지부. (2017. 8. 9.). 모든 의학적 비급여, 건강보험이 보장한다. 보도자료.
3) 서남규. 국제 비교를 통해 본 건강보험 보장률의 의미. 보건복지포럼 2020년 11월 통권 제289호, pp.65-80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