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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Relay Essay 제2480번째

저는 구순구개열 기형을 갖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서울대학교 병원, 연세대학교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수술을 받았죠. 그런데 저 때는 아직 치료에 대한 프로토콜 같은 게 정립이 되기 전이라 그런지 결과가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교정치료도 늦게서야 받았는데 그마저도 다 재발되었고 교정치료를 받는 중 막았던 구개파열 부위도 다시 벌어져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될 정도는 아니지만 비강과 구강이 열려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치조골이식도 받지 않았구요.

 

제가 치과대학에 진학하게 된 것은 치과의사가 돈을 잘 번다는 외할머니의 강력한 권유도 있었지만 저 같은 악안면 기형을 가진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수련을 생각할 때도 외과 말고는 생각이 없었지요.

 

비록 몸은 너무너무 고되었지만 악안면구강외과 수련 생활은 참 제 적성에 맞고 보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그만 수련을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지난 삶을 돌아볼 때 후회하는 게 그렇게 많이 있지 않는데 이 부분은 참 많이 후회가 됩니다. 제가 치과의사가 된 이유가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외과 수련을 받지 않아도 다른 것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악안면 기형환자들을 돌봐주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 덕택에 하나의 삶의 원칙 같은 게 생겼습니다.

바로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결정할 때는 맨 처음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내가 처음에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목적으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를 돌아보면
지금 결정해야 하는 일에 대한 길이 보이게 되는 거죠.

 

인생은 선택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내가 한 선택들이 결국 지금의 저를 만들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선택은 참 어렵고도 두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선택 전
처음을 생각하면 큰 후회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후회없는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