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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PR

스펙트럼

얼마 전, 가까운 친구 한명이 ‘바디프로필’이란 것을 찍었다. 바디프로필의 열풍이 분지도 벌써 몇 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바디프로필을 찍는 친구를 봤을 땐 솔직히 ‘저렇게 헐벗고 찍는다고?!’라며 놀랐었지만, 이제는 안 찍는 사람이 없다. 말그대로 개인의 profile 중 하나가 되어버린 듯 하다.

 

언젠가 분명 자기 PR이라는 단어가 큰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생각난 김에 단어를 찾아보니, Public Relation의 약자라고 한다. ‘Public relation을 위한 자신의 홍보’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듯 하다.

 

어느 순간 겸손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며 스스로를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그놈의 ‘겸손’이 문제라며, 자신감 넘치게 자신을 ‘홍보’하는 서구의 방식이 더 멋지다고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자기 PR이라는 단어가 예전처럼 많이 들리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처럼 자기 PR이라는 단어가 피부로 와닿은 적도 없었다.

 

지금은 자기 PR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인스타그램을 눌러보면 제일 위에 내 프로필이 뜬다. 내 직업은 뭔지,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등등... 예전에는 유명인사들이나 내걸었던 그 프로필을 개인 한명 한명이 내걸고 있다.

 

유튜브도 있다. 유명인만 방송하는 것이 아니다. 컨텐츠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방송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링크드인’이라는 프로필 어플은 서로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필수다. 미국에 사는 친구 얘기를 들어보니 ‘취직하고 싶다면 링크드인을 해라!’라는 말까지도 있을 정도다. 블로그, 카페, 심지어는 카카오톡 프로필까지, 이제 우리는 ‘프로필’과 떨어질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속에서 자기 PR을 못하는 사람은 도태되어 가는 기분이 든다. 그래, 그게 나인 듯 해서 하는 말이다! ‘잘했다’ 칭찬하면 ‘감사합니다. 저 잘하죠!?’가 모범답안이 세상에서, ‘아이 아니에요, 다 이만큼은 하는 걸요’가 더 편한 사람은 자기 PR에 실패하기 일쑤다.

 

치전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소서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는 멋드러지게 이어가질 못하는건지! 열심히 살아온 것만으로는 부족한 세상인걸까? 스스로도 답답하지만, 멋진 개인의 이야기를 요구하는 세상이 미워질 때도 있다.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 어렵다. 예사롭지 않은 기와 승이 있어야하며, 드라마틱한 전, 그리고 여운에 남는 결이 있어야할 것만 같다. 그게 최고의 ‘이야기’니까. 밋밋한 일상에 내가 그리는 스토리라인에 딱 맞는 이야기가 있기는 한건지, 또 마음이 무거워진다. 멋진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도 노력이 필요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멋지게 자신을 표현하고,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뒤쳐지는 마음과 억울한 마음, 스스로 답답한 마음이 엉켜 이렇게 글로 토로해본다! 앞으로 더 중요해질 일만 남은 ‘자기 PR’에 조금은 부담을 느끼며, 사회에서 마케팅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것 또한 받아들이며 말이다. Public Relation, 고놈 참 어렵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