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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절차 강제개시 국회서 추진 ‘파문’

강병원 의원, 의료분쟁 조정 관련 일부개정법률안 대표 발의
치협 “무분별한 신청 남발, 사회적 비용 낭비”강력 반대 입장


의료분쟁조정 절차를 피신청인, 즉 의료인의 동의 없이 강제로 개시하는 내용의 법안이 최근 국회에서 발의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치협은 자율 조정제도의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의료기관의 업무 과중 및 불필요한 규제사항 증가 등으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일부 개정안은 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해 조정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 2016년 이른바 ‘신해철법’이 시행되면서 사망이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혹은 장애등급 1급 중 일부에 해당하는 중대 의료사고의 경우에만 조정절차가 자동 개시되고 있다.

그 외의 경우에는 피신청인인 의료인이 조정절차 참여 의사를 14일 동안 밝히지 않으면 조정신청이 각하된다.

만약 이번 개정안이 통과, 시행되면 의료인의 참여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로 조정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강병원 의원은 “언론중재위원회,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및 한국소비자원 등의 분쟁조정제도는 피신청인의 동의여부와 관계없이 조정절차가 자동 개시되고 있어, 의료분쟁조정도 조정신청에 따라 자동 개시될 수 있도록 해 환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자동개시’ 아닌 ‘강제개시’비판 쏟아져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이미 발의 직후부터 의료계 안팎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는 상태여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의료계에서는 ‘자동개시’가 아니라 ‘강제개시’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치협 역시 해당 개정안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한편 이 같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조만간 전달할 예정이다.

조정은 기본적으로, 양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합의를 전제로 하는 분쟁해결 절차임을 감안할 때, 해당 법령 개정안은 자율 조정제도의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의료기관의 업무 과중 및 불필요한 규제사항 증가 등으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치협의 지적이다.

아울러 현재 이미 의료인 및 의료기관 등에서는 환자에게 의료사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인 진료기록부 등의 서류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환자가 진료에 대한 악의를 가지고 무분별하게 조정신청을 남발하게 될 경우 조정신청인의 주관적인 불만사항으로 인해, 다른 환자 등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치협은 해당 법령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조정중재의 역할이 오히려 수사기관과 같은 편향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우려가 있으며 이는 중재원이나 감정단의 설립취지와 목적에 상충되는 문제점으로,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편향된 중재원, 의료인 불리한 구도”우려
이강운 치협 법제이사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돼 이른바 ‘강제개시’절차가 도입될 경우 초창기와 달리 환자 측 입장에 치우쳐 가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의 최근 성향을 고려하면 의료인들에게 상당히 불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최근 들어 치과의사의 과실이 없는 사건인데도 중재원으로 가는 비율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고, 이런 사건들에 대해서도 단서가 붙는 상황이 많아졌다”며 “예를 들면 주의 의무 위반을 찾아보기 어려우면 설명 의무 위반으로 몰아가거나 동의서를 받았지만, 환자가 충분히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식으로 자꾸 사족을 붙인다”고 설명했다.

만약 중재원에서 조정이 안 돼 소송으로 갈 경우 법원에 이 같은 사족이 붙은 감정서나 심사보고서가 제출되고, 법원에서는 이처럼 편향된 자료를 공정하다고 믿고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이 이사는 우려했다.

이와 관련 이 이사는 “실제로 중재원 공식 자료를 봐도 치과의원의 경우 매년 합의 조정된 평균 금액이 커지고 있다”며 “치과의사들이 진료하는 내용은 거의 같은데 조정 금액 자체는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사실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이사는 “이처럼 이미 심각한 문제점을 중재원이 내포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웬만한 진료 행위로 중재원에 갈 경우 아주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합의를 해야 하는 구도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이번 개정안의 심각성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