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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부분과 고유값

시론

고등학교 1학년 수학 첫 시간에 배웠던 밴다이어그램을 이용하여, 타원 ‘가’, ‘나’, ‘다’, ‘라’, 그리고 ‘마’로 ‘전문치의과목’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난데없이 ‘수학’ 이론으로 ‘전문치의과목’ 이야기를 진행시켜, 혹시 ‘수학’ 자체를 싫어하는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하다는 말로 양해를 구한다. 기존의 전문치의과목은 기존의 10개 과목에서 최근 수년 동안의 논의을 통해 11개 과목으로 늘어났고, 현재에도 치의전문과목을 늘리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전문과목이 되었든, 2차원적 평면에서 보면, 타 전문과목과의 공통부분이 존재하고 그 과목 고유의 전문 영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그림에서 보면 ‘가’와 ‘나’, ‘다’, ‘라’는 각기 ‘고유한 전문 영역’이 있고, ‘공통된 전문 영역(타 진료과들과 공유하는 부분)’이 존재하게 된다. 물론, 어느 과목의 경우에는 타 전문치과과목과 공유 부분이 너무 많아, 스스로에게 남는 ‘고유 영역’이 거의 없다고 보여지는 경우도 있다. 치의전문과목을 담당하는 교수나 학회 입장에서는 이를 지키기 위해, 공유하는 학회나 관련 과목 담당교수와 불편한 대화(?)를 할 수도 있겠다.

 

어느 일간지 기자가 필자에게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요청해 와서,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았더니, ‘칫솔질을 하루에 몇 번 해야 하고, 언제 닦는 게 좋은가?’라는 누가 들어도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었다. 해당 기자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치과원장님들에게 물어보지 않았을 리는 없고, 치과대학 교수들에게 먼저 물어보았을 수도 있겠다는 추측은 해 보았다. 필자는 수년 전 일본 학회에 참가했을 때, “3.3.3”운동에 대한 반박 이론을 듣고 공감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의 결론은 “3.3.3”운동은 전후 일본 아동들의 열악한 구강위생상태를 안타까워 했던 일본인 치과의사가 만든 ‘구강보건교육용 홍보문구’로, 현시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론이었다. “3.3.3”운동은 독자분들도 다 아시다시피 하루 3회, 식후 3분 이내, 3분간 칫솔질을 하자는 운동인데, 최근 공격을 받기 시작한다. 즉, 이론의 근간이 되는 ‘Stephan’s Curve’의 이론대로, 식후에 바로 우식발생위험 pH에 도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들의 주장은 식후에는 뇌의 명령으로 타액 분비가 증가되어, 구강 내가 음식물 잔사로 어지렵혀져 있을 뿐이지, 오히려 pH는 그리 위험하지 않다는 이론을 펴고 있다. 필자가 속한 학회에서도 식후에 바로 치아를 닦거나 특히 탄산음료 등을 마신 후 바로 칫솔질하면 해롭다는 등의 이론을 발표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가 질문을 한 기자에게 인터뷰 때 대답해 준 것은, Dental Plaque라고 알려진 ‘치면세균막(Dental Biofilm)’의 일생은 24-48시간이 지나면 성숙한 단계에 도달하여, 해를 끼칠 준비를 하므로, 최소한 12시간에 한 번씩(완벽하게 칫솔질을 한다면 하루 한 번이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즉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저녁에 자기 전에 한 번을 일반적으로 권하지만, 치아우식증이나 치주병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환자군에 대해서는 식후나 간식 후에 추가적인 칫솔질을 권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필자로서는 예방치과 전문의가 할 수 있는 답변을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필자보다 더 깊이 이 문제를 파고들어 필자가 가진 생각을 반박해 준다면 ‘기꺼이’ 필자가 배워야 하는 것이다. 공통(공유)부분이라고 여겼던 부분이 ‘전문성’이 가미된 ‘깊이 있는 전문 영역’으로 보여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지루하게 서술하였다.


필자에게 가끔 ‘예방치과’는 ‘독자적’이고 ‘고유한’ 부분이 있는지 묻는 사람들이 있다. 다 알고 있는 부분을 굳이 왜 전공으로 택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나 보다. ‘깊이’의 차이가 있고, ‘넓이’의 차이가 있다고 필자는 대답한다. 다시 위의 그림으로 돌아가서, 독자분들에게 ‘가’,‘나’,‘다’,‘라’ 중 어느 과목이 가장 발전성이 있고, 다른 과목의 전문치의가 접근하기 어려운 ‘고유 영역’을 지니고 있다고 보여지는지 묻고 싶다. 필자는 모두 현재의 상태를 유지한다면 모든 과목이 ‘그 밥에 그 나물’일 것이라 예상한다. 어느 전문과목 학회이든 기마민족의 후손이라면 넓은 땅, ‘마’로 눈길을 돌리든지, 3차원적인 사고로 미지의 ‘지하 세계’로 파고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협소한 하나의 공통부분에 속할 수 있는 항목에 대해 원 안에서 다투지 말고, 다투는 시간에 “미지의 지하 세계”로 더 깊이 파고들거나, 넓고 넓은 사각형의 여집합 부분(“마”)을 공략해서, 어느 전문과목에서 새로운 진료항목을 ‘신의료기술’로 신청했다고 하는 낭보가 우리 회원들의 귀에 들어올 그 날을 기대해야 한다. 고구려시대 동굴 고분 벽화에 그려진,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기상이 그리워지는 때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