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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많이 가는 치과 기피 현상, 동네 치과 정상 운영 위협

특집 : 치협 구인난 타파 프로젝트 본격 가동>>>이력서 구경도 힘든 동네치과②

치과계는 ‘구인난’이라는 족쇄를 차고 오랜 세월 힘겹게 전진해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치협은 최근 ‘구인구직시스템 활성화TF’를 구성, 구인난 해소를 위해 전력투구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본지는 구인난 해소의 첫 단추가 될 치협 구인구직사이트 활성화와 관련 기존 사이트들의 운영 실태부터 종사인력 배출 현황, 관련 제도와 법률적 한계까지 핵심 현안을 총 10회에 걸쳐 짚어봄으로써, 치과 종사인력 구인난의 원인과 그 해결책에 대한 공론을  치과계와 나눌 예정이다. <편집자 주>

 

 

“요즘은 구인난이 ‘상수’고, 예상대로 충원이 되면 그게 ‘변수’죠.”


40대 치과의사 개원의 A 원장의 일상은 직원 구인에서 시작해 결국 한숨으로 끝난다. 넉 달 전 갑자기 퇴사 의사를 밝힌 직원의 빈 자리를 구하는 일이 이렇게 지난하게 흘러갈 것으로는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만 날이 갈수록 더한다.


문제는 남아 있는 직원들의 노골적인 원성이다. 두어 달이 지나면서 점점 버티기 힘들다는 기색을 심심찮게 내비치는 상황이라 혹시 남은 직원들마저 마음이 떠날까 가슴이 답답하다는 하소연이다.


치과 구인난은 작은 행정단위로 갈수록 더 복잡한 양태를 보인다. 시를 벗어나 군 단위 지역으로 가면 1년 내내 구인 광고를 내도 면접 한 명 보기가 어렵다는 볼멘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중소 도시 구인난 상상초월
1년 내내 면접 한 번 못 봐

한 중소도시에서 개원 중인 50대 초반 치과의사 B 원장은 “인구가 적은 도시에서 체감하는 구인난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수도권 뿐 아니라 바로 옆에 붙어있는, 조금이라도 더 큰 규모의 도시로 몰리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인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소아들이 주로 내원하는 치과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취업을 기피하는 측면도 크다”며 “진료보조나 상담 등 본연의 업무 뿐 아니라 내원 아동과 부모들을 상대하는 과정이 까다롭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구인난은 신규 개원이라고 비켜가지 않는다. 인테리어, 장비와 기자재 세팅까지 모두 마쳤는데, 정작 직원이 구해지지 않아 예정했던 개원 날짜를 한 달 이상 미룬 경험을 한 C 원장은 “하루 이틀 직원을 못 구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직원도 안 오려고 하는 치과에 환자가 오겠느냐’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되더라”며 “이제는 치과를 그만 둘 때까지 계속 지니고 가야 하는 숙명이라는 체념이 든다”고 씁쓸해 했다.


치과위생사 연 5천명 배출 시대,

다들 어디 갔을까?

실제로 직원들이 참여하는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부부가 치과의사로 함께 일하는 ‘부부치과’나 치과의사의 배우자가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는 소위 ‘사모장치과’, 개원 초기 세팅 과정을 감내해야 하는 ‘개원치과’ 등에 취업하는 것이 어떠냐는 문의 글에 대해 부정적 피드백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동네 치과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는 푸념마저 나오는 건 최근의 구인난이 단순한 종사 인력 간 불균형을 넘어 치과를 둘러싼 사회적 구조, 인식, 제도의 변화가 반영된 총체적 난국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의 통계만 들여다봐도 구인난의 상흔은 뚜렷하다. 지난해 12월 27일 치과위생사 국가시험 합격자 발표에 따라 새내기 치과위생사 5046명이 배출됐다. 신규 치과위생사가 5000명대를 넘은 건 지난 2013년(5093명) 이래 8년 만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833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매년 배출되는 760명 안팎의 치과의사 수와 수평적으로 비교하면 인상적인 숫자지만, 배출된 치과위생사가 개원가로 흡수되지 않는 최근의 경향을 감안하면 구인난을 해소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활동 치의 1명 당 치과위생사 1.7명
구인난 구조적·제도적 문제 동반

실제로 면허등록 대비 활동 치과위생사 비율은 2009년 52.5%에서 2018년 45.9%로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면허를 가진 전체 치과위생사의 절반 수준만이 실제로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2020년 기준으로 치과병·의원에 근무하는 치과위생사 수는 4만 1614명, 간호조무사 수는 1만 9520명이다. 현재 활동 치과의사수 2만 5113명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치과의사 1인당 치과위생사 비율은 1.7명, 간호조무사 비율은 0.8명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통계의 경고는 결국 현재 시점의 치과 구인난이 사회 구조적, 제도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최저 임금의 급격한 상승, 정부 지원 정책의 한계와 같은 거시적 원인에서부터 업무영역의 재정립 문제, 획일화된 인력 구조, 대형치과로의 쏠림 현상 등 치과 내부의 원인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 진료 현장의 갈급한 목소리다.


특히 인력을 구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과도한 비용이나 채용 정보의 접근성 문제는 치과 개원가에서 시급히 해결을 요청하는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치과계가 실효적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