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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사절(訓手謝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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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를 대령하라.”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요리를 대령하라.”는 상반된 명령에
지혜로운 노예 이솝은 두 번 모두 소의 [혀]를 쟁반 위에 담아내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말인 감언이설과
가장 듣기 싫은 고언을 모두 낼 수 있기에,
혀만큼 맛있다가도 입맛 떨어지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요?

 

치과의사의 진료를 힘들게 하는 입 안 구조물 중 최대의 난적도
바로 [혀]입니다.
혀로 인해 시야가 방해되고,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조심스럽습니다.

 

고급 바둑판을 뒤집어 보면 그 가운데에 움푹 파인 구멍이 있습니다.
향혈(響穴)이라 하여 돌을 놓을 때 맑은 소리를 내기 위해 팠다고도 하고,
나무의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합니다.
향혈은 혈류(血溜)라고도 부르면서 또 다른 용도로도 사용되었는데,
바로 훈수꾼의 혀를 잘라서 그 피를 담았다고 합니다.
승부를 겨루는 와중에 섣부르게 훈수를 두지 말라는 뜻이 담겨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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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公人)으로서 내뱉는 말 한마디와 글 한 줄이 갖는 책임은
천금보다 만금보다 더 무겁습니다.
말은 소리로 흩어지기라도 하는데,
글로 남기는 행위는 얼마나 조심스러워해야할 일인가요?
불리하면 개인(個人)이요,
유리하면 공인으로 탈바꿈하려는 자세부터가 애초에 잘못된 경우겠지만요.

 

잘못된 정보가 제공되어 서로 이간(離間) 되고,
상대방에게 이로운 정보들로 새어나간다면,
바둑판을 뒤집어 그 책임을 물어도 할 말이 없겠습니다.

 

훈수 대신 여물통을 물고  있는 기린이 더 현명해 보입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