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수술 이전 위험성을 설명했더라도 환자가 수술 동의를 고민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면 설명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오늘(14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B씨가 운영 중인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이후 뇌경색이 발견돼 소송을 진행했다. 당시 A씨는 뇌졸중 위험이 높은 상태였지만 의사들이 수술로 인해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의료진이 A씨에게 수술에 관한 설명을 충분히 했다고 봤다. 재판부에 따르면 특히 내과의사 등이 A씨에게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뇌졸중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의료진이 부작용을 제외하고 수술 자체의 위험성을 설명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뒤엎고 환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의료진이 A씨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 의사에게는 예상 위험과 부작용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환자가 수술을 받을 것인지 결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할 의무가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재판부는 환자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수술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깊게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과 상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의료진이 환자에게 설명을 했더라도 곧바로 수술을 진행했다면 환자의 기회를 침해한 것으로 의사가 설명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A씨는 수술 당일 오전 10시30분쯤 초음파 검사를 받고 의료진으로부터 뇌졸중 위험에 관한 설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약 40분 만에 마취가 실시되고 곧바로 수술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A씨로서는 후유증 등 위험성을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수술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A씨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B씨 병원 의사들에게는 설명 의무를 위반한 사정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은 의사들의 설명과 수술 사이에 적절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지 판단했어야 한다"며 "이러한 사정을 심리하지 않은 채 수술에 관한 설명이 있었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설명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