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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트레킹하며 인생을 논하다”

유호성 원장 ‘트레킹의 발자취에 남아있는 내 이야기’ 출간
지역의 역사·추억, 감성 함께 전개되는 천일야화 흥미진진

‘어머니는 서울 토박이로 4대문 안에 있는 효제동에서 낳고 자라셨다. 조선이화학연구소에서 화학을 전공한 후 명동에 있던 현재 한국은행의 전신 조선은행에 근무했는데 효제동에서 전차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고 한다. 월급을 타면 러시아인이 만드는 구둣방에서 구두를 맞추고, 현재 명동 신세계 백화점인 미스코시 백화점에 들러 쇼핑을 했다.’

트레킹 이야기라고 해서 책장을 폈더니 경성의 명치정(명동) 거리가 펼쳐졌다. 챕터 제목이 ‘남산 하이킹’이라 공기 좋은 산책코스 얘기를 생각했는데 술술 읽히는 서울의 근현대사가 녹아있다. 

유호성 원장(수원 웅치과의원)이 최근 ‘트레킹의 발자취에 남아있는 내 이야기’라는 산문집을 냈다. 유 원장은 원해 문학도를 꿈꿨던 인물로 앞서 ‘백두대간 하늘 길’이라는 산행기, ‘술! 술! 술! 술에 엮인 세상만사’란 애주사를 출판한 적이 있다. 이번 트레킹기에서는 ‘수원 영통산악회’ 활동을 하며 트레킹 팀장 ‘산그린님’을 따라 남산, 욕지도, 해파랑길, 문경 새재 관문 등 전국의 명 산책로를 다닌 감상을 담았다. 이 책이 재미있는 점은 트레킹 지역을 모티브로 자유롭게 전개되는 유 원장의 다양한 인생경험과 지식이 마치 천일야화 같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글을 써왔던 사람의 힘이다. 

유호성 원장은 “의미 있는 장소를 가보니 그냥 지나쳐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지역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후기를 쓰게 됐다. 어떤 산이든 오를 때면 힘이 들지만 정상에 오르면 형언할 수 없는 희열감, 성취감이 찾아온다. 그러다 나이가 70줄에 가까워지면 무릎관절 상태가 좋지 않아 싸이클링으로 취미를 바꾸고, 그것도 힘들어지면 트레킹을 겸해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듯 한데 그 재미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편한 옷차림으로 카메라 하나 들고 담소를 나누며 걷거나 사색하기도 하는 트레킹을 옛날 그리스 학자들이 걸으면서 의견을 교환했다고 하는 ‘소요학파’에 비유했다. 

유 원장은 “하루 종일 좁은 입안을 쳐다보는 직업이다 보니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시야가 트인 곳을 걸으며 지인들과 먹고, 마시며, 떠들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남대문에서 남대문까지 서울 성곽을 전부 돌려면 12시간 정도 걸리는데 길이 잘 정돈돼 있어서 맨몸으로 나서도 된다. 또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해파랑길’이란 트레킹 코스를 만들어 놓았는데, 강원도 ‘외옹치 바다향기길’, ‘정동진을 통과하는 해파랑길’도 정말 좋다”고 말했다. 

 


유호성 원장은 “이렇게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쓰는 이유는 글을 쓰는 행위는 참회록을 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나온 것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니 남들보다 실수를 덜 하게 될 것이고, 생각을 하게 되다보니 나이가 들면 찾아오는 기억력, 판단력의 저하도 더디게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