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倦과 바람꽃 주거환경 개선 봉사단

박병기 칼럼

子張問政, 子曰: “居之無倦, 行之以忠.”(자장문정, 자왈: “거지무권, 행지이충.”)
자장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하기를 “자리를 맡으면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일을 할 때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논어, 안연편> 倦(게으를 권)자는 人(사람 인) + 卷(책 권)이 합하여 생긴 단어다.


내 삶에서 땀을 흘리는 봉사를 하여 본적이 있는가? 집 앞에 논과 밭이 있는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1학년까지 살았지만 아버님이 공무원이었기에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는 광주에서 학교를 다녔다. 봉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학창시절 무의촌 진료봉사와 본과 3, 4학년 때 나주에서 일주일간 하였던 농활이라 할 것입니다. 개업을 하고서는 빛고을 노인 건강 타운, 고룡정보 산업학교(소년원) 등에서 진료 봉사를 하였다.


공보의를 마치고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30년이 넘게 개원을 하다 보니 지역사회에 그동안 대덕치과를 키워주신 지역주민들과 나를 존재하게 만들어 준 사회에 은혜를 갚는다는 마음으로 지역 행사가 있으면 기부를 하고 장학금을 전달한다. 하지만 땀을 흘리는 봉사활동은 학창시절 하였던 농활이 마지막이었다.


2011년부터 광산구 자원봉사센터 이사를 하고 있다. 2017년 자원봉사센터 산하에 주거환경 개선 봉사단을 조직하며 이사 중 한명이 봉사단의 공동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하기에 내가 해 보겠다고 하였다. 동료들과 땀을 흘리며 無(무)에서 有(유)를 창조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다. ‘바람꽃 주거환경개선 봉사단’은 2017년 4월에 발대식을 하였다. 공동대표를 시작으로 지금은 단독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봉사단은 5년동안 20여명의 회원과 함께 50여 가정의 주거환경 개선 봉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계속하고 있다. 봉사에 참여한 회원 중에 코로나에 감염된 회원은 없어 다행이다. 초창기 회원은 자영업을 하시는 지역 활동가 분들이 주축이 되었기에 평일 봉사를 하였다. 평일은 진료를 하기에 봉사가 시작될 때 인사말과 사진 촬영을 하고 현장을 떠나야 했다.


주변 개업환경의 변화와 개인적인 이유로 2018년 4월부터 2020년 4월까지 2년의 안식년을 갖는 동안 평일에 처음부터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에 참여를 하였다. 시간이 지나며 지역 활동가 중심의 회원들보다 다양한 지역의 40대 직장인들이 주축이 되어가고 있다. 봉사활동은 회원들의 요구에 따라 토요일이나 일요일로 바뀌었다. 토요일 봉사를 할 때는 간단한 인사말과 사진 촬영을 하고 오전에 진료를 마치고 오후에 봉사에 참여한다. 치과를 휴진하는 토요일에는 같이 봉사를 한다.


눈처럼 게으르고 손만큼 부지런한 것은 없다고 한다. 저장 강박증이 있는 분들의 가정 주거환경 봉사를 할 때는 우리 봉사단 회원만으로는 불가능하기에 지역의 많은 봉사단체들이 동원된다. 저장하여 놓은 물건만 치우는데도 1톤 트럭 15대 이상 폐기물이 나온다. 폐기물을 치우고 나서는 바람꽃 회원들이 청소와 도배, 장판, 정리 등의 일을 한다. 봉사를 시작하며 나왔던 한숨은 어느덧 뿌듯함으로 변한다.


바람꽃 봉사단은 1달에 1가정 주거환경 개선 봉사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 5년동안 하고 있다. 5년의 친목은 1번의 봉사가 섭섭하다며 황룡강변 환경봉사를 같이 한다. 지역에 회원 소유의 농지가 있어 회원들과 같이 주말농장을 만들어 친환경 농사도 짓고 주말농장에서 친목의 시간을 갖자며 모두 들떠 있다. 회원들이 가꾼 채소로 즉석요리를 나누는 도심 속의 자연인이 되는 꿈을 그려본다. 태어나 한 번도 직접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는 나도 회원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 상상을 한다. 어떤 작물을 선택할 것인가? 내 이름 푯말을 걸고 가꿀 공간은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수확의 시기가 오면 누구를 초청하여 도심 속의 자연인이 되어 즉석요리를 할까? 노후에는 직접 요리를 하는 사람이 환영을 받는다고 한다.


회원들은 40대 중반부터 80대까지이다. 봉사단 초기 70대였던 회원들께서는 초반과 같이 몸을 쓰는 봉사는 활동을 하지는 않으시지만 봉사를 할 때는 나오셔서 주변 환경을 정리한다. 누가 그 험한 곳에서 봉사활동을 할까 생각하지만 몸으로 하는 봉사 활동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다. 바람꽃이 얼마 동안 활동할지는 모르지만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계속 대표를 맡아 회원들과 함께 하고 싶다. 대표로서 역할은 회원들이 봉사를 하며 흥을 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대표를 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80대가 되어서도 대표를 맡으며 회원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욕심을 부려 본다.


나는 노후가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한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라는 글을 통해 100세 인생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삶의 목적이 있어야하고, 재정적 준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그 일이 이타적이어야 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64년 우리 나이로 59세이다. 노후에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 그룹을 생각해 본다. 새로이 인간관계를 맺기보다 이제까지 같이 하였던 분들과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여야 할 것이다. 치과의사 동료들과 사회활동을 하며 만들어진 모임들이 있다. 활동하였던 모임 중에는 모임을 만든 목적의 상실로 인해 소멸될 모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바람꽃회원들과 봉사활동을 하며 100세 인생을 필요한 이타적인 활동과 여유있는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로 성장하였으면 하는 욕심을 부린다.


게으름이란 人(사람 인) + 卷 (책 권)이 합하여 생긴 단어다. 사람이 책만을 가까이 하면 게을러진다고 말한다. 倦(권)이라는 한자를 만든 사람은 책만 끼고 일을 하지 않는 주인을 모신 머슴이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