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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서의 수면마취

Relay Essay 제2492번째

생각해보면 인간이 고통없이 수술 받은 것이 150년도 안됩니다. 과거 전쟁 중에 상처가 나면 괴저가 일어나기 때문에 상처부위를 빨리 절단하는 것이 가장 좋은 외과적 방법이었습니다. 끔찍한 일화 중 하나는 외과의가 톱으로 다리를 절단하는데, 조수가 다리를 잡고 있다가 손가락이 같이 절단되어서, 환자는 감염으로 죽고, 조수 또한 감염되서 죽고, 수술을 구경하던 구경꾼 또한 놀래서 죽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내려져 옵니다. 그만큼 외과의의 속도가 환자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었습니다. 그리고 외과수술이 필요한 말만 들어도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유서를 쓰고 수술을 받느니 자살을 선택한 환자들이 많았을 만큼 당시의 외과수술은 “끔찍함” 그 자체였습니다. 독한 술을 먹거나, 목을 졸라서 잠시 재우거나, 양귀비 같은 마약류를 이용한 기록들은 조금씩 있으나, 제대로된 마취제로서의 역할을 하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던 와중 1840년대 웃음가스파티가 유행하였는데, 웃음가스(N2O)가스를 마시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파티를 즐기는 것이 유행하였습니다. 신문에서 여러가지 삽화로 그런 세태를 풍자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지요. 가스 화학의 발전으로 여러 중요한 사건들이 연달아 나오게 되는데 치과의사들의 활약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치과의사 웰스와 모턴이 웃음가스와 에테르를 이용한 마취를 임상에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1844년 웰스는 스스로 아산화질소를 마신 상태에서 스스로 치아발거술을 받은 뒤 여러 환자에게도 발치수술을 여럿 성공시켰습니다. 그러나 1845년 메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시연행사에서 충분한 마취상태에 이르지 못한 환자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실패를 맛봐야 했습니다. 윌리엄 토머스 그린 모턴은 웰스의 실패를 교훈삼아 1년 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외과의사와 함께 아산화질소가 아닌 에테르를 통한 마취와 수술을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공시키게 됩니다.

 

선대의 치과의사들이 마취학을 어찌보면 시작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매우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발전시켰습니다. 마취제의 발전은 그야말로 환자들에게는 축복에 가까웠습니다. 동통을 느끼지 못하고 수술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통증이 무서워 자살하는 환자들도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국소마취제의 발전으로 최근 치과의사들은 대부분 환자를 국소마취로만 마취를 합니다. 물론 간단한 수술은 국소마취의 이점이 더 많을수도 있으나, 치과의 수술은 환자에게는 여전히 공포로 다가옵니다. 여러 마취제의 발전과정을 치과의사가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치과의사들은 마취를 국소마취에만 스스로 한정시키고 있지는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봐야합니다. 전신마취 정도는 아니지만 수면마취와 국소마취를 병용해서 치과에서 주도적으로 시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치과대학에서의 수면마취에 대한 교육이 더욱 깊이 있게 이루어져야하는 것이 선행 되어야겠지요. 현재의 교육 커리큘럼으로는 수면마취를 바로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환자의 공포감을 잠재울 수 있는 수면마취라는 무기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치과의사들이 많다는 것이 저에게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옵니다.

 

구강악안면외과를 전공하면서 전신마취, 수면마취, 국소마취 등의 여러가지 무기를 가질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여러가지 무기가 꼭 구강악안면외과의들만 가지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일반 다른 과목의 전문의 선생님들도 충분히 교육을 받고, 연습하시면 무리없이 수면마취를 국소마취처럼 진행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 환자 모니터링에 대한 교육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환자들의 안전이 완전히 확보가 되겠죠.

 

몇년간 수면마취로 수술을 진행하면서 환자들의 만족도 조사를 시행해보았습니다. 환자의 대부분이 95프로 이상의 만족도를 표현하셨고 가장 편한 것이 수술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점을 예로 들으셨습니다. 시술자 입장에서도 공포감에 사로잡힌 환자들을 바로 대면하면서 치료하기보다는 안정을 찾고 편안한 자세를 하고 있는 환자를 치료하기가 더욱 수월합니다. 수면마취를 할 수 있는 차별화는 환자의 만족도로 그것은 치과의 매출 증대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위대장내시경과 같은 내과치료를 하면서 수면마취를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처럼 앞으로는 구강내 임플란트 수술을 하면서 수면마취를 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몇 년 내로 보편화가 되리라 예상합니다. 수면마취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할 때입니다. 선대의 치과의사들처럼 현재의 탁월한 능력을 많이 가진 치과의사들이 수면마취를 더욱더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