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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제주영리병원 허가조건 내국인 진료 제한 위법" 판결

"제주특별법 내국인 진료 허용 전제···진료 제한 근거 없어" 판시
치·의·법조계 우려·반대 한목소리 "정부 정책차원에서 고민해야"


국내 1호 영리병원 개설 조건으로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 것은 잘못됐다는 1심 판결이 나와 우려를 낳고있다.


제주지방법원은 5일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개설이 추진됐던 제주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이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낸 내국인 진료제한 취소 소송에서 녹지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달아 개원을 허가한 제주도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판결로,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자회사 측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녹지병원의 소송은 지난 2018년 제주도가 녹지병원에 외국인 한정진료를 조건으로 운영 허가를 내준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녹지병원은 제주도의 조건부 운영 허가에 반발해 제주도가 내건 3개월 내 개원 조건을 위반했다. 제주도는 즉각 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으며, 이에 녹지회사 측은 소송을 제기했다.

 

개설 허가 문제로 대법원까지 간 소송은 녹지회사의 승소로 일단락됐다. 1심 재판부는 제주도의 취소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히고, 대법원도 지난 1월 당초 제주도의 녹지병원에 대한 처분이 부당하다며 제주도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같은 판결로 제주도의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은 무효화됐다.

 

이번 1심 판결도 영리병원 개설과 연관된 소송으로, 내국인 진료제한 취소 정당성 여부가 사건의 핵심 쟁점사항 이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녹지회사 측이 내국인 진료 금지 취소소송에서 승소가 확정될 경우, 영리병원 개설을 재추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판 결과 1심은 녹지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진료 대상을 제한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가 없다"며 "제주특별법 및 조례 내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주특별법은 내국인 진료 허용을 전제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치·의·법조계 "영리병원 반대" 한목소리

 

1심 재판부 판결에 대해 치과계를 포함한 의·법조계도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같이 냈다.

 

장은식 제주지부 회장은 "영리병원이 생기면 국민 건강에 큰 피해를 끼치게 된다. 우리가 끝까지 막아야 한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할 거다. 현재 지부에서는 녹지병원 설립 허가를 취소하도록 행정·법적인 노력 중에 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지금 녹지병원은 지분 문제로 당장 영업을 못하고 있다"며 특히 외국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현재 계류 중에 있다. 또 다음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녹지병원 개설 허가 취소 안건을 다룰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의협도 5일 성명서를 내고 "영리병원 도입을 부추기는 법원 판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러한 판결은 기존의 의료법을 뒤집고 영리병원을 합법화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은 성명서를 통해 "영리병원은 의료기관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오로지 영리추구만을 위해 운영될 것이다. 영리병원의 도입은 대형 자본 투자로 이어지고 결국 의료는 이윤창출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는 한 병원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고, 우리나라의 의료제도와 의료시스템 전반에 있어 이윤만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여 치명적 위해를 끼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밝혔다.

 

이밖에도 김준래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에서 조차 영리병원을 긍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보인다고 보고 "국민 건강을 시장경제의 논리에 맡겨서는 안된다. 이번 판결은 전체 국민들의 입장이나 정서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판결"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영리병원의 도입여부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어느 한 병원만의 사건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민들에게 공청회 등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단체의 입장 또한 고려해 정부 정책차원에서 고민돼야 하는 문제다. 영리병원의 도입은 공식적으로 병원 진료에 영리추구를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번에 사법부가 깊은 고민없이 영리병원 도입을 인정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 향후 영리를 추구하는 주식회사가 병원을 설립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논리가 된다. 국민 건강에 영리가 도입되면 문제가 커지는 만큼, 결코 수용되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