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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로 가득 채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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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S. Eliot에 의하여 가장 잔인한 달로 묘사된 4월입니다.

만물이 소생하고 꽃들도 제각각 아름다움을 뽐내고,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펴게 되는 봄이 왔건만,

왜 잔인하다고 절규했을까요?

“산업과 과학문명의 추구가 가져온 욕망과 탐욕이

가난했지만 오히려 따뜻한 인간애 넘치던 사람들을,

풍요롭지만 거친 약육강식의 사회로 내몰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시인의 안타까움의 표현”이라는 누군가의 감상평을 보았습니다.

 

절실함과 간절함이 소원을 이루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아닙니다만,

정당성을 부여받고 동조를 얻기에는 꽤 효과적인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 절실함이 도를 넘는, 즉 분수를 넘어 욕망으로 바뀔 때는 거꾸로

상대편과 갈등을 유발하고 대립하게 됩니다.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신수(神獸)로 알려진 해태(獬豸)상은

광화문 양쪽에 놓여 경복궁을 지키면서 대한민국을 알리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중국문헌 [이물지(異物志)]에는 해태를,

“성품이 충직하여 사람이 서로 싸우는 것은 보면, 바르지 못한 자를 뿔로 받는다.

사람들이 서로 따지는 것을 들으면, 옳지 못한 자를 문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자 형태의 머리에 큰 코와 수염이 있고, 구름 같은 갈기를 하고 있습니다.

뿔은 후대로 전해질수록 그 윤곽만 조각하는 것으로 형태를 바꾸었습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해태가 물처럼 공평하게 판단해서 틀린 상대를 받아버린다.”는

의미를 가진 옛글자(古字)인 [灋, 법 법] 자에서 요즘 쓰이는 법法 글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늘 수평을 유지하는 물처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고르게 적용되어야 하고,

틀린 상대를 받아버리는 해태는 판관의 상징이었습니다.

복잡한 [灋]자에서 해태 치廌가 빠진 형태가 지금의 법法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시비와 선악을 구별하여 판단하여 알고, 악인을 징치한다는 해태도

4월이 만들어준 봄꽃에는 무장해제 된 듯,

두 눈을 감고 세상 행복한 표정을 보여줍니다.

이 봄, 4월에는 욕심과 욕망 대신,

다른 이의 부족함을 너그럽게 채워주는 향기들로 가득하길 소망해봅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