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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Metaverse)의 메타(meta)를 아시나요?

시론

메타버스(Metaverse)는 30년 전인 1992년에 출간된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과 용어입니다. 이 작품 속에서 메타버스는 고글과 이어폰 같은 시청각 출력장치를 이용하여 기술적 접근을 하는 가상세계로 규정됩니다. 메타버스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표현한 실존하지 않는 세계로 현실세계와 달리 물리 법칙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대표적인 메타버스의 유형에는 가상세계와 증강현실이 있습니다. 이러한 메타버스는 사람들의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메타버스 속에서도 경제사회 활동은 현실세계와 흡사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코인,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암호화폐 등을 이용해 새로운 세계에 발빠르게 움직인 자들은 디지털 자산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들이 세계적 부자 반열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서 ‘메타’(meta)라는 단어는 참 흥미롭습니다. 메타는 영어에서 전치사로도 쓰이고 부사로도 쓰이는데, 전치사는 ‘~와 함께’, ‘~에 관하여’라는 의미이고, 부사는 ‘~를 너머’, ‘~후에’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 예를 들어 전이(metastasis)를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의 의미가 덧입혀진 ‘메타’와 세계,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인 것이죠. 메타라는 단어의 시작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BC384-322)는 서양철학의 근본을 이루는데 이바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가 창조한 형이상학(metaphysics)은 메타(meta)와 피직스(physics)라는 두 단어가 결합된 말입니다. 우리가 물리학이라고 해석하는 physics는 그리스어 physis에서 유래되었으며, 본성 또는 자연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따라서, metaphysics이라는 단어는 ‘자연학 너머’를 의미하며, 철학적으로는 사물의 배후에 있는 구조와 본질을 밝히고자 하는 ‘형이상학(形而上學)’으로 해석되어져 왔습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는 1980년대 중반에 Baker 등이 아이들 발달 연구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자신의 생각을 ‘판단’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메타인지란 자기 자신을 정확히 보고, 스스로를 믿는 능력을 가지며, 나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도 인정하는 것입니다. 최근, 인공지능이 인간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여러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이 메타인지를 통해 고유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말합니다. 메타인지의 실현을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객관화하여 판단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으며, 나의 생각들을 평가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메타성은 동양적 사고에도 녹아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금언은 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기본이라는 개념을 내포합니다. 또한 단순한 사고에서 벗어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정보의 홍수’로 표현될 만큼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메타데이터, 이전 시대에는 전혀 접하지 못했던 가상공간과 파생된 개념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표면적으로 생소한 그 ‘어떤 것’들도 본질은 익숙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이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에 내재되어 있는 메타성을 잘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