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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환자개인정보 안전하게 보호 될 수 있나? 집중질의

정부 자료 수집 범위 적정성·환자정보권리 보호책 따져
비급여보고 전체 의료기관 대상 전수조사가 적정한가?
비급여헌소 공개 변론 치과계 주목

비급여 헌소에 대한 헌재 공개변론이 지난 19일 열렸다. 공개변론에는 박태근 협회장과 신인철 치협 비급여대책위 위원장 등 치협 임원진이 참석해 주요 쟁점사항에 집중했다.

 

정부의 비급여 공개 및 보고제도의 근거법이 되는 ‘의료법 제45조의2(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현황조사 등)’에 대해 의료인들이 헌재에 의사의 양심과 직업의 자유, 의료소비자인 일반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성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이 중 환자 개인의 의료정보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수집 및 취급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며 정부 입법 취지의 허점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의료법 제45조의2’에 대한 위헌성을 묻는 헌법소원에 대한 헌재의 공개변론이 지난 19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개변론은 ▲치과의사 31명이 ‘법무법인 토지’를 통해 지난해 3월 30일 접수한 헌소(2021헌마374) ▲의과 개원의 17명이 ‘법무법인 의성’을 통해 지난해 6월 25일 접수한 헌소(2021헌마743) ▲치과의사 출신의 신인식 변호사가 지난해 8월 31일 접수한 헌소(2021헌마1043) 등 3개 헌소가 병합돼 다뤄진 것이다.

 

이날 첫 공개변론에 나선 법무법인 토지의 오승철 변호사는 “요양기관강제지정제 시행으로 의료인의 물적설비를 강제로 사용하는 등 공용침해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로운 비급여진료에 대한 보장은 정부가 강제하는 사회보장제도가 합헌적으로 존속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장치”라며 “치과는 요양급여에 의한 원가보존율이 56%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지원 없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 및 보고제도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의료법 제45조의2’가 의료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해 환자 진료내역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를 다하는데 어려움을 야기 시키고, 비급여 진료비 결정 과정과 관련한 내용을 노출시키는 등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며, 환자 개인의 정보공개와 관련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변론했다. 또 공공의 복리란 목적을 넘어서는 통제로 과잉금지원칙 위반,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 및 경제질서를 위반하는 법률이라고 덧붙였다.

 

오 변호사는 “치과는 의원의 비율이 98%를 차지하며, 비급여에 대한 진료 의존도가 의과보다 높다. 치과에서는 의원운영과 가족부양을 비급여 진료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문제가 되는 법 조항은 치과의사의 생존을 위협하고 경제원리를 위반한다”고 강조했다.

 

# “조사범위·방법 기준 없다”

법무법인 의성의 김연희 변호사는 “문제가 되는 법조항이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 직업선택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 한다”며 “특히, 법률유보 및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비급여 진료비와 관련한 정보를 다루는데 있어 조사범위와 방법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하지 않고 일체 보건복지부 장관의 권한으로 위임해 지나친 통제 권한을 줬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진료비 고지 의무화가 시행되고 있는 상항에서 지나친 가격 고지방식의 통제로 환자의 알권리를 넘어선 비급여 비용에 대한 획일화로 과잉금지원칙의 위반 등 위헌적 상황이 발생하고, 이는 결국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인식 변호사는 우선 재판부에 진료비 외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병원급 기관과 급여·비급여로만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기관별 수익구조 차이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이어 의료기관 관련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면 의료진의 진료 수준,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인지 여부가 우선이며 이마저도 근거에 기반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진료비용과 관련해서는 특정 진료와 관련해 평균진료비용의 범위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기관별 비용을 공개하는 것은 저렴한 의료기관을 찾아가 의료비 부담을 줄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복지부에서 비급여 진료비 공개와 관련 국내와 같은 외국의 입법사례가 없는데도 마치 있는 것처럼 호도하며 합헌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청구인들의 변론에 대해 복지부 장관을 대리해 나온 정부법무공단의 서규영·이산해 변호사는 심판대상조항은 비급여 진료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및 의료선택권을 보장하고,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통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킴으로써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또 보고대상인 진료내역에서 환자의 개인정보는 제외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으며, 진료의 내용과 방식을 제한하지 않아 의사들의 양심의 자유, 직업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의료소비자가 단순히 가격만 보고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므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한다고 해 최저가 경쟁이 촉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 재판부, 환자정보 보호 안전성 관심

이에 재판부는 의료기관이 정부에 보고해야 하는 비급여 관련 환자의 의료정보와 개인정보가 철저히 보호될 수 있는지, 또 정부의 자료수집 범위의 적정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복지부 측 변호인단에 비급여 진료비 보고의무 대상에 ‘환자의 진료내역’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 관련 입법 목적을 넘어서는 규제가 아닌지를 묻고, 관련 고시에 담길 구체적 내용, 환자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는지 등을 집중 질문했다.

 

특히, 이 재판관은 정부가 수집하는 비급여 관련 정보는 환자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배제된 채 상병명, 수술·시술명, 산정특례진료여부, 실시 횟수 등만을 수집할 것이라는 복지부 변호인단의 답변에 대해 수집된 비급여 정보가 다른 정보와 결합돼 개인정보가 특정될 수 있는 위험성을 짚으며, 개인정보보호법 준수 이상을 넘어 환자 자신의 의료정보에 대한 권리 보호책이 마련돼 있는지, 정부가 이런 정보를 수집할 권리를 갖고 있는지 등을 질의했다.

 

특히, 비급여 진료비 보고와 관련 전체 의료기관 대상 전수조사의 적정성을 물으며, 그 이전에는 어떻게 건보급여 강화 시 우선항목을 정했는지 물었다.

 

청구인과 이해관계인의 변론이 오간 후에는 헌소 청구인 측 참고인 진술이 이어지며 문제 법령에 대한 의료현장의 우려 목소리가 재판정을 울렸다.

 

치과의사소송단의 참고인으로 나선 김민겸 서울지부 회장은 비급여 진료에 관한 자료제출 강제가 의료행위 통제 수단이 될 것이며, 환자들로 하여금 값싸고 저급한 의료기관 만을 선택하게 해 의료시장의 왜곡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인들로 하여금 신의료기술 연구 및 최신 기자재 장비 도입보다 의료광고나 홍보에 몰두하게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김 회장은 개인의 의료기록정보가 해킹의 주된 표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 국민건강보험법에는 자료의 보관기한이나 침해 대응 등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부분을 짚고, 국민의 개인정보인 진료내역을 행정부가 마음대로 고시를 통해 수집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했다.

 

김 회장은 “비급여 진료비는 항목 기준이나 진료내역 등에 따라 가격결정방법이 달라 단순 가격만으로는 환자들에게 올바른 판단기준을 제시할 수 없다. 국민을 위한 수준 높은 의료혜택에 부합하는 진료기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비급여 부문은 시장경제원칙에 맞게 의료계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료비 싼 병원에만 환자 몰려 합리적 병원 선택 저해

마케팅 수단으로 악용, 기업형 저수가 덤핑병원 난무 우려

의료기관 값싼 장비 활용 의료질 떨어지고…의학발전 저해

 

 

#저수가 광고만 올인, 의료시장 왜곡

의사소송단 참고인으로 나선 임민식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부회장은 의사들이 요양기관강제지정제로 불평등한 수가계약 및 불합리한 심사기준 등에 의해 소득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과도한 행정업무의 과중으로 진료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급여 보고 및 공개는 비급여 진료비가 비싼 병원으로 몰리는 역선택을 조장할 우려가 있고, 마케팅 수단에 악용돼 환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민식 부회장은 “비급여에 대한 통제는 고가 장비를 이용한 치료를 포기하게 하거나 기초적인 기능만 갖춘 값싼 저급장비를 사용하게 해 진료의 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며 “비급여 진료를 통해 국민들은 수준 높은 의료선택권을 보장받고 의사들은 직업에 대한 자긍심과 창의력을 발휘해 의학발달이 촉진될 수 있다. 한정된 재원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이 이러한 영역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 비급여 규제는 대한의사협회가 전문가주의에 입각해 자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소송단의 또 다른 참고인으로 나선 박형욱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국가 의료보장제도가 양질의 의료를 제공한다면 민간의료에 의존할 이유가 없다. 민간의료 비중이 커지는 것을 의료인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비난하면서 민간의료에 과도한 통제를 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경우 요양기관강제지정제가 없고 의료행위의 가격을 의료기관에서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에 도입된 병원 진료비 투명성 제도를 우리나라의 비급여 보고 및 공개제도의 논거로 사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비급여나 가계직접부담 비중이 큰 것은 열악한 건강보험 재정, 낮은 건강보험료율이 원인이라고 설명하며,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보급여 보장성 강화 정책은 7% 수준의 건강보험료율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보장하겠다는 애초에 불가능한 계획으로, 이러한 정책 실패 책임을 의료기관으로 돌리며 비급여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공의료의 발전을 위해서는 의료인에게만 그 부담을 지울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부담을 나눠야 한다”며 “환자의 선택권과 의사의 치료권한을 동시에 존중해야 하며 다른 나라에 없는 비급여 보고의무라는 극도의 통제정책으로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복지부 측 참고인으로 나선 서남규 국민건강보험공단 비급여관리실 실장은 “비급여 보고제도는 비급여의 실태파악과 분석을 위한 제도로 의료기관의 우려처럼 직업의 자유나 개인정보 침해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높은 품질을 위한 경쟁이 가능해지고 직업의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비급여 보고제도는 필수 의료영역에 대한 국가 보장을 높이고 국민들이 안전하게 진료를 받기 위한 극히 초보적인 수준의 제도이다. 이러한 수준의 실태파악조차 이뤄지지 못한다면 국민 건강과 의료를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정책 수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외국사례 있나" 추가 자료 요구

이에 재판부는 외국의 사례, 국가가 국민 건강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관리하려는 정책에 대한 적정성을 물으며, 복지부 측에 추가 서면 답변을 요구하는 것으로 공개변론을 마무리 지었다.

 

한편, 헌재의 공개변론 후에는 김민겸 서울지부 회장이 헌재 앞에서‘정의와 상식에 입각한 헌재의 판결을 요청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민겸 회장은 “저수가 무한 경쟁에 내몰린 의료수가는 결국 국민 모두의 피해로 직결될 것”이라며 “비급여 공개 및 보고는 의료질서를 와해하고 의료영리화를 초래, 결국 국민에게 최저가 가격 우선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가져다주고, 결국 기업형 저수가 덤핑 병원들이 난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새 정부에 비급여 관리대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헌재에서 국민 기본권 침해 여부를 면밀히 살펴 위헌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개변론과 관련 신인철 치협 비급여대책위 위원장은 “공개변론 전 의협, 한의협 등 유관단체들과 헌재에 비급여 통제의 위헌성을 호소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관련 헌소 지원에 최선을 다해 나서고 있다. 이번 공개변론 후 청구인 및 이해관계인의 추가 답변이 최종 판결에 주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위해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