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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의료중재원 손해배상 대불금 원천 징수 합헌 결정

대불금 부담 액수 산정엔 일부 문구 규정 모호 '헌법불합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원장 박은수‧이하 의료중재원)이 손해배상 대불금 마련을 위해 의원급 보건의료기관개설자 2만9675명을 대상으로 요양급여비용 일부를 징수한 현행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의료계가 손해배상 대불제도를 두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나온 헌재의 결정인 만큼, 치과계를 포함한 의료계의 불만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재산권 침해 뿐만 아니라 해당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의료기관 개설자들로 인해 선량한 개원의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21일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자들이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제2항·제4항을 대상으로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대불금 부과조항(제2항) 및 징수조항(제4항) 합헌 결정을 내렸다.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란 의료사고 피해자가 의료중재원의 조정‧중재, 법원의 판결, 한국소비자원의 조정 등으로 확정된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의료중재원이 우선 지급하고 이후 배상책임이 있는 의료기관에게서 비용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지난 2012년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당시 함께 도입됐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신속히 구제받고, 의료인은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명목하에 도입됐으며, 손해배상에 필요한 대불비용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부담한다.

 

이에 의료중재원은 지난 2018년 1월 의원급 보건의료기관 개설자 2만9675명을 대상으로 각 7만9300원씩 대불금 부과·징수를 공고했다. 그러나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자들은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위헌소원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사건을 두고 의료중재원의 손을 들어줬다. 헌법재판소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가 보건의료기관개설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에 기여한다고 봤다. 또 의료분쟁 시 사건이 신속히 종결되는 효용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해 대불금 부과규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다만 대불금 부담 액수 산정에 대해서는 일부 문구가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아울러 개선입법이 마련되는 2023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현행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치‧의료계 불만 가중

 

현재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와 관련 의료계의 불만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의료중재원에 따르면 의료계는 지난 2012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불제도가 재산권 침해, 자기책임원칙 위배 등의 사유로 위헌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행정소송 및 위원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손해배상금 대불금 지급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의료중재원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이 같은 사건을 포함해 의료계가 오랜기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의료중재원은 대불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밖에도 의료중재원은 정책토론회를 개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종합적인 개선책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의료사고 피해자와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 등의 이해관계가 크게 다른 탓에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해 시간이 지날수록 치‧의료계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강운 법제이사는 “일부 악의적인 의료인은 의료중재원에게 손해배상금을 주지 않으려고 사전에 재산을 서류상으로 다 빼돌리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의료중재원은 환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주더라도, 해당 의료인으로부터 상환은 못 받게 돼 결과적으로 선량한 의료인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의료중재원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운영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6.8억 원을 적립했으며, 이 중 61억 원을 환자에게 지급한 상태다. 치과의원의 경우 대불비용 8.6억을 적립, 600만 원을 환자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대불금 구상현황에 따르면 지급액 61억 원 중 상환된 액수 비율은 4억2000여만 원으로 전체의 7% 수준에 그쳤다.

 

 

#법조계도 의료계 "재산권 침해" 의견 동조

 

손해배상금 대불금 제도 및 헌재 결정과 관련해 법조계도 의료계 불만에 동조하고 있다.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명목으로 사실상 부담금을 강제로 징수했지만 혜택이 없고, 대불금을 환급해주지 않을 경우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7월 20일 의료중재원 창립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발제를 통해 “의료기관 개설자들은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금원을 부담하지만, 의료사고의 책임이 면제된다거나 손해배상 금액이 감해진다는 등 실질적 혜택이 없다”며 “그러나 의료중재원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일부 요양급여비용을 직접 지급받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부담금을 강제로 징수해 의료인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범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실제로 지급 사례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만약 환급을 해주지 않을 경우에는 재산권 침해 등 위헌적 요소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