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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진입 눈앞…노인 치의학 교육 부실하다

치대 필수 교과 지정 비율 54.5% 임상 실습 역시 열악
학교별 커리큘럼 내용 제각각, 표준화 지침 필요 지적도

 

우리나라가 3년 후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걸맞는 학문적, 제도적 뒷받침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치과대학의 노인치의학 관련 커리큘럼이 다른 국가에 비해 필수 교과 지정 비율, 임상 실습 교육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며, 교육 내용에 있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Gerodontology(IF 2.87)’에 실린 연구 논문(교신저자 고홍섭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과대학 중 노인치의학을 필수 교과로 지정하고 있는 경우는 54.5%(6곳)에 그친다. 나머지 3곳은 선택 교과이고, 2곳은 노인치의학 커리큘럼 자체가 없었다. 반면 미국의 치과대학 중 노인치의학을 필수 교과로 지정한 비율은 92.8%(52곳)나 됐다. 이는 2018년 5월 기준, 국내·외 치과대학의 노인치의학 커리큘럼을 조사한 결과다.

 

임상 실습 교육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치과대학 부속병원에 노인 치과를 위한 독립된 진료과가 없는 것은 물론, 타 과목과 독립된 임상 교육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노인치의학과 관련한 봉사활동·교외 프로그램도 역시 없었다.

 

반면 미국 치과대학의 57.1%는 의무적으로 박사 전 임상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었고, 유럽 치과대학의 64.2%는 노인치의학 임상 실습을 실시하고 있었다. 또 이중 78.5%가 의무교육이었고, 26.8%는 봉사 시설에서 임상 실습을 하고 있었다.

 

특히, 정량적인 수치 외에도 강의 내용과 주제들이 표준화돼있지 않은 문제도 도마에 오른다. 우리나라 각 대학의 노인치의학 교과를 보면 일부 공통된 내용도 있지만 필수로 들어가야할 교육 내용에 대한 협의가 없어, 학교별로 강의 내용에 제각기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스스로 치과에 내원할 수 있는 노인 환자의 진료에만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앞으로 그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쇠약하거나 의존적인 노인 환자의 진료에 대한 교육이 미비하다는 것인데, 영양, 사회·환경적 측면, 삶의 질 등을 주제로 다룬 학교도 소수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치과대학에서 노인치의학 커리큘럼을 표준화할 지침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임상 실습과 관련해서는 요양병원, 교외실습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효과적인 노인치의학 교육을 제공할 교수진 양성도 필요하며, 치과대학 인증제도, 치과의사 국시 평가 과목에 노인치의학을 포함하는 제도적 보완책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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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고홍섭 대한노년치의학회 회장

 

“노인치의학에 대한 치의 인식 개선 우선”

노인 환자 특수성 이해하고 공통 인식 공유해야

커리큘럼 표준화, 구강노쇠 등 제도 개선 나설 때

 

“단순히 65세 이상인 치과 환자를 진료하는 과목이 노인치의학일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고홍섭 대한노년치의학회(이하 대노치) 회장은 우리나라에 노인치의학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치과계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치과의사의 인식 개선을 첫손에 꼽았다.

 

고 회장은 “노인치의학에 대해 모든 치과의사들이 공통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며 “가령 노인치의학의 정의를 물었을 때, 단순히 ‘65세 이상을 치료하는 학문’이라고 답하면 곤란하다”고 운을 뗐다.

 

노인치의학은 노인 인구에게 치과 진료를 제공할 때 필요한 특수한 지식·태도·기술을 다루는 치의학 교육 과정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노인 인구는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에 이환돼 있고, 치매, 시청각 장애, 약물 복용 부작용 등 신체적·심리적·정신적 문제를 겪기 마련인데, 이러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라는 설명이다.

 

치과대학의 커리큘럼을 비롯해 임상 실습의 미비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또 요양병원을 통한 실습도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역시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치과 촉탁의에게는 구강검진을 제외한 치료 행위를 허용치 않는 등 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노치에서는 제도 개선을 위해 꾸준히 힘쓰고 있다. 노인치의학 커리큘럼 표준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지역사회 구강돌봄진료제도 구축 방안 등을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노인치의학의 중심 개념인 ‘구강노쇠(Oral Frailty)’를 질병 분류에 포함시키기 위한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고 회장은 “노인 치과, 요양병원 진료 등 요구도는 크지만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치 못한 측면이 있다”며 “노인치의학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교육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