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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후배 치과의사에게

시론

치과의사 선배가 후배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들은 많겠지만, 오늘은 필자보다 선배님들에게는 감히 실례를 범하는 일이지만, 필자가 치과의사로서 살아오면서, 후배들에게 전해도 괜찮을 것 같은 사항들을 나열해 보았습니다.

 

① 배움의 기회를 많이 갖기 바랍니다.

‘통계학’과는 별로 상관없을 듯한 인턴 선생이 필자가 내 준 과제를 읽다가 ‘진단방법 관련 통계’에 대한 질문을 했다. ‘선생’의 운명을 타고난 필자라고 생각하여, 필자가 지니고 있는 참고문헌 몇 권을 펴 주면서 설명해 주었다. 필자 세대의 치과의사들이 처음 이 직업에 입문했을 때에는, 나름 선배들과는 차별된 새로운 학문으로 무장했다고 하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솔직한 심정은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특히 전공을 하지 않은 ‘치과보철학’의 경우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였고, ‘치과교정학’의 경우에는 ‘전공자들만의 league’로 생각할 정도였던 것 같다.

 

간혹 동기들 간 모임이라도 있게 되면, 우리 동기들을 가르치신 ‘스승님들’에 대해 ‘평가’하기 바빴던 것 같다. 답답한 마음도 있고, 환자를 제대로(?) 진료를 하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그래도 모르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선배 등을 만나 물어보는 방법을 택했던 것 같다. 그 당시 선배들은 필자에게는 항상 ‘하늘’이었고, 후배가 찾아가서 물어보기라도 하면, 밥과 술까지 사주면서까지 필요한 조언을 해 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도 부족하면, 학교 밖의 ‘베테랑’들이 개설한 ‘세미나 course’나 ‘연구회’에 입회하여,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장기적인 공부를 하게 되면, 어느덧 해당 분야에서는 ‘일가견’을 표시할 수 있는 실력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이런 과정에는 치과대학과 대학원 재학 중에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지 못하였는지 후회하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이게 되어, 이를 지켜보는 아내나 자녀들은 필자를 특이하게 생각하면서, ‘치과의사들은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해도 계속 무언가를 공부한다.’는 오해(?)를 굳힌 것 같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배운 점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후배는 선배에게 물어보면 되는 것이고, 창피해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우리나라와 사이도 좋지 않은 일본의 언어를 공부하다가 얻어들은 속담 중에 위의 내용과 맞아떨어지는 내용이 있어 한 문장을 덧붙여 본다. “聞くは一時の恥, 聞かぬは一生の恥” 일본어나 한문에 능통하신 독자분들은 금방 해석이 가능할 듯하다. 물어서 배우는 것은 한 순간의 부끄러움이지만, 묻지 않아 배우지 못하는 것은 일생을 통한 부끄러움이 된다는 의미라고 한다.

 

② 한 곳에 터를 잡고 뿌리를 내리시기 바랍니다.

얼마 전 오랜 기간 한 지역에서 개원했던 개원의사가 막강한 ‘대선후보’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맞붙어 패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필자보다 후배들이 개원을 하건, 공직에 입문을 하건, 위의 예를 참고했으면 한다. 필자는 시간 날 때마다 근무하고 있는 병원 근처를 배회한다. 반경 4km 정도는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것 같다. ‘개띠’의 천성을 타고난 탓인지, 특별히 볼 일이 있어서도 아니고, 운동 삼아 돌아다니면서 ‘영역 표시’를 하는 것 같다. 음식점이 보이면 들어가서 식사도 주문해 보고, 맛있으면 포장해 달라고 해서 집까지 배달(?)해서 아내와 같이 맛을 평가하기도 한다. 사진관이 보이면 기억했다가 필요할 때 ‘여권 사진’도 찍고, 공항 리무진버스 정류장도 잘 기억해 두고, 공원에 가서 산책하면서 운동도 하고, 마트가 보이면 장을 보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웬만한 상점 주인과는 얼굴을 트게 되어, 단골식당에 가서 주문이라도 하게 되면 주문량의 1.5배 정도가 식탁에 놓이게 되니,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오히려 가지 말아야 하는 식당이 생겨버린다.

 

상점 주인들이 필자에게 바라는 혜택이라는 것이라고는 기껏해야 평생 한 번 있을까 하는 일로, 그분들 가족이 필자 근무 병원에 진료 받으러 오게 되었을 때 수속하는 어려움에 대한 도움이나 해당 전문의를 소개받는 정도에 불과할 텐데, 어쩌다가 병원에라도 오게 되는 경우에도 인근 시장에서 필자가 좋아한다고 상인들 간에 알려진(?) 간식거리까지 챙겨 오곤 한다. 아내와 농담으로, “집을 병원 근처로 옮겨 구의원이라도 출마해 보자.”면서 헛웃음을 지은 적도 있다.

 

③ 선후배간의 정을 쌓기 바랍니다.

병원 인근의 선배님 치과의원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님의 치과의원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폐업을 하셨는지, 아니면 아드님 치과의원과 합치셨는지 궁금하여 날을 잡아 일대를 돌아보기로 하였다. 연세가 많으신 선배님이신지라 혹시 전화로 확인했을 때 불길한 소식이라도 듣게 될까 하여 걱정이 되어 일단 발품을 팔아 확인해 보기로 하였다.

 

이전에 있던 건물 안쪽으로 새로 단장한 건물이 보인다. 치과의원 간판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전의 치과위생사 두 명이 필자에게 인사를 했다. 마침 환자가 없어 원장실 문을 두드리니 선배님이 맞이해 주신다. 선배님은 최근 건물 리모델링을 했고, 서서히 은퇴를 준비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셨다. 부족하기만 한 필자가 선배님 은퇴를 하시는 시기에 작은 축하연이라도 준비해 드려야겠다고 마음먹고,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병원으로 돌아오는 길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임상교수가 무슨 돈이 있겠냐고,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 치과에 식구(?)가 많으니, 명절 전후해서 ‘커피’라도 한잔씩 돌리라고 봉투에 ‘커피값’을 넣어, 치과위생사에게 들려 매년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 예방치과로 보내곤 하신 선배님의 은퇴를 어찌 준비해야 좋을지를 고민하면서, 한여름의 따가운 햇살도 느끼지 못하며 걸어 돌아왔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