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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공유의 시대? 치과는 준비하고 있나?

시론

디지털로 표현되는 4차 산업혁명 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지식(knowledge)과 정보(information)의 공유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정보 통신 기술은 한세대도 안되어 너무 빠르게 발전하였으며, 이로써 분절화 되어 있던 개인과 개인, 지식과 정보가 하나로 엮일 수 있게 되었다. 변화가 너무 급속하게 이루어지다 보니(그래서 혁명이라고 하겠지만) 아직도 기존의 제도와 습관에 익숙한 사회나, 개인은 많은 혼란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최근 구글 코리아가 자기들의 플랫폼에서 AI(인공지능)기술로 수집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이용자의 동의없이 다른 상업 플랫폼에 제공하여 문제가 되었다. 이는 구글 이용자가 검색하거나 방문한 사이트의 자료를 AI로 분석하여 사용자의 취향 및 현재 관심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이용자가 주로 접속하는 다른 SNS나 포털 사이트에 전달하여, 해당 사이트의 이용 시 자동으로 맞춤형 상업 광고 정보가 나타나게 한 것이었다. 이러한 구글의 행위는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법에 의하면 엄연한 위법사항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에 감탄하며 속으로 “세상 좋아졌네”를 외쳤을 수도 있다. 나의 개인 정보가 동의 없이 이용된 것이긴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최근에 관심있는 것을 추천해 주는 것이 나의 노력을 줄여주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차가운 컴퓨터가 나와 교감한다는 느낌에 오히려 긍정적인 경험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개인의 사소한 관심사에 대한 정보 공유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 하물며 나의 질병과 건강상태에 대한 개인정보 공유는 보다 심각한 논란을 야기할 것은 자명하다. 사실 의료계에서는, 환자의 과거 진료 기록을 다른 의료기관에서 열람할 수 있게 하거나 혹은 새로운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용도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왔다.

 

현재는 환자가 기존과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본인이 과거 진료 받았던 의료기관을 찾아가 의무기록복사 신청을 해서 이를 유인물, 혹은 CD로 복사하여 다른 기관에 제출하는데 이는 환자의 불편감을 떠나 많은 문제를 야기하였다. 예를 들면, 환자의 병력, 투약력, 약물이상반응 등 진료 시 의사가 정확히 알아야 할 환자의 정보는 그저 환자의 부정확한 얘기 혹은 환자가 떼어오는 일부일지 모르는 과거 진료기록에 의존하여야 하고, 전문가가 아닌 환자들은 의사가 알고 싶어하는 자신의 과거 병력을 정확하게 얘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인지 능력이 많이 저하된 환자나, 사고나, 질병으로 갑자기 의식이 불명한 응급상황의 환자인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아울러 맞춤형 및 인공지능이 주축이 될 미래 의료는 환자의 빅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필수인데, 국내 대형병원 및 심평원이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진료정보 빅데이터는 이러한 미래의료산업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재료이기도 하다. 물론 세상은 천사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공유된 환자의 진료정보가 악용되여 개인과 사회가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개인의료정보를 공유해 얻을 수 있는 미래의 기대 이익과 위험성 사이에서 이를 모두 충족시킬 만한 제도적 기술적 보완은 아직 미흡한 상태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제1차‘보건의료데이터 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였다. 보건의료데이터 정책심의위원회는 의료정보 및 보건의료데이터 정책 추진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위원회라고 하며,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바이오·디지털헬스 정책을 담당하는 보건산업정책국장 및 의료인과 환자 측을 포함하는 관련된 각 분야를 대표하는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공보 자료에 의하면 첫 회의의 주제로 디지털헬스케어 정책 방향, 임상데이터 네트워크(K-CURE) 사업 추진계획, 의료 마이데이터 정책 추진방향이 논의되었다고 하는데, 특히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임상데이터 네트워크 구축 및 의료 마이 데이터 정책에 대해서는 우선 개인정보보호의 대원칙 아래, 의료 플랫폼 생태계조성에 따른 새로운 관리체계 방안에 대해 논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한다. 회의가 첫 회의이니 만큼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향후 진행될 정부 정책의 방향은 개인정보 침해를 최소화 하는 범위내에서 가능한 한 정보 공유형, 개방형으로 나아갈 것은 확실해 보인다. 치과계도 여기에 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원회 참여에 상관없이 치과계의 각 주체별로 이에 대한 준비는 필요해 보인다.

 

환자의 의료정보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제도가 치과계에서도 확립된다면, 예를 들어 일반 치과의원에서도 임플란트 수술 시 환자의 과거 내과적 전신적 병력을 파악해야만 할 상황에서 환자의 과거 진료기록을 바로 접속하여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고, 환자는 더욱 안전하고 정확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그간 축적된 치과계 빅데이터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이 되면서 미래 치과의료 기술 혹은 기기 발전도 가속화 될 듯 하다.

 

사족이지만 필자가 그간 치과계에 느껴왔던 안타까운 점 중의 하나는 치과계는 의료계의 변화에 거의 언제나 뒤떨어져 움직인다는 것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상을 차릴 때부터 같이 상차림 협의를 해야 하는데 상 차리고 잔치 시작하는데 메뉴 타령하고, 우리 자리 달라고 하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치과계(협회)의 업무도 많고, 인력, 재정도 열악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 지엽적이고, 우리끼리 다투는 것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는 이런 것들이 좀 더 나아지길 바라고, 시야도 넓혀 중요한 의료정책 및 의료계 변화의 흐름을 보다 빠르게 간파하고, 미리미리 대비를 하여 급변하는 시대, 어수선한 시대에 우리의 권익도 잘 수호될 수 있는 치과계가 되기를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