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세대는 ‘베이비 붐’ 세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세대이고, “58년 개띠”로 축약이 되는 세대이다. 필자의 세대들이 지금의 ‘MZ세대’에 비해 열등한 것은 ‘생활 영어’일 것이고, 필자의 선배 세대들에 비해 뒤처치는 과목은 ‘한문’과 관련된 학문일 것이다.
우리 세대는, 특히나 당시에 유명한 고등학교 영어 담당 선생님들이 방과 후 ‘과외 아르바이트’에 전념하기 위해 수업 시간을 수시로 ‘자습’으로 활용하던 시절을 경험한 필자로서는, 서민의 가정에서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싼 수강료를 지불하는 ‘단과반 학원’이나 다니면서, “OO종합영어”로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 밖에는 뚜렷한 묘책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그 결과, 지금도 ‘영어권’에서 외국 손님이라도 와서 인사를 건네면 인사말 이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을 때가 많다. 어렵사리 문장을 만들어 물어보더라도 머릿속에서는 문장의 문법이 맞게 구성되었는지, 단어를 올바로 사용했는지를 고민하다가 정작 대화가 시작되면 입을 다물고 만다. 이럴 바에는 그까짓 영문법을 무시하고, LA에 1년 정도 살면서 흑인 아이들과 농구라도 하면서, 햄버거라도 사 주며 ‘LA생활 영어’를 배웠더라면 더 나은 영어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 적도 많다. 최근 들어서야 사물과 사건을 보는 시각이 ‘철학적’으로 변화했는지 과거에 쓸모없어 보였던 ‘영문법’이 의미 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우리 나라는 ‘and’와 ‘or’가 싸우고 있고, ‘should’와 ‘could’가 서로 앞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고 있는 것 같다. ‘수학’의 논리를 공부하다 보면, ‘and’는 앞과 뒤의 조건이 모두 만족이 되어야 ‘true’가 성립되게 된다.
이에 반해 ‘or’는 앞의 조건이나 뒤의 조건이 하나라도 만족되면 ‘true’가 성립될 수 있다. 조동사의 성격을 규명하는 영문법 책을 읽어 보면, ‘should’의 성격은 ‘and’와 가까운 것 같고, ‘could’의 성격은 ‘or’의 특성에 부합되는 느낌이다.
저녁 뉴스를 보다 보면, 정치권에서는 ‘and’와 ‘should’를 묶어 특정 논리(선택적 논리라고 표현들을 한다.)를 창출하고, ‘or’에 해당하는 논리를 전개하는 정치인들을 ‘비주류’ 내지는 ‘변절자’ 취급을 하기도 하는가 보다. ‘Could you......?’라는 공손하고 좋은 표현을 두고, 우리는 어느 순간에 ‘You should......’라는 강압적이고 의무적인 느낌의 표현을 너무나 자주 사용하는 느낌이다.
‘선거’에서는 어느 한 편을 선택해야 하는 과정이 필연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야 ‘and’와 ‘should’만으로 가능한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완벽한 행정부’를 원하는 사람들은 ‘and’와 ‘should’를 요구할 수 있지만, 사람의 일에 ‘틈’은 생기고 마는 것이고, 이 경우를 대비해서, ‘or’나 ‘could’를 준비해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필자의 상상이지만, 정부는 COVID-19하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 마스크 착용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냥 탄 사람들을 단속하기보다는, 약국에서 시간 맞추어 줄서서 살 수 있는 마스크보다는 국민건강보험료 등에서 마스크를 본인부담금 없이 일정량까지는 배급해 주는 자판기를 근처에 마련해 둔다든지, ‘거리두기’의 원칙에 따른 단속보다는 식당의 자율에 맡겨 ‘방역’에 힘쓰게 하고, 각 보건소에서 관할 식당별 이용객 중 COVID-19 감염자의 월별 발생인원을 역학조사 등으로 추산하여, 일정수 이상의 이용객이 이용한 식당 중 가장 월별 감염자 방문빈도가 낮은 업소 10%에게 방역지원금을 지불해 준다든지 하는 행정이 있다면, 이런 행정이 ‘could’ 행정에 해당될 것이다.
이를 의료계로 확대한다면, 모르긴 해도 ‘치협’ 회원들 대부분이 다른 의원급 기관들보다 현저히 낮은 내원환자 발생률로 ‘방역 포상금’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필자는 믿고 있다.
우리 ‘치협’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지부의 가입규칙을 세워두었는데, 이 규칙을 따르지 않는 회원들에 대해 ‘보수교육 수강에 대한 불이익’과 같은 ‘규제’를 가할 수 있는 ‘and’와 ‘should’의 영역에서, ‘or’와 ‘could’의 영역으로 이 회원들을 데리고 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치협이나 지부에서도 시도해 본 방법이겠지만, 협회비 등을 장기간 납부하지 않았거나, 지부 가입비를 미납한 회원에 대해, 이 회원이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데도 가입을 하지 않거나 회비를 내지 않는 경우가 아니고, 객관적(?)으로 인지될 수 있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우리는 이 회원을 ‘or’의 영역에 포함시키고 주변에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 KIOSK)’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입비’를 분납할 수 있게 하거나, 1년치 회비와 약간의 가산금을 첨부해 내면 처음 1년간만은 ‘회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등 이를 악용(?)하지 않는 회원들이 동료들의 눈치 보지 않고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는 해법을 통해, 사정이 어려운 신입회원에 대한 ‘Could you....?’를 배려심 깊게 요청해 봄으로써 우리의 곁으로 가까이 오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 후배들이 필자에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COVID-19 4차 이상의 백신 접종이 필요한 것인지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예방치과 교수의 의견을 들려달라고 하기도 하고, 어느 후배는 자신의 자녀가 치전원을 졸업하고 나면, ‘전문치과의사’를 취득하기 위해 수련을 받아야 하는지, 만약 받는다면 어느 과목이 미래에는 가장 가치가 있어 보이는지를 묻기도 한다. 필자도 후배들의 심정과 마찬가지로 시원한 답변이 어렵지만, 냉정함을 되찾고 다음과 같은, 나름대로의 대답을 간단하게 해 주었다.
처음 간 커피 전문점에서 어느 커피나 음료가 내 몸에 만족감을 줄지는 그 상점의 음료를 모두 마셔보지 못한 상태에서는 모르는 것이고, 이 상태에서 ‘키오스크’의 어느 버튼을 터치하면서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 선택은 ‘or’의 영역이며, ‘could’의 영역일 뿐이어서, 선택한 음료를 마시면서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대답해 주면서, 민주사회라면 이러한 선택의 묘미를 느끼고 사는 것이, ‘밀크커피’만 나오는 ‘구형 자판기’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오늘을 사는 요령이 아닐까 한다고 ‘예방치과 전공교수의’ 대답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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