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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가 제시하는 건강한 노화(Healthy aging)와 노인을 위한 통합 진료(Integrated Care for Older People)

정회인 칼럼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급격한 출산률 감소와 기대수명 증가로 노년층의 비율이 증가하는 인구구조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비율과 수가 전례 없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중장년층의 감소와 함께 지금까지 주로 돌봄을 제공했던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건강한 노화, 즉 노년층의 기능 감소와 돌봄 의존성(dependency) 예방 및 극복은 개인적 과제일 뿐 아니라 공중보건적으로도 시급하고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1).

 

건강과 노화는 일견 함께 성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건강백세라는 말이 익숙하게 들리듯이 노년기의 건강한 삶은 누구나 충분히 성취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건강에 대한 가장 유명한 정의는 1946년 제정된 세계보건기구 헌장에서 말한 “단순히 질병이나 병약(illness)이 없을 뿐 아니라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일 것이다. 그러나 이 정의를 노인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무리가 생긴다. 대다수의 노인들이 한 개 이상의 만성질환과 심지어는 만성통증을 가지고 있지만 잘 조절할 경우 스스로 충분히 건강하다고 느끼는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15년에 발간한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세계보고서’에서 기능적 능력(functional ability)을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존재가 되고 또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강과 관련된 특성”으로 정의하고, 건강한 노화를 “노년기를 안녕(well-being)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적 능력을 개발하고 유지해가는 과정”으로 정의하여2) 건강을 바라보는 관점을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기능을 잘 할 수 있는 상태로, 따라서 충분히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어서 돌봄에 의존하지 않는 것으로 바꾼 바 있다.

 

동 보고서2)에서 세계보건기구는 노인의 건강을 성취하기 위해서 현재의 진료(convetnional care)와 노인 중심 통합 진료(old-person-centered and integrated care)를 대조하였다. 전공별로 나뉘어서 독자적으로 운영되어 연속적이라기보다는 분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의 의료와 다르게 통합적 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 것이다. 그 이유는 노인일수록 다양한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으며 의료기관을 선택하고 이동하는 데 신체적 인지적 제약이 크고 경제적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기능이 저하되는 과정을 포착하고 빠른 중재를 통해 노화가 심화되고 있는 과정 또는 돌봄에 의존하게 되는 시점을 지연시키는 것은 질병의 증상이나 징후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가 치료하는 기존의 관점에서는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합적 의료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진료에서 수행되는 진단 및 치료 계획과 더불어 개인의 요구를 평가하는 사례 관리(case management) 시스템과 포괄적 개인맞춤형 케어플랜이 필요하다고 하였다3). 우리나라에서 사례관리 시스템과 케어플랜을 활용하여 통합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의 예로 아동 및 장애인 주치의 사업과,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범사업,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등이 있으며 현재 치과계에서 아동 치과 주치의 사업, 장애인 치과 주치의 시범사업,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범사업이 수행되고 있다. 최근 제2차 구강보건사업 기본계획에서는 “초고령사회, 구강건강 증진으로 건강수명 연장”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10대 핵심 세부과제 중 하나로 구강질환과 연관성이 높은 당뇨 등 전신질환 통합 예방관리 기반 마련을 선정하였고 당뇨·고혈합 등을 관리하는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에 구강질환 확장모형을 우선 개발할 것을 포함시켜4) 의료인과 치과 의료인이 통합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좋은 접촉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건복지 상태의 척도는 기대수명, 건강, 형평성의 세 가지로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이 오래 살되 건강하게 산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이러한 이상을 실현하는 데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조력자는 가족과 지역이었다. 그런데 가족과 지역이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많은 혼란과 불확실성을 겪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노인을 위한 통합 진료에 기여하는 치과 의료인의 역할과 역량을 모색해볼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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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장원 등. (2022). 노인을 위한 통합관리 안내서: 세계보건기구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2) World Health Organization. (2015). World report on ageing and health. World Health Organization.

3) World Health Organization. (2017). Global strategy and action plan on ageing and health. World Health Organization.

4)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22.6.9, 검색일 2022.11.22). “6월 9일 제77회 구강보건의 날 제2차 구강보건사업 기본계획(2022~2026) 발표”.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