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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구강노쇠 병명 도입과 노년기 구강노쇠 관리의 중요성

시론

노화(aging)와 노쇠(frailty)는 다르다. 노화는 세월에 따른 생물학적 구조와 기능이 자연적으로 감퇴되는 상태로 예방할 수 없다. 반면에 노쇠는 노화는 물론 영양섭취 및 신체활동 감소, 각종 질병 등에 의해 체력, 지구력 및 생리적 기능이 저하되어 취약(weakness)해진 상태로 예방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걷다가 넘어지는 것이 노화라면 앉았다가 일어설 때 주저앉게 되면 노쇠라고 할 수 있다. 노인의학에서는 뇌쇠를 노인증후군의 하나이자 장애 전단계로 본다. 노쇠한 사람은 낙상과 골절 등 신체장애와 인지장애 발생률이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음은 노쇠 예방을 위한 7개 수칙이다 - 회복 탄력성, 구강건강, 다양한 식이, 금연, 만성질환 관리, 사회참여, 신체활동. 이에 필자는 노쇠 예방 7개 수칙을 구강건강 중심으로 풀어보면서 한국형 “구강노쇠” 도입 및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자 한다.

 

# 자립적 노년기 : 적절한 잔존 치아 유지 중요

일본 ‘8020 운동’은 80세에도 자신의 치아를 20개 이상 갖고자 하자는 캠페인이다. 이는 ‘20개 이상의 치아를 가진 노인’은 먹는 것과 영양 섭취에 어려움이 없고,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낙상 및 인지장애 발생의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를 바탕에 두고 있다.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은 2000년 '8020 재단' 출범과 75세 이상 노인의 치과 무료검진 도입으로 2016년에는 80세 이상 일본 노인의 절반이 20개 이상의 치아를 가질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노인의 ‘흡연’은 충치(蟲齒) 혹은 풍치(風齒)를 더 악화시켜 치아의 소실을 초래한다. 이로 인해 다수의 치아가 소실되면, 씹는 힘이 약해져 육류 섭취 곤란 등 ‘다양한 식이’가 어려워 근력 감소와 함께 ‘신체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참고로 6년 동안 걷기만 한 노인에서 근력 감소 25%, 악력(握力) 감소 11% 나타나 걷기, 수영 등 유산소운동과 푸시업, 스쿼트 등 근력운동 및 손을 짚지 않고 일어나기 등 균형운동을 적절히 병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보기 흉한 외모와 좋지 못한 발음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면서 스스로 ‘사회참여’ 하는 것을 힘들어 해 노쇠를 자초하게 된다. 이처럼 노년기 금연과 구강건강 유지는 보행, 친목, 봉사 등 노인들의 사회참여와 신체활동 증진에 대단히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또 65세 이상 노인의 3~40%에서는 만성질환에 의한 복합 투약(6개 이상)으로 구강건조와 그에 따른 저작불편감이 나타나 노쇠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만성질환관리’가 중요한 이유이다. 이처럼 노년기 잔존치아의 적절한 유지는 장기간 오래 씹을 수 있게 됨으로 저작과 영양섭취, 근력과 인지기능 유지 및 사회참여와 신체활동을 가능케 해 노년기 ‘회복 탄력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 의존적 노년기 : 적절한 구강 기능 유지 중요

문제는 노인요양시설, 재가, 요양병원의 돌봄 노인들이다. 이들은 뇌졸중, 치매, 파키슨병 등 와상(臥牀) 상태에 의한 쇠약으로 파지력(把持力)이 현저히 떨어져 스스로 구강위생관리를 할 수 없고, 또 구강주변 및 혀 근력들이 약해져 제대로 씹거나 삼킬 수도 없다. 따라서 비록 잔존 치아 수가 적절하게 유지된다 하더라도, 이들은 ‘구강노화’(악구강계 자체의 생물학적 기능 감퇴)에 더해 구강질병과 뇌병변에 따른 구강주변부의 쇠약 증상인 ‘구강노쇠’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강노쇠는 노쇠에 따른 장기요양율 증가와 흡인성 폐염 등 질병 이환율 및 사망률을 높이기도 한다. 이에 일본 후생노동성에서는 구강기능저하증이라는 새로운 진단명의 도입과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노인들의 구강기능 향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참고로 다음은 일본 구강기능저하증의 진단을 위한 7개 항목이다 - 구강위생 불량, 구강건조, 교합력 감소, 혀와 입술 운동기능 저하, 혀 압력 감소, 저작기능 저하, 연하기능 저하(이 중 3개 이상에 해당되면 구강기능저하증으로 진단).

 

한편 카츠야 이이지마 동경대 교수는 노쇠의 정도를 간편하게 평가하기 위한 구강노쇠 자가 진단 여섯 항목을 제시하였다 - 잔존 치아 수, 씹는 능력, ‘타’발음 능력, 혀 근력, ‘씹기 힘들겠다’는 생각, 사레 걸림. 이 여섯 항목 중에 아무런 해당사항이 없는 노인은 4년 후 사망할 확률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보고하면서 구강노쇠 자가 진단이 노쇠 평가의 유용한 도구임을 입증하였다. 이는 국내 치과계에서도 구강건강관리 개념을 단순히 잔존 치아 개수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씹고, 삼키고, 말하는 등의 종합적인 구강기능의 유지 및 관리 차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 한국형 구강노쇠 : 병명 도입과 관리 및 연구 체제 확립 시급

이에 국내에서도 지난 8월 말경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대한치의학회 및 대한노년치의학회의 주도로 한국형 구강노쇠 항목 개발을 위한 전문가합의가 진행되었다.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합의한 구강노쇠 6개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저작(咀嚼)기능 감소(씹는 힘 저하), 교합력 감소(위아래 치아 맞물림 감소), 혀의 근력 떨어짐, 삼킴기능 감소, 구강건조(타액기능 감소) 및 구강위생불량. 이 중 2개 항목 이상에 해당되면 구강노쇠로 진단하고 다음과 같은 구강돌봄(완화)진료를 제시하였다. 먼저 년 2회 치과에 방문하여 구강검진과 스케일링 및 의치 관리를 위해서 받도록 권고한다. 이는 구강노쇠로의 이행을 멈추게 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기능과 교합력이 저하된 노인’에게는 조기에 임플란트나 부분 틀니를 통해 맞물리는 치아 개수를 늘릴 수 있도록 권장한다. 빠진 치아를 그대로 방치하면 치열이 흐트러지고 먹기 힘들어지며 발음과 인상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혀 근력 저하로 삼킴이 어려운 노인’에게는 혀를 앞·위·좌·우로 전진시키는 스트레칭을 권고한다. 이를 통해 침 분비가 많아지면 잘 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레가 자주 드는 노인’에게는 철저한 구강위생관리를 권고한다. 이는 흡인성 폐렴으로의 이행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강건조가 나타난 노인’은 정기적인 불소도포와 타액 대체재 처방 및 매일 매일 저작근 운동과 설구순 운동을 동반한 침샘 마사지를 권고한다. 제2차 구강보건 기본계획에 포함된 보건소 순회 구강관리사업도 이러한 바탕위에서 한국형 구강노쇠라는 새로운 병명의 도입과 함께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노쇠 예방 측면에서도 구강노쇠 예방과 관리는 대단히 중요함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노년기 구강건강관리도 자립적 노년기의 적절한 잔존 치아 유지 및 관리를 넘어서 의존적 노년기의 구강기능 유지를 위한 구강노쇠 예방 및 관리로 시급히 이행해야 할 시점임이 분명하다. 일본은 고령화 비율이 고작 7% 때 노화장수연구소를 설립하여 연구를 진행했는 데,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OECD 국가로서 구강노쇠 연구를 포함하는 치의학연구원 혹은 국공립 노화장수연구소가 없어서야……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