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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맞이한 대한민국의 인구문제(1)

시론

2023년을 맞이한 대한민국은 인구의 양적·질적 구조의 동시적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총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며, 출산율 감소, 고령화, 지방소멸과 인구의 수도권 집중현상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그림).

 

작년 한 해 세계인구는 0.9% 늘어 80억에 도달하였으나 대한민국의 총 인구수는 전년대비 0.23% 줄어 5천155만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역소멸 문제는 심각하며, 2022년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113곳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약 절반 수준입니다. 대한민국의 인구가 증가하는 것이 인류학적 관점에서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국인이라면 본능적으로 한국인의 숫자를 증가시키거나 최소한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질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총인구 감소는 저출산 트렌드의 지속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습니다. 저명한 인구통계학자인 볼프강 루츠(Wolfgang Lutz, 1956~현재)는 ‘출산의 덫’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는데, 출산율이 한계점(1.5명) 이하로 떨어지면 회복이 어려워 저출산의 덫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84명으로 OECD국가 중 유일하게 1.0명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출생률을 결과값으로 본다면 인과성 없는 비효율적인 저출산 정책들이 펼쳐져 왔습니다. 지난 10년간 매년 평균 10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였으나 결과는 처참합니다. 사실 저출산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하나의 조건이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저출산이 쉽게 극복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출산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10년 이상 지속되면 사회와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가지는 가치나 신념이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새해 첫날부터 줄어드는 절대적 총 인구수를 회복시키기 위한 정부의 야심찬 정책이 시행되었습니다. 2023년 1월 1일부터 모든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면 12개월간 월 70만 원씩 연간 840만 원을 지원받습니다. 기존 30만 원에서 크게 확대된 금액입니다. 또한 만 8세까지의 자녀를 둔 가정은 아동수당을 매월 1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 받습니다. 우리나라 월평균 근로자 수입이 320만 원임을 감안할 때, 이러한 직접적인 경제적 육아 보조금의 신설과 금액 상향은 부모에 대한 실질적 도움을 주어 저출산의 덫에서 빠져나오는데 있어 동아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물론 이러한 도움의 정도는 거주 지역이나 소득 등 각자의 형편에 따라 상대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낮은 출산율이 아주 냉철하고 정확한 판단에 의한 진화적 적응의 산물일 수 있습니다. 나 혼자 그럴듯하게 살아가는 것이 젊은 세대가 현 상황에 가장 적응한 모습일 수 있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려면 지속적인 주거생활비의 안정과 국가와 지자체의 육아 분담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야 할 것입니다.

 

이민자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요? 혹자는 이민자를 받아들여 총 인구수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2022년 시행한 이민자에 대한 한 설문조사 결과, 결혼과 노동 등 우리 사회문제의 해결에 필요한 이민에는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나 인도적 차원의 이민 확대에는 부정적 인식이 상당하였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듯 대한민국으로 이민 오는 사람의 수는 OECD국가들 중 최하위로 우리나라는 이민의 불모지에 가깝습니다. 이민자 정책의 경우 프랑스 같은 먼 나라 얘기인 것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우리나라도 2003년부터 이민청 신설에 대한 국가적 검토를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어느새 한국 내 체류 외국인의 수는 3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전체 인구 대비 체류 외국인 비율은 현재 4% 정도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매해 꾸준히 증가하다 2021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3.79%로 감소하였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될 경우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화 흐름과 국제적 기준의 충족에서 구성원의 국가간 이동과 이민은 필수불가결한 사항입니다. 이민의 역사에서 앞서 있는 국가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들을 잘 살펴보고 포용적이나 촘촘한 이민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라는 특수한 기간이 있었지만, 대한민국 1인당 국내총생산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67달러에서 2022년 3만5천 달러로 70여 년만에 520배 이상 증가해 왔습니다. 실로 엄청난 성장이고, 우리나라의 저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인구 감소와 출산율 감소가 국가생산력이나 경쟁력을 무조건적으로 떨어트리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로보틱스와 인공지능 등에 대한 투자와 해당 분야의 발전은 인력난에서 파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구수 감소에서 파급된 모든 문제를 과학기술로 메꿀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인구감소 효과는 20~30년 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며, 그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의 모멘텀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저력 있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 말입니다. 다음 회에서는 대한민국의 고령화, 지방소멸과 인구의 수도권 집중현상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