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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추천도서 - 서사(敍事)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서사란 사건의 진행 과정이나 인물의 행동 변화 과정을 시간의 앞뒤 흐름에 따라 이야기하는 서술 방법입니다. 특정한 사건을 줄거리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소설이 대표적이죠. ‘소설 효과’란 말이 있는데 이것은 소설책 읽기가 이해 기술의 높은 차원인 추론 능력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소설을 많이 읽는 사람, 서사적 장문을 많이 읽는 사람이 독해 능력이 뛰어난 연구 결과를 보인 이유입니다. 짧은 단문과 짧은 영상이 난무하는 것에 항상 노출되어서 이제는 긴 소설책을 읽어내려가는 일이 쉽지 않아진 것이 현대인의 모습입니다. 밀린 드라마를 밤새우면서 볼 수는 있지만, 소설책을 밤새 읽어내려가는 것이 이제는 쉽지 않아졌습니다.

 

이런 습관은 의사라는 직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서사적인 의료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쉽지 않습니다. 의료수가나 진료환경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 자체가 이미 긴 서사적 이야기를 듣는 것이 힘들어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러한 서사를 서로 이야기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의료 인문학에서 서사 의학의 중요성을 늘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 의사로서 너무 짧은 이야기가 아닌 좀 더 긴 이야기, 환자의 말을 끊지 않고 좀 더 길게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종이책을 읽어내려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소설 효과를 기대하기 충분한 훈련 방법입니다.

 

 

의사로서 외국인노동자와 마주한 서사적이고 생생한 이야기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서 환자들과 겪었던 희로애락 잘 담겨

『연결된 고통』 아몬드, 2023

 

남자 의사라면 대부분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3년을 보냅니다. 공중보건의는 위치에 따라서 하는 일과 경험이 천차만별입니다. 이 책은 현직 내과 전문의이자 의료인류학 연구자인 저자가 공중보건의로 일했던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외노의원)에서 만났던 환자들과 씨름하며 겪었던 희로애락을 담은 책입니다. 외노의원이 이제 폐원(2004~2017)하여 역사로만 남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외노의원과 그곳에 다녀간 이국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최초의, 유일한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노동자로서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상황, 본국에 돈은 계속 보내야 하지만 아파서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인 의사와 마주하고 있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난감하더군요. 이 책은 외국인 노동자와 마주한 의사로서 어떻게 서사적인 이야기를 환자와 풀어내는지가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건강과 불건강, 몸과 마음, 삶과 죽음, 나와 너로 구분되는 이분법의 시대에 의학이라는 단일의 카테고리에 포섭될 수 없는 아픈 몸들을 인류학적 시각에서 해석하고 복원했다고 합니다. 코로나 시대 감염내과 의사로 일하며 틈틈이 옛 기록을 복원하는 작업은 지난하고 외로운 일이었으나, 여러 차례 고쳐 쓰고 다듬어 집필 4년 만에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고 합니다. 의사로서 서사 의학에 관심을 가져야 할 당위성이 있다고 느껴진다면 필독을 권합니다.

 

 

디지털 시대 훌륭한 책 읽기에 대한 가이드

읽기·문해력에 관한 다양한 연구 등 제시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어크로스, 2023

 

어떤 매체가 학습에 가장 좋은가? 종이로 읽기와 스크린으로 읽기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오디오와 동영상 매체는 학습에 효과적인가? 디지털 문화 속에서 학생들은 깊이 있게, 지혜롭게 잘 읽는 법을 배울까? 교육의 가장 중대한 목표인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데 디지털 매체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최근의 논란에 대해서 잘 정리해서 꽤 명쾌하게 말해주는 책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책 읽기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도움이 될 내용이 많습니다.

 

이 책은 읽기와 문해력에 관한 다양한 최신 연구 결과부터 나이와 목적에 따른 매체 활용법까지 상세히 제시하며 그러한 질문에 최선의 답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읽기에 대한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종이책을 넘어 전자책과 구독 서비스, 동영상 강의와 오디오북까지, 디지털 학습 매체는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읽기의 시대가 왔다고 손짓합니다. 읽기 도구와 개념의 확장보다 중요한 것은 읽기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묻습니다. 한가지 표준이 정답이 될 수 없는 이때 이 책은 훌륭한 책 읽기 가이드가 되어줄 것입니다.

 

 

뇌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

종점이 없는 뇌, 확인해 볼 가치도 무한해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알에이치코리아, 2022

 

인간의 뇌처럼 미지의 영역이 있을까요? 아인슈타인의 뇌는 분명 다른 사람보다 무거우리라 생각해서 그 뇌를 훔칠 정도로 뇌를 알고 싶어 하던 병리학자 토머스 하비도 아인슈타인의 뇌가 일반인보다 오히려 가볍다는 것밖에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뇌를 평생 얼마나 사용하고 죽을까요. 물론 사용을 다 할 필요야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이왕이면 ‘잘’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한마디로 뇌의 무한한 가능성입니다.

 

인간의 뇌는 프로그램된 채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신경회로를 다듬는데 뇌의 지도는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겪는 경험들로 하나씩 완성되는 것입니다. 팔 한쪽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세계 최고의 궁사가 되었을까? 기억의 적은 세월이 아니라 다른 기억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왜 촉각과 청각처럼 다른 감각이 더 잘 발달했을까?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아이들이 루빅큐브는 맞추면서 친구와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뇌가 반쪽인 아이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평생에 걸쳐 스스로를 바꿔나가는 뇌의 무한한 가능성을 한층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본 것으로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뇌에는 종점이 없다.’ 확인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