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노력 없이 대박을 꿈꾸며 막연한 기대를 한다. 길몽을 꾸면 여지없이 복권을 산다. 특히 한탕의 꿈을 꾸며 로또복권을... 아니면 즉석복권으로 그 자리에서 운을 확인한다. 꽝이어도 쉽게 자위하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추첨을 통한 경품행사에 기회가 된다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참여한다. 공짜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우리의 공짜심리가 나쁘다고만 할 순 없다. 지루한 학술대회나 공연 중간에 행하는 경품추첨은 행사를 지루하지 않게 하는 맛깔스러운 묘미가 있다. 유독 더 잘 당첨되는 사람이 있다. 기회는 똑같은데 내게만 늘 꽝인가? ‘운칠기삼’이라 했나? 운도 실력이라고들 한다. 유달리 운발이 튀는 사람과는 경쟁을 하지 말라는 격언도 있다.
속이 덜 차 나는 꽝, 복권 떨어지는 꽝, 별 볼 일 없는 꽝, 의도하지 않은 꽝, 꽝이라는 단어가 좋지는 않다. 그러나 꽝을 밥 먹듯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그저 익숙한 단어일 뿐.(지나고 보니 모두가 꽝은 아니었다.) 무엇이든 채우려고 노력했다. 물질적 욕망과 사회적 지위 그리고 경험하지 못한 그 무엇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 그것으로 쌓여진 얕은 지식들로 인해 늘 부족함을 느낀다. 그로 인한 잡다한 생각으로 가득 찬 머리를 훌훌 비우고 싶을 때도 있다.
지금은 해제되어 자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길었던 코로나 정국에 우리의 삶도 변화가 많았다. 움직임의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고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외부로의 탈출을 꿈꾸면서도 막연한 그리움이 더욱 커져만 갔다. 막상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실천해보려고 마음먹었지만 꽝이 되어버릴 때가 많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는 이 고뇌의 순간을 어떻게 승화시켜야 하나?
배출을 위한 많은 방법 중 멍 때리기 대회가 떠오른다. 매년 전국 각지에서 ‘멍 때리기 대회’가 있다. 한순간이라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맑은 공기 마시며 심신이 가장 편안하고 이완된 상태를 체험해 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별난 대회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여러 가지 조건과 상품도 있다고 한다.
조용히 멍 때리기를 해본다. 눈감고 때릴까? 눈뜨고 때릴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편안히 등받이 의자에 기대어 멍하니 쉬어 보자. 멍하니 모자란 듯, 조는 것도 아닌, 안 조는 것도 아닌, 바라보고도 아무 것도 보지 않는다. 모든 생각 떨쳐버리고 멍하니 있고 싶다. 고개 끄덕끄덕 아무것이 없어도 아무것이 없지 않다.
멍 때리기... 지그시 눈 감고 명상에 빠져든다. 비우는 것이 채움인가? 그리움이 사랑인가? 꽝이 아니라 충만인가? 끊임없이 찾아 헤맸던 잊어버린 그 무엇들, 꽝 꽝 비우는 것이 아니라 채움을 위한 집착이었던가? 정신 건강을 위해 단순해지고 싶다. 깊은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오장 시인께서 ‘꽝’에 대한 소회를 말씀하셨다.
「중략... 삶 전체가 안고 있는 온갖 그리움과 어느 갇힌 탈출에 대한 염원을 펼친다. 그리움에 억눌려 두드리고 두드려 보지만 하얗게 비워지기만 한다. 세월 속에 남은 흔적을 끄집어내어 다시 곱씹어 보지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어제도 꽝 오늘도 꽝, 헛울음으로 시간을 붙잡지만 어떻게 해소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방법은 남았다. 스스로를 묶은 밧줄을 끊어버리면 된다. 꽝이 아니라 사랑이라 생각하면 된다. 내가 먼저 여는 문은 사랑으로 차오른다.
의욕에 앞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결과가 좋으면 그 모든 것이 반면교사가 되지만 과욕으로 인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서 후회하는 삶도 많이 봐왔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게 지나고 보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일상이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라는 위안을 하며 꽝이라는 의미에서 그리움의 승화된 채움으로 희망의 꽃을 다시 심으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오늘을 임한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다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노력하는 자에게, 간절히 원하는 자에게 기회가 더 많이 온다는 걸 믿는다. 하늘이 맑다. 꽝이 아닌 광(光)과 광(廣野)을 생각하며, 새 꿈을 그리며, 스치는 봄바람 봄 향기를 음미한다. 천리향 홍매화 라일락 수국... 이 봄을 맞을 준비하고 있다. 모란이 눈망울을 내밀고 있다. 정원의 빈 가지에서 수풀을 이루고 봄꽃을 터트릴 날이 멀지 않았다. 따스한 봄볕이 기다려진다.
꽝!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네
혼자가 되었다
제대로 갇혔다
감옥이 별건가
숱한 그리움의 억눌림
자유로워져야 하는데
배출되지 않는 찌꺼기
꽝! 꽝! 꽝!
의미 없는 두드림
멍 때려보아도
그리운 이들 그려보아도
멈춰버린 순간들
하얗게 비워져버렸다
세월 속에 스며든 흔적
끄집어내어 풀기도
그려도 보고 싶은데
왜 이럴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네
어제도 꽝!
오늘도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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