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노인은 대부분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한다. 2001년 미국의사협회 학술지에 실린 연구 결과가 이를 잘 증명한다. 그 결과는 구강관리를 시행한 노인그룹과 달리 구강관리를 하지 않은 노인그룹에서 폐렴 발생률이 31% 이상 증가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돌봄 노인에서의 흡인성 폐렴이 단지 구강위생관리의 부재를 넘어 불결한 의치, 뇌병변에 따른 흡인 위험과 인지저하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요양시설 치과계약의사제도 도입 과정에서 함께 했던 경험과 노년치의학회 활동을 토대로 습득한 돌봄 노인의 구강위생관리에 대한 실제적인 술기 내용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 돌봄 노인의 의치관리법
돌봄 노인에서 의치성 구내염은 흔하다. 이는 구강이 불결한 상태에서 스스로 의치를 빼기가 힘들고 게다가 복합투약에 따른 타액감소와 탈수 및 저영양으로 면역결핍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캔디다증이 잘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의치를 포함하여 잔존 치아에 대해서도 세심한 구강위생관리가 필요하다. 돌봄 노인에서의 의치 관리는 다음과 같다. 하루 1회 이상 칫솔에 치약이 아닌 비누를 묻혀 의치를 세척한다. 이는 치약 내 연마제로 의치 표면에 흠집이 생겨 오히려 세균번식을 더 쉽게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야간에는 의치를 입안에서 빼서 찬물에 담가 둔다. 소금물이나 60℃ 이상의 뜨거운 물에 의치를 담가 두면 색깔이 변하거나 변형될 수 있다. 또한 적어도 주 1회는 의치가 충분히 잠길 정도의 미온수(30~40℃)에 의치세정제를 녹인 후 담가 둘 것을 권한다. 의치세정제에는 살균효과를 내는 ‘과산화물’과 음식물 찌꺼기 및 플라그 등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치를 끼기 전에 의치세정제에 담가둔 의치는 반드시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씻도록 한다. 의치 세정제에 포함된 과산화물은 강한 산성으로 발진이나 입술이 붓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의치세정제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의치를 백포도 식초와 찬물을 1:1로 희석한 용액에 담근 후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금속성 부착물이 있는 경우에는 부식의 위험이 있으므로 금기이다. 의치통은 주 1회 이상 청소하고 희석한 락스액에 1시간 정도 담가 두고 사용 전에 비눗물로 씻도록 한다. 요약하면 돌봄 노인에서의 의치 청결은 구내염, 구취 및 흡인성 폐렴 예방 측면에서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는 폐렴구균에 의해 발생하는 일반 폐렴과는 달리 흡인성 폐렴(20~30%)은 음식물과 섞인 구강세균이 폐로 잘못 들어가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잘 관리되지 않은 의치를 끼고 잘 때 흡인성 폐렴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 흡인 위험 노인의 구강관리법
뇌졸중 노인에서 삼킴 곤란은 다양한 빈도로 나타나며,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히 대처하면 빨리 회복된다. 파킨슨병 노인에서의 삼킴 곤란은 흔하며, 병이 진행될수록 더 심해진다. 그러므로 구강관리를 진행하기 전에 삼킴 곤란과 흡인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칫솔은 부드러운 강모와 그립하기 좋은 큰 손잡이 및 작은 헤드의 어린이용을 선택한다. 간혹 전동칫솔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무게에 의해 손과 팔이 떨리게 되며, 흡인의 위험이 큰 경우에는 흡인 칫솔을 사용하기도 한다. 돌봄 노인에서는 무엇보다도 칫솔질의 자세와 방법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만약 흡인 위험이 높은데도 침상에서 움직일 수 없는 노인의 경우에는 머리와 몸체를 30~45도로 올리거나 아니면 머리를 한쪽으로 경사지게 한다. 누워 있는 노인에서는 베개를 사용하여 머리를 한쪽으로 매우 조심스럽게 올리거나 경사지게 할 수도 있다. 또 쿠션이나 베개를 이용해서 옆으로 눕게 한 후 곡반을 대면서 스스로 칫솔질을 하게 하거나 스스로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뒤쪽에서 안아 살짝 일으킨 자세(cuddle position)에서 칫솔질을 해준다.
반면에 앉을 수 있는 경우에는 먼저 상반신을 세우고 고개를 옆으로 하면서 칫솔질은 앞쪽에서 선 자세로 한다. 이때 헹굴물은 종이컵을 살짝 접어서 구부리는 방법으로 소량만 넣어주고 뱉도록 한다. 전혀 뱉지 못하거나 흡인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행굼물 없이 거즈를 감은 설압자나 손가락에 알코올 성분이 없는 구강청결제나 거품 치약을 묻혀서 닦아줌으로서 질식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치실 사용이 어려우면 물 온도, 압력의 세기, 노즐 각도가 잘 조절된 워터픽(waterpik)을 부드럽게 적용하거나 치간칫솔을 대신할 수도 있다. 요약하면 돌봄 노인의 흡인 정도를 파악하면서 고농도 불소 함유 치약으로 하루 2회 칫솔질을 하고, 칫솔질 중간이나 잠자리에 들기 전 불소 양치를 하게 한다. 구강건조가 심하면 물이나 무설탕의 차를 마시게 하고 치아에 불소 바니쉬(varnish)를 발라 준다.
# 인지 저하 노인의 구강관리법
의사 소통이 어려운 치매 노인에서의 구강관리는 치매 별 특징을 고려하여 진행하여야 한다. 먼저 “알츠하이머 치매”는 감각 자극의 수용 문제로 정상 노인보다 많은 양의 감각 자극이 필요하다. 또 치매가 진행될수록 치솔질 방법과 그 중요성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혈관성 치매”와 “루이소체 치매”는 삼킴 관련 문제가 흔하게 나타남으로 앞서 설명한 흡인 위험 노인의 구강관리를 따르면 될 것이다. 반면 “전두-측두엽 치매”는 삼킴 문제보다는 오히려 칫솔질을 할 수 없도록 입을 열지 않거나 거부하는 행동장애 측면이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칫솔질에 대해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노인 눈높이에서 밝은 표정으로 천천히 말을 걸고 부드럽게 손을 잡으면서 친밀감을 준다. 칫솔을 보여주고 만져보게 하면서 자기 치아에 갖다 대도록 도와준다. 그래도 칫솔질을 하지 않으면 칫솔을 잡고 있는 손위로 손을 함께 잡아 칫솔질을 하게 한다. 다른 손에는 수건이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물건을 쥐어주기도 한다. 이때 “날 봐(watch me)” 하면서 직접 칫솔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그래도 심하게 요동하거나 비협조적이면 침대 머리를 낮추고 잠깐 입을 벌릴 때 혹은 치아가 없는 공간으로 거즈를 두 세번 감은 설압자를 강제로 끼워서 공간을 확보한 후 좌우로 옮겨가면서 칫솔질을 실시한다. 칫솔, 치약, 치실, 치간칫솔 및 워터픽 사용은 앞에 설명한 것과 동일하다. 다만, 치매 노인에서 전동 칫솔은 오히려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행굼물을 흡인하지 않도록 고개를 살짝 숙인 자세로 조금씩 넣어주면서 같이 오글오글 가글하고 뱉는 흉내를 내면서 스스로 뱉도록 유도한다. 의식저하 등으로 칫솔질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설압자에 거즈를 감거나 구강스폰지를 이용하여 입안을 닦아준다. 요약하면 소통이 어려운 치매 중기 및 말기 노인은 구강질환으로 인한 견딜 수 없는 통증과 고통으로 탈수 및 영양실조 상태가 초래될 수 있음으로 구강관리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다만 이 단계의 규칙적인 이닦기는 노인의 수용능력 감소에 따른 행동장애로 인해 거의 투쟁(?)에 가까울 정도의 인내와 수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상에서 돌봄 노인의 구강불결은 의치와 흡인 위험 및 인지저하에 따른 흡인성 폐렴 발생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그러므로 돌봄 노인의 구강관리는 단지 구강위생관리라는 관점을 넘어 연명과 존엄사를 돕는 중환 관리(critical care) 관점으로 시행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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