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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hite Coat Ceremony!

스펙트럼

올해 2월, 어느덧 치의학대학원에 입학한 지 2년이 지나고 본과 3학년이 되었다. 본과 3학년이 된 후 처음으로 맞게 되는 공식 행사는 바로, 그 유명한 화이트 코트 세레모니! 예비 의료인으로서 첫 발걸음인 그 화이트 코트 세레모니를 하게 된다니, 떨리는 순간일 수밖에 없다. 의료인인 오빠를 보면서 난 정말 의료인은 못 되겠다고 혀를 내두른 게 몇 번인지도 모를 정도였던 내가 의료인으로서 첫 발짝을 떼게 되다니, 사람 일은 정말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다.

 

놀랍게도 의학도들은 원래 검은 옷을 입었다고 한다. 무겁고 진지한 직업이기에 성직자와 마찬가지로 검은 옷을 입었고, 또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엔 의사의 방문은 곧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후에 세균학이 발달해가면서 위생 개념이 강조되면서 청결하게 보이며, 전문성과 냉철함을 느끼게 하는 흰 가운으로 변했다고 한다.

 

‘화코세’라고 불릴 정도로 이제는 유명해져버린 화이트코트 세레모니는 1993년 콜롬비아 대학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열렸다. 당시 소아과 의사였던 아놀드 골드 박사의 아놀드 P 골드재단에서, 의학 훈련을 시작하는 의학도들에게 “휴머니즘”을 강조하기 위해 시작한 세레모니였다. “올바른 인격과 윤리의식을 가진 의료학도”를 기대하며 말이다. 결국 색이 뭐가 중요하겠나, 이 화이트 코트 세레모니의 근본에는 “휴머니즘”이 있는데 말이다.

 

솔직히 화이트 코트 세레모니를 했던 그 날엔 그 무게감을 실감하진 못했다. 엄숙하게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한 것도 잠시, 마냥 신나서 동기들과 가운을 입고 사진도 찍고 괜히 가족들과 맛있는 식사도 하며 즐겁게만 보냈던 걸로 기억한다. 예비 치과의사로서 첫 발걸음을 뗀 우리가 온전한 주인공이 되어, 그런 우리를 축하해주는 자리에서 신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조금 지나 이제 그 ‘가운’을 걸치고 병원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병원의 피라미드에서 제일 밑바닥에 있는 ‘원턴생’으로 말이다. 원내생도 아닌 원턴생, 병원에서 투명인간을 맡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는 그런 포지션에서 병원생활은 시작됐다. 그래도 나름 ‘가운’을 걸친 채 말이다!

 

원턴은 원내생 생활을 시작하기 전, 각 과들을 돌아가면서 경험하는 “원내생의 인턴” 개념으로, 치과 내의 여러 과들이 어떤 체계를 가지고 어떤 치료를 하는지 보면서 옵져베이션이 주를 이루는 과정이다. 마취과부터 시작해서 보존과와 보철과, 치주과, 구강외과와 내과 등 여러 과들을 돌면서 두려움과 신기함, 곤란함, 호기심 등 고작 몇 시간 동안 수많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

 

신기한 것은, 진료실을 보면 볼수록 치과의사와 나 사이의 괴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동아리 선후배로서 만났던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으로 보인다. 예전엔 ‘나도 할 수 있겠지’ 였다면, 지금은 ‘와,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솔직히 2학년 때 실습을 했을 때까지만 해도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진료실에서 실제로 환자를 대하는 선생님들을 보니 상황이 달랐다. 치과의사는 ‘환자를 대하는 직업’이었고, 그 길은 생각보다 예측불가능하며 곤란하기도 했다. 술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대하는 모습을 더욱 유심히 보게 된다. 그러면서 왜 1993년 아놀드 골드 박사가 굳이 “휴머니즘”을 앞세우며 세레모니까지 만들었는지 이해가 된다. 인간을 치료하기에 앞서 ‘대한다는’ 행위 자체가 휴머니즘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이 흰 가운 세레머니가 예비 치과의사가 된 우리를 축하해주는 행사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그 세레머니는 아마도 우릴 축하하는 게 아니라, 휴머니즘을 어떻게 겸비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과정을 숭고히 여기고, 그 과정을 밟을 우리를 격려해주기 위한 행사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지금 이 본과 3학년이 화이트코트의 휴머니즘 정신을 제일 열정적으로 느끼는 때가 될 수도 있다. 그냥 내 몸처럼 당연해져서 그 정신도 함께 옅어질까 걱정이 된다. 그렇기에 지금 그 정신을 더욱 바르고 의미있게 제대로 새겨놔야 할 것이다. 옅어지면 안되겠지만, 옅어진다 하더라도 지워지지 않고 항상 새겨져 있을 수 있게끔 말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