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란 M세대와 Z세대를 합친 용어로 1981년생부터 2012년생까지를 일컫습니다. M세대(Millennial generation)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말하며 1991년 미국에서 출판된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Generations: The History of America’s Future)’라는 책에서 처음 언급되었습니다. M세대는 대학 진학률이 높고 컴퓨터와 정보기술과 친숙하며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능숙하게 사용하면서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특징이 있습니다. Z세대(Z generation)는 M세대 이후 세대를 말하며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입니다. Z는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로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를 뜻하기도 합니다. Z세대는 어린시절부터 디지털과 IT 환경에 노출된 세대답게 신기술의 이용에 능하고 실생활의 기술적용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타인과의 비교도 쉽게 이루어집니다. 한국의 Z세대는 압박을 유발하는 경쟁과 반복되는 평가 속에서 성장하였고, 공정성에 민감하고, 자기 주장이 확실하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이미지를 가집니다. 현재 M세대는 40대 초중반에서 20대 후반까지 Z세대는 20대 후반에서 10대까지입니다.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전도유망한 세대입니다.
그런데 최근 영국의 국영방송국(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 BBC)은 한국 청년세대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하는 현상을 조명하였습니다. 사회나 가족 또는 자기 자신의 기대에 부응을 못했다는 심리사회적 이유로 고립을 자처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노년층이 주로 배우자 사망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진학·취업에 실패하거나, 실직을 하거나, 자신감이 떨어지고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6개월 이상 집 밖을 나가지 않은 극단적 사례들입니다. 이러한 고립은 코로나19 시기에 더욱 심화되었습니다만, 시대상의 필수적인 결과가 아니라 본인의 선택일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합니다. 2022년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에서 청년기본법에 따라 19~34세를 대상으로 ‘청년 삶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전국적으로는 24만4000명(전체 청년의 2.4%), 서울만 13만명(서울 거주 청년의 4.5%)으로 추산되었습니다. 경쟁적인 환경에서 사회적 성공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거나 타인으로부터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할 때, 자존감은 낮아지고 심리적 위축이 발생하여 자신만의 공간으로 숨어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은둔형 외톨이 생활이 노년까지 지속되어 부모세대의 짐이 되며, 사회적으로는 결혼과 출산 감소로 이어져 다음 세대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번아웃(burnout syndrome)은 불에 다 타버린 재에 다시 불을 붙여도 다시 타오를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한 것을 의미합니다. 열심히 살았다면 한번쯤 겪어 보는 증상일까요? 번아웃은 1974년 미국의 심리학자인 Herbert J. Freudenberge에 의해 제안된 개념으로,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교감신경과 호르몬을 위시한 내분비계 반응으로 발생합니다. 아주 의욕적으로 생활하던 사람이 한번에 신체적·정신적으로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며 냉소적으로 변하거나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합니다. 번아웃이란 DSM-5에 따르면 공식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주변에 엄연히 실재하고 있죠. 대개 스트레스가 개인의 역치를 넘어선 강도로 장기간 과도하게 누적되며 발생하게 됩니다. 적절히 주어지는 스트레스는 삶의 긴장을 유지하고 활력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그러나 번아웃 상태가 되면 일상적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능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무기력이나 부담감에 휩싸이고,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며, 휴식을 얼마간 가진다고 하여 쉽게 회복되지 못합니다. 심한 번아웃을 겪게 되면 회복까지 수주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MZ세대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번아웃과 연관이 있겠습니다. 세계적으로 M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완벽히 일을 처리하고 싶어하며,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경우 아예 일을 시작하지 않기도 합니다. 만성적인 불안, 스트레스, 성공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MZ세대의 부모세대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한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적정 나이가 되면 일자리를 찾고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부모세대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식세대의 교육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였고, MZ세대에 가지는 기대감은 커져만 갔습니다. 성적과 성과 중심의 교육기조는 MZ세대가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보다는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전공이나 학교를 선택하게 하였습니다. 대학에 진학하여서도 전공을 탐색하는데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기 힘들고 취직을 위한 스펙 쌓기에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어릴 때부터 가족과 사회의 기대에 어느 정도는 부응하기 위해 경쟁해 왔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찰이 덜 된 채 성인이 된 경우 번아웃 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삶에 대한 철학을 더 깊게 하고, 사회적으로 더 세심한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되겠습니다.
MZ세대는 저성장이 고착화된 성장 정체기의 한국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MZ세대에게 주어진 기회와 보상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있습니다. 땀 흘려 노력한 만큼의 파격적인 보상이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공정한 평가와 보상에 민감합니다. 그리고 공개된 정보와 소셜 플랫폼을 통해 타인과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대조해 봅니다. 이들은 조직이나 사회 내에서 부정적이거나 부조리한 일을 목격하게 되었을 때 높은 반감을 표했으며, 부정적인 조직/사회 환경에 더욱 큰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번아웃을 개인적 차원에서 대처하기는 힘듭니다. 개인이 조직과 사회의 영향력을 모두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MZ세대를 포함한 현세대와 다음 세대,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번아웃에 대한 더욱 성숙한 고찰과 행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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