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를 틈타 전 세계로 확장세를 넓혀가는 등 위세를 떨쳐왔던 글로벌 원격 투명교정 업체가 몰락하고 있다. 환자 부작용 이슈 등 여러 악재가 겹쳐 있고,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는 등 수년 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부적절한 원격 진료 사례의 말로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지난 2014년 설립된 미국의 투명교정 업체 스마일다이렉트클럽(SDC)이다. SDC는 가정에서 치아 교정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격 치과 업체다. 간소화된 절차와 경제성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환자가 집으로 ‘치아 인상 키트’를 배송받아 본을 떠서 SDC로 보내면, SDC에 소속된 치과의사가 환자에게 투명교정 장치를 처방하게 된다.
SDC는 치과의사와 대면 진료를 거치지 않고도 교정치료를 할 수 있어 진료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소개한다. 홈페이지에서는 교정 치료 비용 총 2250달러(한화 286만 원)로, 기존 비용의 50%를 절감한 수준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SDC는 가정용 교정기 시장의 95%를 차지해왔다. 또 지난 2019년 주당 20.55달러로 나스닥에 상장, 시총 89억 달러(한화 11.3조 원)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먹구름이 드리운 건 지난 2021년, SDC는 지속적인 내리막을 타다 당해 10월 주당 0.31달러를 기록하며 상장가 대비 -98.6%로 폭락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도 주당 0.65달러를 기록, 지난 3년간 영업이익은 매해 2~3억 달러 적자를 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에는 나스닥으로부터 상장폐지될 위험이 있다는 통지까지 받는 등 존폐기로에 선 상황이다.
# 상당수 교정기 파손 배송 지연
이 같은 SDC 몰락의 배경에는 치료 과정에서의 부작용 등 낮은 환자 만족도가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어 원격 진료가 가진 명확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 보호기관인 ‘Better Business Bureau’에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접수된 부작용 건수만 2500여 건이다. 상당수가 교정기 파손이나 배송 지연에 따른 것이고, 이 중 치아 수십 개가 부러지거나 신경이 손상되는 등의 심각한 사례도 포함돼 있다. 또 온라인상에는 SDC에 대한 집단 소송 참여자를 모집하는 움직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SDC를 이용한 한 환자는 “SDC의 사업은 사기다. 얼라이너가 치아·잇몸·턱에 큰 문제를 일으켜, 결국 다른 병원에서 수천 달러를 지불해 치료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최근 SDC는 고객 환자를 대상으로 불공정 계약을 종용했다는 법적·윤리적 문제에도 연루돼 악재가 겹치고 있다. SDC가 피해를 입은 고객 환자들에게 환불을 해주는 조건으로 그들이 불만을 제기하거나 부정적인 진술을 하지 못하도록 입을 막은 것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환자만 미국 전역 1만7000여 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치과교정학회도 SDC의 기만적이고 불공정한 비즈니스 관행이 치아 교정환자에게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미 컬럼비아 특별구 법무부는 SDC를 고소했고, SDC도 뒤늦게 이러한 불공정 계약 관행을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해외 진출 행보에도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SDC는 과거 전 세계 12개국에 진출해 있었으나, 현재는 미국, 호주, 아일랜드, 영국, 캐나다 등 5개국에 그친다.
# 비대면 진료 SDC 사례 예의주시 필요
현재 국내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원격 진료가 태동한 이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시행되는 등 제도화 수순을 밟고 있다. 치과도 비대면진료의 경계선에 서 있어 SDC의 사례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치협도 진단의 안전성·객관성 측면에서 비대면진료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 원격 투명교정 업체가 국내 투명교정 시장진입을 시도해 치협과 대한치과교정학회가 공동으로 의료법 위반 등 고발 조치를 취하는 사건도 있었다. 문제는 편리성만 강조하다 보면 진료의 정확성, 안전성 등 본질적인 문제는 등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종오 치협 치무이사는 “원격 진료, 특히 치아교정은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예상한 치아 이동 방향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때문에 환자의 주요호소증상(C.C)을 파악하고,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며 “비대면진료는 환자의 편의를 위해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료의 본질과는 멀어져 있다. 특히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에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위임한다면 환자 안전은 더욱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