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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 치과는 왜 문제인가?

황충주 칼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5년간 5명의 치과의사 명의로 사무장치과를 운영한 A씨에게 의료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징역 2년 6월, 운영을 공모한 치과의사 B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명의를 대여하고 진료를 한 치과의사 3명 중 2명은 벌금 800만 원, 나머지 한 명은 벌금 500만 원에 처해졌다. 비의료인 A씨는 치과의사들에게 명의를 대여하면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무장치과 운영을 제안했고 치과의사 B씨와 G씨는 사무장치과를 운영하며 각각 1억3,758만5,440원, 7,845만6,130원 상당 요양급여비용을 타낸 사기죄 혐의도 받았다.

 

보건복지부가 사무장병원을 척결하기 위해 진입단계에서부터 운영단계, 퇴출 단계별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사무장병원 역시 갈수록 지능화되고, 형태가 다양해 구별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며 ‘사무장병원’의 불법 의료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최근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서상 불법개설기관의 명의대여, 사무장(실운영자), 공모자, 방조자 등으로 적발된 불법개설 가담자 현황을 6월 14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09~2021년, 13년간 사무장병원 개설 가담자는 총 2564명이었으며, 치과의사의 사무장치과 명의대여 횟수는 103건이었고 직접 사무장치과를 경영한 횟수도 24건에 달해 해마다 7.6명의 치과의사가 사무장치과 개설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사무장치과는 치과의원 142곳, 치과병원 2곳으로 총 144곳이었고 부과된 환수 결정금액은 285억 원에 달했다. 적발된 사무장치과 144곳 중 약 72%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서울이 54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 38곳, 인천 13곳이었다. 이어 충남(7곳), 충북(7곳), 부산(6곳), 대전(4곳), 전남(4곳) 경북(3곳) 등의 순을 기록했다.

 

적발된 치과의사의 사무장 사례 중 과반수인 16건이 30·40대였던 것으로 파악되어 무엇보다 젊은 층이 주축을 이뤄, 장기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의대여 적발 사례에서는 치과의사의 연령대가 타 의료인 대비 비교적 높게 형성됐는데 50대가 31건으로 최다를 기록했으며, 이어 70대 이상 29건, 60대 19건, 40대 15건, 30대 9건 등의 순을 보였다.

 

행정조사에서 적발된 사무장병원들은 신용불량자인 의료인 면허를 대여한 경우가 많았고, 인테리어 업자가 설립한 한의원이나 중국인의 자본을 투자받아 설립된 피부과 의원도 적발됐다. 행정조사가 이뤄진 5개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해 의료기관 개설’ ‘비의료인이 의료생협을 통해 의료기관 개설’ 등 2개 유형이며 의사가 복지재단, 선교단체 등의 비영리법인의 명의를 대여해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일부 있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는 의료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준정부기관, 지방의료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 한하여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자격이 없는 자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금지되고, 여기서 ‘비의료인 개설’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의료기관 개설명의로 판단될 사항이 아니라,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무면허자가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되므로, 같은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은 처분의 대상이 된다.

 

의료법 제87조2에 따르면, 명의대여 의사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의료기관 사무장으로 적발될 시에는 의료법 제87조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처벌에도 불구하고 가담자의 약 30%는 사무장병원 개설을 2회 이상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사무장병원은 불법의료기관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개설되어 지나친 영리 추구로 의약품의 과다처방이나 시술 등의 과잉진료, 일회용품 재사용, 정원외 수용 등을 서슴치 않는다. 각종 불법 및 시설 안전문제 등으로 대형사고 위험도 도사리고 있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데다 모든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사무장병원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갉아 먹는 주범 중 하나이며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건강보험 수지는 해마다 나빠져 올해 적자 규모가 1조4000억 원에 달하고 2029년에는 적립금이 완전히 소진될 전망이다.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이 운영되었던 기간 중 10년간 지급했던 요양급여 진료비인 공단 부담금과 자기부담금을 환수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급여비 전액환수에 대해 ‘위헌’이라 판정했기 때문에 의료기관 일상 운영비와 같은 급여비 일부는 감면한 후 징수해야 한다. 형사소송이 종결되기 전까지 압류재산에 대한 공매처분도 어려워 부당이득금 환수에 어려움이 있다. 공단이 관여하지 않는 ‘비(非)급여’ 진료비는 환수 대상이 아니므로 이런 점을 노려 ‘비급여’가 많은 영역의 진료를 위주로 하는 불법의료기관이 적지 않다. 사무장병원 개설자의 경우, 재산을 미리부터 은닉하는 경우가 많아 막상 적발돼도 그동안 지급한 건강보험금 회수가 어려워 환수액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번 적발되고도 그 후에 사무장병원을 또 차리는 재범도 적지 않은 이유는 처벌 수위가 약하고, 재발을 막는 장치도 허술하기 때문이다. 불법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을 막기 위해서는 더 실효성 있는 환수방법과 비급여 영역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처럼 불법행위를 일삼고 건보재정을 악화시키는 사무장병원에 대해 지자체는 설립 인허가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건보공단은 국민적 이해를 높이고, 유관기관과의 업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불법개설기관 적발 및 판례를 공유하고 건강보험 재정 피해가 막대한 만큼 사후조치뿐 아니라 사전 진입 차단에도 주력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사전예방이 더 중요하므로 이런 병원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검찰과 경찰이 단속과 철저한 수사를 하도록 촉구하여야 한다. 2022년 12월 기준 치과에 근무 중인 사무장병원 기 가담자는 총 64명이며, 이 가운데 59명은 의원급, 5명은 병원급에 근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의료인은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실질적인 운영자만 처벌을 받는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데, 의료기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한 의료인 또한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는 사실을 계몽하여 선의의 치과의사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안내와 홍보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