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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平行線)의 종착역

시론

대한치의학회의 추천을 받아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에서 비상근위원으로 매달 열리는 월례회의에 참가한지도 4년 정도 되는 것 같다. 요즘 비난받는 이름뿐인 위원회가 아니어서,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회의실에 모여 의·치·한의학 관련 기술, 재료 등을 평가하는 회의에 위원들은 참석해야 한다. 필자는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결석하지 않고 꾸준히 참석했기 때문인지 기관 측에서나 회의를 주재하는 위원장 입장에서는 성실한(?) 위원으로 인정받은 느낌이다. 회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여느 회의와 마찬가지로 위원 과반수가 참석해야 하는데, 필자를 제외한 위원들 대부분이 해당 소속 단체에서나 근무기관에서 소위 잘나가는(?) 전문가들이다 보니, 매회 100% 참석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인데도, 필자는 중요한 회의가 겹치는 때 이외에는 거의 모든 회의를 성실히 참석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가감없이 받아들이는 ‘순백의’ 필자의 이미지가 기관 측이나 위원장의 회의 진행에 어느 정도 협조하는 뉘앙스를 주었던 것은 아닐까도 생각된다.

 

3년 전 즈음으로 기억되는데, 당시 회의 중 한의(韓醫師)대표로 참석한 위원과 양의(醫師)대표로 참석한 위원(정형외과) 간에 정형외과 시술 문제로 언쟁이 벌어졌고, 위원장의 중재가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평소 안면이 있던(?) 필자에게 위원장이 중재안을 부탁하였다. 먼 산 불구경하듯 흥미진진하게(?) 양방과 한방의 언쟁을 지켜보다가 난데없이 불똥이 필자에게 튄 느낌이 들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한의대표 위원에게, “한 사람의 위원이 한의사들을 대표하는 입장이라 어려운 점은 있겠지만, 일단 회의에 자주 참석하셔서 본인 관심사가 아니더라도 의견을 첨가하고, 다른 위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친밀감을 두텁게 쌓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 발언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드립니다.”라고 조언하였고, “당일 안건에 대해서는 이전 회의과정에서 오늘과 같은 결론이 도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었을 것인데, 어떤 이유로 이와 같은 결론 도출을 막지 못했는지 안타깝다.”는 의미로 발언을 한 기억이 있다. 회의는 해당 안건을 위원장의 직권으로 ‘추후 재논의후 결정’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무난하게 마칠 수 있었다고 기억된다.

 

그 이후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위원들이 꾸준히 참석하는 필자를 잘 평가해 준 탓인지, ‘구강’이나 ‘치과’와 관련된 재평가 안건에 대해서는 필자의 의견과 소위원회 대표로 발언하는 치과병원 교수님들의 의견을 되도록 들어주려 하고, 필자가 속마음으로, “그런 수준까지는 조금 과도한 요구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수준까지, 회의에 참석했던 위원들이 치과의사 편을 도와주는 ‘보너스 같은 선물’까지 얹어주곤 하였다. 그 덕분인지 약 4년간의 위원 재임 기간 동안, ‘치과 영역’, 또는 ‘구강악안면외과 영역’에서의 안건이 ‘잘못 평가’되는 일은 적었다고 필자는 자부하고 있다.

 

우리는 이종(異種)의 집단이 모이는 회의에 참석할 때, 일단 ‘경계’의 눈빛으로 사방을 살피게 되고, ‘반목(反目)’의 시선으로 모임에 참가한 다른 위원들을 바라보게 된다. 필자도 처음에는 몸에 밴 ‘입바른 소리’ 탓에 의사와 간호사, 기관측 전문연구원들로부터 ‘십자포화’를 경험한 적도 많았다. ‘치과’를 대표하는 1인의 위원이 그런 분위기로 참석을 계속해 본들, 정작 ‘치과’나 ‘구강’ 관련 안건이 올라오는 경우 주변의 도움을 받기는 어려울 듯하여, 회의에서 다루어지는 안건 중 필자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안건에 대해서는, 필자가 해당 분야에서는 그리 뛰어난 전문가는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여, 다른 전문위원들의 견해를 경청하고, 해당 내용에 대해 새로이 배우는 마음으로 질문 등을 통해 의문을 해결해 나가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어느 분야이건 ‘전문가’는 있기 마련이고, ‘치학’, 또는 ‘치의학’을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한들, ‘의학’과는 다른 학문이 되는 것이고, 반대로 ‘의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치학’을 포함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서로 다른 평행선을 인정하게 되면, ‘반목’이 아닌 ‘협력’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다. ‘위원회’라는 것은 평행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와 같은 것이어서, 왼쪽 창을 통해서는 ‘산’이 보일 수도 있고, 오른쪽 창을 통해서는 ‘강’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서로를 인정할 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기차는 달릴 수 있다는 진리를 배운 지난 4년간이었다고 필자는 회고한다.

 

이렇듯 긍정적인 결과만 산출된다면 필자의 능력을 자랑해도 좋겠지만, 최근 참석했던 또다른 유관기관과의 회의 결과는, 필자에게 아쉬운 감정을 가져다준 회의였다. 수년간 치협과 해당학회, 그리고 기관 간에, 그야말로 중간에 철길을 만들어가면서 미래의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열차를 타고 있다는 생각으로 승차했던 열차가, 학회 측과 유관기관 간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더 이상의 철길 구축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필자로서는 대한치의학회의 대표로 참석한 위원회였기에 이렇다할 이견을 제시할 입장이 아니었지만, 위원회의 사업 추진이 잘만 진행되었으면, 우리 치과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미래상을 창출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필자의 예상을 빗나가게 만드는 아쉬움을 남긴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아쉬움 속에서도 남아 있는 작은 희망의 불씨는, 아마도 필자를 제외한 젊은 세대의 구강보건계 주축 인재들이 후속의 더 좋은 사업을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일 것이다. 어차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의미로 ‘위원회의 임무 종료’를 받아들이면 필자의 아쉬움 따위는 사라질 수 있다. 아쉬움의 감정을 담아 한 살이라도 더 먹은 필자가 당부드리는 것은,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후속 주제를 위해 구성되는 위원회의 구성원으로 추천받아 모인 위원분들은, 기차를 함께 타고 가고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하고, 결과적으로 협력(協力)의 선(善)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회원들의 권익 보호와 국민구강보건의 증진을 위한 방안을 도출해 내는 것이 ‘도착역’인 것은 변함없는 진리일 것이므로, 도착역에서 하차할 때까지 ‘반목’이 없는 ‘협력’을 하면 되는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