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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치과 가기 어렵다” 길 잃은 자폐스펙트럼 환자들

공간 부적응에 일반 치과서 진료 힘들어
환자 성장에 따라 ‘돌봄’ 필요성도 강조돼

 

“치료받을 곳은 많이 생기는데 정작 아프면 갈 곳이 없어요. 발달장애인들이 눈치 안 보고 갈 수 있는 병원을 만들면 좋겠어요.”

 

9살 한결이(가명)는 치아가 아무리 아파도 마음 놓고 찾아갈 수 있는 치과가 없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인해 행동조절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호자들은 공간 부적응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공간 부적응에 따른 불안 증세를 해소할 수만 있어도 치료의 문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자폐스펙트럼 환자 29세 정현우 씨(가명)도 마찬가지다. 정 씨의 경우, 청소년기 자살 시도로 인해 신체적 기능 쇠퇴와 정신과적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폭발적인 분노 표출 등이 발생해, 지금까지 폐쇄병동과 일반병동을 오가며 재활 치료를 받아 왔다.

 

다행히도 정 씨는 행동조절이 가능해, 일반적인 모든 진료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동네 치과는 언감생심이라고 말한다. 보호자인 최지나 씨(가명)는 “일반 치과를 가니, 현우는 자꾸 ‘딱딱해요’라고 표현하는데 원장님들이 충치도 없고 괜찮은데 뭐를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에 긴 대기시간을 감수하더라도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폐스펙트럼 환자의 치과 의료 실태를 심층 연구한 결과를 부산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발표해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 보호자의 의료 경험 내러티브(노미정·오희진)’를 제호로 한국발달장애학회지(The Journal of Developmental Disabilities) 최신 호에 게재됐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내러티브 탐구’에 초점을 맞췄다. 내러티브 탐구란, 인간 경험 이해를 중점에 둬 다소 주관적인 성격을 띄는 대신, 대상을 입체적이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연구 방법이다.

 

또 이를 보다 더 집중적으로 조명하고자 연구팀은 엄격한 선정 과정을 거쳐, 자폐스펙트럼 환자 보호자 2명을 선정한 뒤 심층 면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자폐스펙트럼 환자의 의료 경험은 의료인에게 집중되는 형태를 띄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질병으로서의 의학보다 의료인과 맺은 관계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뜻이다. 더불어 환자의 성장에 따라 학교나 복지시설 등으로 확장되는 ‘돌봄’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생애주기에 맞는 자원과 인력의 지원 ▲통합적 전문가 혹은 기관의 설치 ▲의료인 대상의 전문 인력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 등을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