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이 쌓여있는 눈길을 걸으면 뽀드득 소리와 함께 내 뒤에는 나를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 있다.
발자국... 내가 좋던 싫던 발자국은 항상 내 한 발자국 뒤에서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발자국은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내가 똑바로 걸으면 발자국도 바르게 걷고 내가 비틀거리며 걸으면 발자국도 같이 비틀거린다. 생각을 해보면 결국 내가 남긴 발자국은 내 과거와 같고 내가 어떻게 걸어왔는가를 확인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모든 사람들은 반듯하고 잘 정렬되어있는, 보기 좋은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발자국이 반듯하게 남겨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내 발자국은 어떠한가? 어떤 사람은 자신이 남긴 발자국을 보고 후회하기도 할 것이고 실망하기도 할 것이다. 다시 뒷걸음쳐 되돌아가 고치고 싶지만 이미 한번 남겨진 발자국은 바꿀 수가 없다.
우리가 남기고 가는 발자국이... 내가 지나온 내 과거가 반듯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내가 남길 발자국이 올바른 방향을 향해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눈을 감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 앞으로 나아가보자. 그러면 내가 남긴 발자국은 대부분 비틀거려 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 때는 엉뚱한 곳을 향해 있기까지 할 것이다. 결국 멀리있는 한 곳을 바라보며 차분히 앞으로 나아가야만 내 발자국은 가지런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걸어 나가는 것이 마치 우리의 삶과 같다. 목표를 잃고 앞으로만 나아간다면 방향은 틀어지고 하루하루 남겼던 발자국들의 일관성마저 사라지게 된다. 앞으로 가는 동안 매시 매초 선택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선택에 일괄성이 있으려면 결국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가 있어야지만 매 순간 선택이라는 놈과 마주했을 때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치과의사로 일을 하면서 많은 세미나 및 연수회에 참여를 하는 동안 많은 연자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각자의 소신이 있었으며 그렇게 수 십년이 지나고나니 대한민국에서 인정받는 훌륭한 치과의사들이 되어 있었다. 그들의 삶도 때로는 회의적이고 때로는 후회스럽기도 했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곳에 더 가까이 가기위해 하루하루 발걸음을 내딛었기에 많은 후배 치과의사들이 그들을 따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 내가 남긴 발자국은 어떠한지 바라보자. 혹시 너무 이기적인 생각들로 남겨진 발자국은 없었나? 아니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발자국은 없었나?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도 참 민망하기 그지없는 수많은 발자국 들을 남겼다.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남들은 이해할 것이다, 아니면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뭐... 라고 하며 내 스스로를 속이며 순간순간 내딛었던 그 수많은 발자국들... 지금와서 지울 수는 없지만 앞으로 내딛는 다음 발자국은 항상 옳은 방향을 향해 있었으면 좋겠고 나도 내 발자국이 훌륭한 선배들의 것처럼 수많은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인생을 살았을 뿐인데 우리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 그리고 후학들의 선배가 되어야 하는 삶도 같이 살게 되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내 발자국을 바라본다 생각을 해보면, 어쩌면 내 인생에서 나와 내 생각만이 중요한 것이 아닐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나는 한 발자국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