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설압(低舌壓)은 구강노쇠의 마지막 진단 항목이다. 혀는 혈액이 풍부한 8개 근육덩어리로 음식 섭취나 쉼 없는 대화에도 피로해지지 않는다. 간혹 혀에 염증이나 깨물릴 때 순간 고통만 강렬할 뿐 뭉친 느낌의 통증 없이 빠르게 치유되는 것으로 보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혓바닥의 미세한 주름은 마치 손가락 지문처럼 모든 사람에서 다르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깊어진다. 이로 인해 면역 저하와 설하 신경 이상을 보이는 돌봄 노인의 혀에서 구강위생불량으로 설(백)태 형성과 함께 세균 혹은 바이러스의 감염원으로 작용한다. 혀를 청결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이다. 더불어 후각과 미각 기능도 점점 감퇴되면서 그들의 영양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필자는 혀의 미각 기능을 포함한 발음과 삼킴 등 운동 기능이 구강노쇠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고자 한다.
# 혀의 미각 이상: 뇌병변과 영양 고려
혀 점막에는 수많은 돌기(유두)가 있다. 혀의 전방 2/3에 분포하고 있는 심상돌기는 안면신경의 지배를 받고, 유곽돌기와 엽상돌기는 각각 혀의 후방 1/3과 혀의 측면과 후방에 분포하면서 설인신경의 지배를 받는다. 돌기 속에는 미뢰가 존재하며, 그 속의 감각 세포가 음식물 이온과 접촉하면서 여러 가지 미각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미각 즉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느끼한 맛으로 6가지이다. 참고로 통증(매운 맛), 온도, 압력(떫은 맛)은 삼차신경의 가지인 설신경의 지배를 받는 일반 감각이다.
‘혀의 맛 지도’에서는 각각의 맛을 느끼는 부위가 다른 것처럼 묘사되지만, 사실은 돌기마다 미각을 느끼는 강도가 다를 뿐 모든 미각을 다 느낀다. 문제는 이러한 미각이 음식 섭취의 첨병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미각에 이상이 생기면 식사량이 줄어들어 영양결핍을 초래하거나 특정 미각에 대한 증독으로 전신질환의 위험(악화)이나 과체중을 초래하기도 한다. 단맛의 역치 증가는 설탕 과다 섭취에 따른 당뇨병 위험으로, 짠맛의 역치 증가는 고혈압 악화로, 과체중에 따른 혀 살의 증가는 미각 둔화로 이어져 더 자극적인 음식 섭취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간혹 사랑니 발치나 중이염 수술에 의해 안면신경 가지인 고삭신경 손상에 의해 미각 이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여기에 코 막힘, 상기도 감염, COVID-19 감염 등으로 후각 이상이 나타나면 미각 이상도 발생한다. 미각 이상은 질병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갑작스럽게 나타나면 뇌졸중, 뇌종양, 급성 상기도감염을, 서서히 나타나면 비강 폴립이나 만성 상기도감염을, 간헐적으로 나타나면 알러지, 화학물질 노출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복합투약에 따른 구강건조나 강박증, 편집증, 신체화 장애 등 정신질환과도 관련이 깊다. 요약하면 돌봄 노인에서 이비인후과 질환 없이 갑작스러운 미각 이상은 섭식 및 영양 문제와 관련될 수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 혀의 발음 이상: 설하 신경 마비와 발음 훈련
설하 신경(12번 뇌신경)은 설골하근(infrahyoid m)과 혀의 내재근과 외재근에 분포하며 혀를 움직이는 순수 운동신경이다. 이 설하 신경은 다른 뇌신경과 근접하면서 복잡한 해부학적 경로를 따른다. 그러므로 보통 설하 신경 마비(palsy)는 단독(isolated)으로 거의 나타나지 않고, 주로 두개골 기저부의 종양과 동맥류, 뇌졸중, 뇌간 감염,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루게릭병) 등에 의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설하 신경 마비로 혀 운동 기능이 저하되면서 구음 장애 즉 발음이 부정확해지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입술 주변 근육들의 보상작용에 의해 대부분 발음이 수개월 내에 거의 회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설하 신경 마비 증상으로 혀의 위축 및 쇠약과 함께 혀의 전진 운동 시 첨부가 이환측으로 이동한다. 또 음식을 이환측에서 씹을 시 음식이 치아 교합면 위에 있지 못하고 자꾸 위축된 혀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혀 마비 환자에서 sponge(oral swab)로 혀 밑을 닦아주어야 하는 이유이다. 또 루게릭병에 의한 설하 신경 마비는 혀 배면의 작고 경미한 움직임 즉 근섬유다발수축으로 음식물을 씹고 삼키고 말하는 것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진단을 위해서는 CT 혹은 MRI 촬영, 요추 천자(lumbar tapping)를 통한 뇌척수액 검사 및 바이러스(EBV, HSV, VZV 등) 검사가 필요하다. 만약 모든 검사 소견에서 정상이면서 선행 증상이 없다면, 특발성 설하 신경 마비로 진단하며 특별한 치료 없이도 대략 2주 안에 증상이 호전됨을 알 수 있다. 만약 수개월이 지나도 설하 신경 마비가 지속되면 세심한 문진과 신경과적 진찰이 필요하며, 이차적으로 단독 설하 신경 마비가 의심되면 혈관촬영을 하기도 한다. 요약하면 이것이 돌봄 노인에서 혀 운동 반응 속도와 교치성(dexterity) 평가를 위해 조음교대운동장비(diadochokinesis)로 ‘pa’/’ta’/’ka’ 발음의 반복 속도와 정확성을 평가하는 이유이다.
# 혀의 삼킴 이상: 감소된 설압과 근력 훈련
미각 이상이 특정 음식물의 섭취량과 연관되어 있다면, 설압 저하는 음식물의 섭식-삼킴과 연관되어 있다. 특히 뇌병변을 앓고 있는 돌봄 노인에서의 감소된 설압은 소통과 혀 운동 강화 훈련 적용의 어려움으로 정상으로 되돌리거나 회복시키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설압 저하가 나타나기 전이나 시작되는 시점에서 적절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조기에 설압을 측정하고 그에 따른 강화 훈련이 중요하다. 최근 비교적 쉽게 최대 설압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로 설압측정기 JMS Tongue Pressure Meter-02(TPM-02, GC)가 사용되고 있다. 이는 구강기능 지표 중의 하나인 섭식 삼킴 기능 평가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장비는 혀의 근력 감소에 따른 빈번한 사레, 삼킴 장애 및 오연성 폐렴 등으로 고통을 겪는 노인들의 삼킴 기능 평가에 안성맞춤이다.
왜냐하면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간편한 조작이 가능한 적절한 크기의 장비로 10초 안에 설압을 측정하고, 컴퓨터와 연동하여 측정된 설압 수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설압은 혀 트레이닝 용구인 Peko Panda의 트레이닝 부위를 찌부러뜨릴 수 있는 30kPa 이상을 기준치로 한다. 입원 및 장기요양 노인에서 최대 설압이 30kPa 이상이면 일상적인 식사가 모두 가능하지만, 그 미만에서는 잘게 썬 음식이나 죽을 먹을 수밖에 없는 등의 섭식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혀의 근력 및 압력 강화를 돕기 위해 먼저 Peko Panda를 입 안에 넣고 앞니로 가볍게 물게 한 후 혀 위에 올려진 트레이닝 부위를 혀를 위로 들어올리면서 눌러 찌부러뜨리는 운동을 하루 10분 정도 반복하도록 한다. 이때 사용하는 Peko Panda 트레이닝 부위는 강도(hardness)에 따라 SS, S(Pink, 부드러운), MS Violet(약간 부드러운), M(Green, 보통), H(딱딱한) 등 5종류가 있으나 S, MS, M 세 종류이다. 요약하면 돌봄 노인의 음식 삼킴에 최대 설압 30kPa 이상 유지가 유의미한 요소라는 점이다.
요약하면 혀는 음식 섭취와 관련된 미각기능과 음식 삼킴과 관련된 영양기능 및 의사소통과 관련된 발음기능과 깊숙이 관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돌봄 노인에서의 혀의 이러한 세 가지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이 분명해 보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