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가 지난 9월 정원 50명 규모의 국립 치과대학 설립 추진 계획을 밝혀 치과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과잉 공급으로 이미 몸살을 앓고 있는 치과계의 실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일방적 행보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치과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충북도의 치대 신설 계획은 점차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다. 심지어 이 같은 흐름에 충남도까지 편승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 우려는 더욱더 깊어질 전망이다.
충북도는 지난 7일 ‘충북지역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한 민관정 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때 추진위는 도내 의대정원 확대와 더불어 충북지역 치과대학 설치, 충북대병원 충주분원 건립 등의 목표를 실현하고자 정부와 관계 기관을 상대로 설득을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필수의료인력 부족에 따른 열악한 의료인프라로 충북은 의료공백상태에 처해 있고 이로 인해 서울 대형 5개 병원으로 방문진료하는 환자 수가 점점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도민의 의료 차별해소와 원정진료에 따른 시간, 비용 절감을 위해 의대정원 확대를 통한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충북도의 치대 설립 추진 계획이 타 지역까지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는 데 있다. 충남 공주대학교의 임경호 총장은 지난 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의대뿐 아니라 치대와 약대 신설에도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임 총장은 “치대(신설)의 경우 충남도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 20%를 고려했다. 대부분의 노인은 치과 진료 대상자”라며 “치과 치료 때를 놓치면 삶의 질이 추락한다. 영양 섭취에서 문제가 생기고 위장 질환 등 다른 질병으로 이어진다. 건보 재정 악화 방지 차원에서도 공주대 치대 설치는 가성비 높은 정책 결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지역의 치과 의료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주장이라는 것이 지역 치과계의 입장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충남도 소재 치과의사는 974명, 치과의사 1인당 환자 수는 약 2179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상북도(2570명), 전라남도(2240명)보다 낮은 수치다. 즉, 충남도의 치과 의료 공급 수준은 타 지역과 비교해 오히려 양호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창주 충남지부장은 “현재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필수의료공백 문제는 처우와 환경적 측면에서 접근해야지, 단순히 의사의 양적 증대만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며 “더욱이 치과의사의 경우, 과잉 공급으로 인한 과열 경쟁, 저수가 덤핑이 만성화하고 있다. 정확한 실태와 객관적 근거 파악이 선행하길 바란다”고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