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구강노쇠(VII): 저작능력 감소

시론

구강노쇠는 ‘저작능력감소’와 ‘삼킴기능악화’라는 구강기능장애로 귀결된다. 앞선 시론에서는 ‘저작능력감소’와 관련하여 치아 상실과 기능중인 치아 수의 감소에 따른 교합력 감소, 노쇠와 뇌병변에 따른 혀-입술 근력 약화와 설압 감소를 언급하였다. ‘저작능력감소’란 저작기능과 관련된 인자들이 조화롭게 기능하지 못해 음식을 잘 씹을 수 없는 상태이다. 70세 이상 노인의 1/2 이상에서 틀니 사용에 따른 ‘저작능력감소’ 즉 ‘저작(咀嚼)불편’을 호소한다. 이러한 ‘저작불편’은 음식을 잘 씹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입 밖으로 침이 자꾸 흐르거나 음식이 튀어나오는 등의 삶의 질에도 관여되어 있다. 또 ‘저작불편’은 식사에 대한 부담으로 제때 끼니를 하지 못해 영양부족과 근감소증 및 면역기능저하에 따른 상처회복 지연 등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내몰기도 한다. 따라서 ‘저작능력감소’가 노쇠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번 시론에서는 전신과 관련된 ‘저작능력감소’에 대해 아래의 세가지 측면에서 간략히 언급해 보고자 한다.

 

# 생활 양식과 관련된 ‘저작능력감소’

‘저작능력감소(저작불편)’는 그들의 신체활동, 정신건강 및 구강건강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기혼으로 나이가 들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운동능력 상실에 따른 일상활동의 지장이나 스스로 자기관리를 할 수 없을 때, 각종 신체 통증과 불편감이 존재할수록, 소득과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다소 불안하거나 2주 이상 우울이 지속될수록, 과거 정신상담이나 자살시도(생각) 경험이 있을수록, 지난 1년간 구강검진을 받지 않았거나 말하는 것이 힘들수록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면에 최소 10분 이상 계속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을 때, 4일 이상 걷기와 근력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저작불편이 낮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온 몸의 근육이 조금씩 빠지고 신경도 약해지는 노화가 나타나는데, 이때 저작능력과 관련된 구강근육과 신경도 약해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다수 치아상실은 물론 의치나 임플란트 등 보철에 의한 구강기능 수복이 장기간 이루어지지 않으면 저작능력과 관련된 구강주변 근력은 더 약화되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런 노화나 적절한 구강기능 수복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긴 ‘저작불편’은 식생활 습관의 가벼운 조절로도 상당히 향상됨을 알 수 있다. 앉아서 머리를 약간 숙인 자세로 소량의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것과 이때 젓가락보다는 숟가락이나 포크를 사용하는 것이 ‘저작불편’ 해소에 도움을 준다. 왜냐하면 구강주변 근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거나 젓가락 사용 시 ‘저작불편’이 더 가중되기 때문이다. 또 가능하면 찬물보다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온도의 물을 마시게 하거나 식후 30분 동안 눕지 말고 앉아 있으면서 숟가락 등을 이용한 저작능력 재활운동이나 발음 연습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요약하면 노인의 신체활동과 정신건강 및 구강건강 상태가 그들의 저작능력과 상호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 섭식-영양과 관련된 ‘저작능력감소’

노인의 섭식장애에는 음식을 씹는데 불편함이 있는 저작장애와 저작 후 형성된 음식 덩어리를 잘 삼킬 수 없는 삼킴(연하)장애 및 위의 연동운동 저하에 따른 소화장애가 있다. 국내 노인들의 약 1/2 이상에서 저작장애와 약 1/3 정도에서 연하장애가 나타나는데, 이로 인해 영양결핍이나 탈수, 기관지염이나 흡인성 폐렴 등의 호흡기 질환이 흔히 발생한다는 점이다. 특히 저작능력은 노년기 영양 섭취와 식단 선택에 중요한 요소로서 그들의 전신건강상태를 적절히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이다. 노년기 ‘저작능력감소’에 따른 영양불균형을 나타내는 상태와 기준은 다음과 같다: 고령으로 입원한 경우, 키와 몸무게 및 체질량지수 감소 등 저체중 상태, 위-아래 틀니 착용으로 간식으로 나오는 배, 사과 등 과일마저 씹기 힘들어하면서 배식된 음식의 반 이상을 남기는 등 치아보조식에 의한 총칼로리 섭취량 감소, 상대적으로 침에 의한 소화작용의 약화와 또 씹기 쉬운 음식만을 먹다 보니 채소, 고기 등 영양가 있는 음식 섭취의 어려움으로 영양결핍이나 비타민과 칼륨, 칼슘 등 미세 원소와 수분 부족으로 피부나 머리카락이 건조하고 푸석한 상태, 여기에 뭔가 밥 같지 않은 식사로 인해 끼니를 걸러거나 식후에도 입안이 텁텁하고 위가 더부룩한 상태 등이다. 게다가 혈액검사 상에서 알부민, 총단백질, 헤모글로빈 수치의 감소와 혈액요소질소(BUN) 수치의 증가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노년기 노쇠 예방을 위해 저작능력과 고령친화식품의 개발에 주목하면서 결식(缺食) 우려가 있는 ‘저작능력감소’ 어르신에게 매주 2회 영양죽과 월 1회 유동식을 전달하는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를 진행하는 이유이다.

 

# 노쇠-뇌병변과 관련된 ‘저작능력감소’

역학적으로 ‘저작능력감소’ 노인에서 노쇠 비율은 약 2.7배이며, 여기에 치주질환이 존재하면 1.3배로 증가하고, 영구치 1개 감소 시 3%씩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노쇠 노인에서 ‘저작능력감소’가 건강한 노인의 그것보다 2배 이상이 되는 것으로 보아 ‘저작능력감소’는 노쇠 발생 위험을 알리는 경고등임이 분명하다. 또 ‘저작능력감소’ 노인에서 치매 발생 위험이 높은데, 이는 뇌 혈류 공급의 감소에 따른 학습능력과 해마 및 전두엽의 기능 저하에 따른 기억력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에 임플란트와 보철에 의한 적절한 구강수복으로 ‘저작능력감소’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저작능력이 감소하면 뇌졸중 발생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자신의 어금니를 양쪽 다 꽉 깨물 수 있을 때’를 ‘저작능력군’으로, ‘한쪽만 깨물거나 양쪽 다 깨물 수 없을 때’를 ‘비저작능력군’으로 분류하였을 때, 전기 노인(75세 이하)의 “저작능력군”에서는 ‘비저작능력군’에 비해 뇌졸중 발생률이 2배 이상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치아 상실이 뇌졸중 발생의 독립 위험인자일 뿐만 아니라 치아 2개가 상실될 때마다 관상동맥질환과 뇌졸중 발생 위험이 3% 높아진다고 하였다.

 

2019년 국내 광범위한 국가적인 코호트 연구에서도 치아 상실이 최초(incident) 심근경색증, 심부전, 허혈성 뇌졸중 및 모든 원인의 사망에서 dose-dependent 관계를 보인다고 하였다. 이에 상실된 치아 개수가 의사로 하여금 보다 높은 심혈관 위험을 가진 환자를 감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지표가 된다고 하였다(Lee HJ et al. Tooth Loss Predicts Myocardial Infarction, Heart Failure, Stroke, and Death. J Dent Res. 2019 Feb;98(2):164-170). 설상가상 돌봄 노인의 ‘저작능력감소’는 그들의 뇌병변 위치에 따른 뇌신경(VII, XI, X, XII) 손상에 의한 혀-입술 운동 기능까지 약화됨으로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저작장애로 이행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노인의 ‘저작능력감소’는 그들의 생활양식과 섭식-영양 및 노쇠-뇌병변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에 생의 마지막까지 저작능력 유지와 향상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