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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의료플랫폼 환자 후기 허용 파문 확산

규제 개선방안서 환자 후기 개방 결정 내려
“복지부 가이드라인 내년 중 개정” 예고도
“의료계 의견 배제” 치협, 의협, 한의협 반발

 

국내 최대 온라인 검색 포털인 네이버조차 각종 부작용으로 일부 철수한 리뷰(후기) 서비스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개방하고 나섰다. ‘강남언니’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플랫폼 내 환자 후기 시스템 사용을 공식 허용하겠다는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치과계 등 의료계 의견 수렴이 일절 배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7일 2023년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의료, 자동차검사, 아파트 관리, 천연가스 등 국민 생활 밀접 분야 22건이 개선 대상 항목이며, 이 가운데 의료플랫폼 내 환자 후기 작성 및 공유가 혁신 성장·신산업 활성화 부문에 포함됐다.

 

이에 따르면 공정위는 의료시설 이용 후기를 ▲유·무형의 대가를 조건으로 작성하거나 ▲환자를 유인할 의도를 가지고 특정 의료기관·의사를 특정하거나 ▲일반인의 상식이 아닌 전문적인 의료행위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단순 이용 후기로서 의료광고로 보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실행하고자 공정위는 내년까지 보건복지부와 의료광고가이드라인을 개정하겠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강남언니’와 같은 의료정보 플랫폼 등을 활용한 신산업 성장을 촉진하고,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성 확대로 소비자와 의료기관 간 정보비대칭이 해소돼 의료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의료기관이 주체 아니면 광고가 아니다?

의료시설에 대한 환자의 이용 후기를 개방할 시, 발생 가능한 부작용에 대해 공정위도 일부 문제의식은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 표현의 자유와 건전한 정보 교환을 우선한 결정이라는 것이 공정위 관계자의 부연이다.

 

또 현재 환자 후기와 관련해 발생하는 각종 민원에 대한 응답이나 해석이 사례별로 상이해, 이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의료광고의 주체는 의료시설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환자의 후기는 의료광고에 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계 의견 배제에 대해서는 각 규제 개선 대상 관련 단체와 모두 합의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했다고 전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규제 개선을 할 때는 해당 부서에서 어떤 관련 단체와 논의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며 “이번에 규제 개선 대상이 22건이다. 의료플랫폼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이 많은 것들을 일일이 (논의) 하는 것은 제한이 있다. 관련 단체에서도 민원이나 의견을 내지만 사실 협상이 잘 안 된다. 그래서 정부가 중간에서 국익에 도움이 되고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조정을 해서 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 “공정위 결정은 의료법의 사문화”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치과계 등은 각종 폐해를 예견하고 있다. 이미 리뷰를 수단으로 삼은 마케팅 업체가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양상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일부 마케팅 업체는 지역 맘카페, 카카오톡 단체방 등 커뮤니티를 통해 의료시설 이용 후기 참여자를 모집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후기 작성 완료 시 건당 500~1500원가량의 보상까지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난해에는 모 의료플랫폼에서 리뷰를 등록한 환자에게 블록체인 기반 토큰을 대가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특허 등록 및 운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욱이 공정위가 대표적으로 내세운 ‘강남언니’에서도 지난 6월 거짓 후기를 남긴 환자가 벌금 2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대표인 홍승일 씨는 환자 유인·알선 혐의로 지난해 6월 1심에 이어 올해 7월 2심에서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무엇보다 이번 개선안은 의료법의 실제 효력을 잃게 만드는 사문화라는 비판이다. 의료법 제56조는 환자에 관한 치료경험담 등 소비자로 하여금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는 금지토록 정하고 있는데 공정위의 계획은 이를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치협 등 의료계 3개 단체(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거듭된 반대를 일방적으로 무산시키는 결정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치협 의료광고심의위원회 부위원장인 박찬경 법제이사는 “치협 등 3개 단체는 공정위의 환자 후기 허용 계획에 절대 반대 의견을 피력해 왔다”며 “인터넷의 발달로 다양한 매체 및 플랫폼에서 지금도 의료시장에 큰 부작용을 미치는 실정이지만 경제적 이익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아 적발 및 제재가 어렵다. 그럼에도 복지부의 심의 기준을 조정해 의료기관 이용 후기를 자유롭게 게시하게 하는 것은 해당 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