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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 속 직업의식을 찾아서

Relay Essay 제2590번째

물건 가격이 9900원으로 끝나는 광고를 우리는 자주 접하게 된다. 마트나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프로모션이라는 미명 하에 덤핑처리를 하기 위해 자주 이용되는 방법이다. 쏟아 붓는다는 뜻의 Dump(ing)이란 다른 물건보다 일부러 싸게 팔아 시장을 점유하려고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매력적인 가격에 현혹되어 물건을 구매하게 되고 기업은 이윤 창출과 더불어 인지도 상승에 따른 시장 점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반면 경쟁에서 밀린 동종업계는 자구책을 찾아 나서려고 상품의 질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좇는데 급급할 것이다. 더 높은 수익을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무조건 선택하는 것은 장기적인 비전에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이 자명하지만 그들은 선택한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포털사이트에 경쟁하듯 깜박거리는 *9만원 임플란트 광고를 볼 때면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이 광고를 보고 온 환자들에게 *9만원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며 가격 흥정을 하고 있자면 치과의사로서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실상 임플란트 한 개를 심는 데 재료비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치과의사가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을 수 있겠지만, 임플란트 치료는 잇몸 뼈에 티타늄 소재의 치아뿌리를 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고도의 정밀한 시술이면서 인공치아 제작, 진단, 검사 등이 같이 시행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수술에 필요한 소모품, 고가 장비에 대한 감가상각비, 시술 후 관리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9만원 광고를 보고 찾아온 환자들은 재료의 실제 가격이 얼마인지가 최고의 관심사이며 또 명성 있는 임플란트 브랜드인지 제조국은 국내인지 외국인지 등 치료와는 거리가 먼 질문들을 늘여 놓으며 마치 임플란트 쇼핑이라도 나선 것 같이 행동한다. 
 

합리적인 가격을 맞추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이제는 불편한 진실이 되어버린 언론 보도를 보고 있으면 씁쓸하기만 하다. 필요 없는 치료를 강요하는 일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는 둥 가장 돈이 되는 임플란트는 개수를 늘리기 위해 굳이 뽑지 않아도 되는 치아까지 뽑으라고 권유한다는 둥 일부치과에서의 과잉치료가 마치 전체 치과를 대변하는 행태인 양 보도될 때면 나서서 해명을 해야 하는 것조차 구차하게 느껴진다. 무한 경쟁시대라지만 우리 안의 직업의식과 직업윤리는 사라져 버린 것일까?
 

각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특유의 태도나 도덕관, 가치관을 직업의식이라고 한다. 여기서 도덕관이나 가치관은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것이며,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직업의식의 시작일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의 대가는 환자의 회복에 따른 만족감이며 이것이 의사로서 존재의 가치이자 앞으로 직업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 경영이라면 기업과 병원을 경영하는 것은 그 의미가 비슷한 것이 아닌가? 결국 둘 다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지 않은가? 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절대 아니다. 기업과 병원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 즉 환자를 대할 수 있는 의사는 환자를 대상으로 판매가 아닌 치료를 통해 정상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 가치이고 목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 가치와 목적을 다시 한번 의식하고 우리 안의 직업윤리를 되새겨 사회적 책임을 다 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