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도끼를 잡아본 적이 있었습니다. 학생 때 산골의 민박집에서 땔감을 자르는 걸 보고 따라 했던 기억입니다. 그것 말고는 살면서 도끼를 잡아볼 일이 있을 턱이 없지요. 나무를 베는 평범한 도구인 도끼가 가지는 이미지는 사실 폭력적이고 파괴적입니다. 학생 때 친구를 포함해서 살면서 주변에 ‘도끼’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을 여럿 만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도끼는 뭔가를 파괴하는 의미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변신』 『소송』 『성』 『시골 의사』 등으로 유명한 카프카는 20세기 현대문학에서 중요한 실존주의 작가로 평가됩니다. 제가 카프카의 책을 읽은 이유는 우연히 알게 된 카프카의 글 때문이었습니다.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쓴 편지에 이런 말이 쓰여 있습니다. ‘나는 우리를 깨물고 찌르는 그런 책들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해.’ 이 문장으로 인해 그저 카프카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 이후에는 나를 찌르고 깨뜨리는 책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일종의 강박감이 생긴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책의 역할은 물론 다양합니다. 나를 깨는 도끼가 될 수도 있고 간지럽히는 깃털이 될 수도, 불멍의 모닥불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을 깨는 도끼의 역할이야말로 독서의 가장 중요한 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속한 곳에서 우리는 자칫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좁은 안목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이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현실에 무뎌지는 것입니다. 이럴 때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거울 같은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자신의 내면을 깨뜨리는 방법을 터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좁은 안목, 좁은 세계관, 편협한 마인드로 그저 살게 될 것입니다. 가끔은 도끼를 들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현실 전방위적 일침
모든 의료 주체가 큰 틀에서 해법 찾아야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 돌베개, 2023
의사로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사실 많이 불편합니다. 지금의 현실을 깨닫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자각에 더해져 더욱 현타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속해 있는 의료의 현실을 조금은 더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담론에 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깨뜨려야 할 것이 있다면 도끼를 들어야 하니까요.
저자가 이 책에서 비판하는 대상은 사실 의료에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전방위적입니다. 자본에 종속된 병원, 수익에 눈이 먼 제약회사 및 의료 기업, 전문성을 잃어가는 의사, 왜곡된 시스템을 방치하는 정부, 병의 경중과 상관없이 큰 병원만 선호하는 환자 등 의료 시스템과 관련된 거의 모든 주체를 포괄합니다.
모두 나름의 입장과 논리는 있지만, 각자의 입장만 앞세우다가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시스템으로 고착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큰 틀에서 문제를 살펴보아야 제대로 된 해결책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그런 접근법으로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도끼를 들게 할 수도 있는 대한민국 현대의료 시스템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답이 없다고 소수자의 인권 포기할 수 없어
그들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 실행 분투기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동아시아, 2023
다수를 위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은 보편적입니다. 다수결이라는 것이 마치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것처럼 소수자의 의견을 다수의 관점에서 짓밟는 것을 자주 보면서 자랐습니다. 물론 다수를 지배하는 것은 강력한 소수집단일 수 있습니다. 강한 소수를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편적 다수를 얘기합니다. 어디서나 ‘다수’를 차지하거나 그 속에 속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자의 편에 서려고 하면 힘들 것이라고 만류합니다. 옳고 그름에 문제에 대한 담론은 그 깊이가 부족합니다.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소수자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질문해 온 저자 김승섭이 그간의 연구를 소개하는 공부의 기록이자,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고백하는 분투의 기록입니다.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동자 등 한국 사회에서 지워진 존재들의 고통에 구체적 데이터와 정확한 문장으로 응답하기 위해 그는 “읽고 만나고 부대끼며” 막막한 상황에서도 길을 찾아 분투했습니다.
책에는 과학의 이름으로 소수자에게 낙인을 부여했던 19세기 논문부터 국내 성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최신 연구까지, 풍부한 학술 자료가 적재적소에 소개됩니다. 데이비드 윌리엄스, 캐런 메싱 등 세계적 학자들과 김승섭이 만나 나눈 대화들은 한국 상황을 객관적 시각에서 돌아보게 하며, 그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은 현장감을 더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질문을 포기할 수는 없다.”
문제를 이루고 싶은 목표로, 위기를 성공으로
생각 뒤집기만으로 해결 가능한 전략 제시
『플립 싱킹』 세종, 2023
“그래, 그런데(Yes-but)”를 “그래, 그리고(Yes-and)”로 바꾸라는 말.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긍정적 마인드 세팅에 관한 이야기 같습니다. 긍정에 뒤따라오는 맥빠지는 조건부의 부정은 마치 당연하게 부작용을 미리 알고 있어야 대처를 할 수 있을 듯한 경험 때문인지 늘 우리를 따라다닙니다.
저자는 문제를 ‘단지 아직 형태가 정해지지 않은 욕망’이라고 정의합니다. 불안정하게 형태를 찾아가고 있는 욕구입니다. 문제는 나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을 미리 보여주는 전령이고 새로운 삶의 발견을 위한 디딤돌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한계와 위협을 가능성과 기회로 바꾸는 플립 싱킹의 15개의 전략은 문제를 기회로 바꾸는 비법입니다. 본인의 능력으로는 수습할 수 없는 문제가 닥쳤을 때 ‘의지와 노력’이 아니라 ‘플립 싱킹’, 즉 생각 뒤집기를 하라는 이 말은 세계적인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베르톨트 건스터가 제안하는 창의적이고도 논리적인 사고법입니다.
플립 싱킹은 일, 직장, 인간관계 등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운 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긍정적인 가능성을 찾아내어 이전까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플립 싱킹이 가능해지면 없애버리고 싶은 문제가 이뤄내고 싶은 목표로 뒤바뀌고, 절체절명의 위기가 신나는 성공이 됩니다. 플립 싱킹이 필요 없는 삶을 원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