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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 글쓰기를 마치며 나이 60에 天命을 다시 생각해 본다

박병기 칼럼

2021년 7월 25일 중용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중용 1장은 ‘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脩道之謂敎(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 하늘이 부여한 것을 일러 성(性)이라 하고, 그 性대로 따르는 것을 일러 도(道)라 하고, 道를 닦는 것을 일러 교(敎)라고 한다’로 시작한다.


 공자님께서는 “나이 50에 하늘의 명을 깨닫게 되었다(五十而知天命)”라고 말씀하셨다. 50대 후반 항상 天命(천명)을 가슴에 담고 중용 글쓰기를 하였다. 하늘이 나를 태어나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2021년 초 광주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 준비위원으로 활동한 후 지금은 부위원장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의료사협은 장애와 노환 및 질환으로 인해 병원을 방문하기 힘든 분들을 집으로 방문을 하여 진료를 한다. 의료사협의 주축인 50대 초반 가정의학과 전문의 임원장은 대학 교수라는 안정된 직장을 정리하고 방문 진료를 하고 있는 의료사협을 준비하며 방문진료와 간호, 요양, 호스피스 관련 자료와 책들을 읽었다. 자료를 보며 호스피스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해 9월 어머님께서 임종을 맞이하게 된 것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죽음이 외롭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천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본격적으로 호스피스 죽음과 관련된 책을 구입하여 읽고 정리하고 있다. 


중용 마지막 33장에서는 천명을 이루기 위한 삶의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君子之道 淡而不厭 簡而文 溫而理(군자지도 담이불염 간이문 온이리). 군자의 도는 담백하되 싫증이 나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문채가 있으며, 온화하면서도 다스린다.


淡而不厭(담이불염). 담백하되 싫증이 나지 않고, 우리는 흔히 밥맛이라고 한다. 평생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 맛에 민감하지 않은 필자는 집밥이나 인스턴트밥이나 구분을 하지 못한다. 우리는 오감을 자극하는 화려함에 현혹된다. 오감을 자극하는 화려함은 시간이 지나 처음의 만족을 주지 못하기에 외면 받는다. 아버님께서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하셨던 말씀 중 지금도 가슴에 담고 있는 한마디는 “대인 관계를 할 때는 칼자루는 항상 잡고 있데, 칼날을 쥐고 있는 심정으로 상대와 관계를 하라”고 하셨다. 내가 칼자루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면 상대방은 나를 피하거나 대안을 마련할 것이다. 현 정치상황을 바라보며 아버님의 말씀이 다시 생각난다. 생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과 공기 밥이 오염되어 담백함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는 물과 공기 밥의 담백함을 갈구한다. 


참고) 淡(묽을:담) 형성문자 水(물:수)가 의미부이고 炎(불탈:염)이 소리부로, 타오르는 불에 물이 더해지면 식고 약해진다는 뜻에서 묽고 담백함과 담담함을 그렸다.(한자 어원사전)
淡(묽을:담)이라는 한자는 물을 만나기전에는 炎(불탈:염)이였다. 또한 물과 헤어지면 다시 炎 (불탈:염)할 수 있다. 


簡而文(간이문). 간결하면서도 문채가 있으며, 글은 쓰는 것보다 써진 글을 줄이는 것이 힘들다. 문체와 말이 간결하고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글은 가장 적절한 단어와 문장으로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다. 생각의 지문(저자 이동규, 출판사 클라우드나인)은 두 줄의 글로 저자가 전하고 싶은 생각을 독자에게 말한다. 딸과 아들이 중학교 다니던 시절 아버님에게 자식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아버님께서는 52분간 나를 붙들고 장남인 나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지 설명하지 않으셨다. 단 한마디 ‘네 자식이 그렇게 이쁘냐! 난 내 자식도 이쁘다.’ 그 한마디로 인해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인연에 채워진 수갑의 열쇠가 사라졌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는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 할게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게 없는 상태라고 설파했다. 


참고)簡(대쪽:간): 형성. 竹(대 죽)이 의미부이고 間(사이 간) 이 소리부로, 종이가 없던 시절 글씨를 쓸 수 있도록 대(竹)로 만든 얇은 널빤지를 말한다. 이로부터 책이나 편지라는 뜻이 나왔고, 좁은 대쪽에 글씨를 쓰려면 가능한 줄여 써야 했기에 간략하다.(한자 어원사전)
溫而理(온이리). 온화하면서도 다스린다.


21살 1년간 재수를 하고 치과대학에 입학하였다.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등록금 통지서가 나오면 등록금에 1~2만원을 붙여서 아버님께 말씀드렸다. 아버님은 등록금 통지서도 보지 않으시고 돈을 주셨다. 대학에 입학하고 조선대학교 사진 동아리 ‘한나래’에 가입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줌렌즈가 필요하기에 10만원짜리 렌즈를 외상으로 구입하였다. 등록금을 타면 고등학교 시절처럼 10만원을 붙여서 외상을 갚으려고 했다. 당시 치과대학 등록금이 50만원 정도였을거라 기억한다.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 아버님께서는 등록금이 얼마냐고 물어 보셨다. 고등학교 때처럼 등록금 통지서를 보자는 말씀도 없이 아버님은 60만원을 주셨다. 렌즈가격 10만원을 갚고, 등록금을 내고 집에 들어왔다. 갑자기 아버님께서는 영수증을 보자고 하신다. 순간 엄하신 아버님에게 회초리를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영수증을 보여 드리니 아무말씀 없이 미리 준비하신 10만원 수표를 주신다. 그리고 돈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하시며 방으로 들어가셨다. 등록금 사건 이후로 아버님을 실망 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다. 아버님을 통해 溫(어질:온)의 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참고)溫(어질:온) 원래는 囚(가들 수)와 皿(그릇 명)으로 구성되어 죄수(囚)에게 먹을 것(皿)을 제공하는 행위, 즉 어질다(仁 인)가 원래 뜻이다. 이후 중국에서는 囚가 日(해 일)로 변해 昷(온)이 되었다.(한자 어원사전) 
昷(온)에 心(마음 심)이 붙어 慍(화낼: 온)이 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