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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덤핑’ 원조 치과 ‘폐업 안심’ 공지에 개원가 분노

“폐업 치과 의료진 적었다” 내로남불식 폄하 마케팅 
“타인의 불행 광고 수단 이용 비도덕적” 질타 쏟아져

 

최근 강남에서 낮은 진료비를 내세운 치과 병·의원들의 잇따른 먹튀 폐업으로 환자 다수가 피해를 본 가운데, 저수가 마케팅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강남 A치과가 홈페이지에 자신들의 병원은 안전하니 안심하고 내원하라는 내용의 공지사항을 게재해 주변 치과 원장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는 A치과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초저수가 임플란트를 내세워 치과계에 이른바 ‘저수가 악순환’을 유도한 장본인이자 공격적 마케팅을 일삼아 서울 강남 일대는 물론 다른 지역에서 개원 중인 치과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A치과는 지난 6월 20일 치과 홈페이지에 게재한 ‘안심하고 내원하세요’라는 공지 사항을 통해 “최근 강남 치과 폐업과 진료비 환불 문제로 많은 환자들이 피해를 본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조속한 사건 해결과 피해 회복이 이뤄지길 기원한다”면서 “치과 폐업 사례를 보면, 개원한지 오래 지나지 않았고,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진 수가 2, 3명 정도에 불과한 소규모 치과인 경우가 많다”고 언급, A치과의 병원 규모를 상대적으로 부각시켰다. 


아울러 “내실이 탄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개원 전 꼼꼼한 사전 진단을 거친다. 건물 계약 시 전후 이력 검토는 물론, 인구통계학적 시장 분석 등을 면밀히 진행해 안정적인 운영 구조를 확립한 후 개원한다”면서 폐업 치과에 구조적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특히 A치과는 전국 각지에서 지점을 여러 개 운영, 지점 간 연계를 통해 어떤 경우에도 치료를 마칠 수 있다고 광고하며 폐업 치과의 상황을 자신들의 병원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 “적반하장 마케팅” 주변 개원가 공분
이 같은 광고를 접한 주변 개원가는 A치과의 이기적 태도를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해당 치과의 광고가 마치 다른 치과는 신뢰할 수 없고, 자신들만이 믿을 만한 선택지라는 왜곡된 메시지를 확대 재생산해 장기적으로 치과계 전체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치과를 운영 중인 B원장은 “타 치과 폐업을 광고 수단으로 삼는 것 그 자체로 비도덕적인 행위”라며 “폐업은 어떤 이유에서든 그 치과와 관계된 모든 이들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주는 사건이다. 이를 마케팅 도구로 삼아 자신들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치과 원장 역시 “비윤리적인 광고를 즉각 중단하고, 책임 있는 진료를 통해 환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환자들도 치과 선택 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왜곡된 마케팅 전략이 종국에는 환자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먹튀 치과’로 사회적 이슈가 된 치과들 역시 저수가 방침을 표방하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아 환자 피해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이러한 홍보 전략은 폐업한 치과의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행위일 뿐 아니라 의료 소비자들에게 타 치과는 믿을 수 없고, 자신들만이 유일한 선택지라는 잘못된 신뢰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이는 소비자 오인 소지가 있는 허위 과장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타인의 불행을 이용한 치과 마케팅은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신뢰성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며 “특히 이러한 마케팅을 하는 치과 중에는 저수가를 내세운 불법 의료 광고로 치협에서 시정요청 및 보건소 신고했던 치과도 있다”며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