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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대생 41명 무더기 유급 위기 실습제도 허점 ‘도마 위’

7개 실습 과목서 레지던트 사인 허위 기재 적발
치대 “학생 윤리 의식 고취 교육 더욱 힘쓸 터”
학생 “큰 잘못 인정하나 실습 시스템 개선 필요”

서울 소재 A 치과대학 본과 4학년 41명이 임상 실습 후 레지던트에게 받아야 하는 사인을 허위로 기재해 집단 유급 위기에 처했다. 전례가 드문 대규모 유급 사태라는 점에서 치과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실습제도의 허점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본지 취재 결과 이번 사태는 지난 6월 A 치대 레지던트가 자신의 사인을 허위로 기재한 학생이 있는 것 같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레지던트가 본과 4학년 학생들의 임상 실습 강의에 대한 학점을 부여하기 위해 ‘케이스 북’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를 발견한 것이다. A 치대 임상 실습은 본과생이 레지던트의 진료를 관찰하거나 직접 진료한 뒤 이를 케이스 북에 정리하고 담당 의료진의 사인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상황을 인지한 A 치대는 실습이 이뤄지는 교정과, 치주과, 구강외과, 구강내과, 보존과, 보철과, 소아치과 등 7개과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착수했으며 그 과정에서 85명 중 41명의 학생이 사인을 허위로 기재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치대 측은 적발된 학생 41명의 임상 실습성적을 전원 0점 처리했으며 또 조사 결과 복수 과목에서 부정행위를 한 학생에 대해서는 학내 규정에 따라 징계 절차에 착수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본과생들의 성적 처리 진행 상황을 확인해본 결과 성적 정정 기간이 끝나 41명 전원이 ‘F’를 확정받은 상태다. 해당 치대에서는 1개 과목이라도 F를 받으면 유급에 처하게 돼 있다. 유급 처리와 관련해 치대 관계자는 대학 학사지원팀의 검토를 거쳐 치대의 최종 확인 후 유급 안내가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성적 이관 기간을 고려하면 7월 말 혹은 8월 초 안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A 치대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 학생들이 역량과 인성을 갖춘 치과의사로 성장하는 것은 미래의 환자가 될 국민에 대한 대학의 사명이기도 하다”며 “치과대학은 앞으로 학생들의 윤리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학사를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학생들의 유급이 확정될 시 내년 본과 4학년생들의 수가 1.5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업 진행, 실습 참여 등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우려에 A 치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학교 내 시설 등을 고려해보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실습 케이스 등 임상 현장 점검해야”  
이번 사태를 두고 치과계 일각에서는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문제가 발발한 A 치대뿐 아니라 일부 대학에서도 임상 실습에 있어  학생들이 실습 케이스를 채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과거부터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A 치대에 재학 중인 한 원내생은 “사인을 허위 기재한 점은 당연히 매우 잘못된 행위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장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과도한 리콰이어먼트로 힘들어하는 측면이 있다. 과거부터 이 같은 문제의 개선을 학교 측에 요구했지만,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부분 역시 개선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특히 이번 사태 초기, 사인을 허위로 기재해 문제가 됐던 학생들은 최종 F 처리된 41명보다 더 많은 과반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치과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학생 개인들의 도덕적 일탈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교육·실습 현장 시스템 점검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원내생 시절 실습이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마지막 과정인 만큼 학생들의 윤리 교육뿐 아니라 실습 평가 과정 및 결과에 대한 객관성, 공정성, 효율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식을 접한 한 치과 개원의는 “원내생 시절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그렇다고 잘못된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좋은 의료인이 되려면 스스로 관리를 더 잘해야 한다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며 “학교에서도 경쟁이 심한 치과계에 학생들이 발을 들이기 전 학생들이 올바른 치과의사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허위 기재에 가담하지 않은 A 치대 본과 4학년 30여 명이 치대 측에 적발된 학생들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