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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단상

스펙트럼

1) ‘할 수 있어야 할’ 일이 ‘해야 할’ 일이 되는 순간 전초오류(pre/trans fallacy)가 시작됩니다. 결과가 원인이 되는 오류가 시작됩니다.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은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로 독해되어야 합니다. ‘선 한 일을 행하십시오’는 ‘선한 일을 행할 수 있게 되십시오’로 읽혀야 합니다. ‘양보하고 기다리세요’ 역시 ‘양보하고 기다릴 수 있게 되십시오’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용서하세요’는 ‘용서할 수 있게 되십시오’라는 의미인 것입니다. ‘효도하세요’는 ‘효도할 수 있게 되십시오’입니다.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사랑은 온유합니다. 사랑은 투기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자랑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합니다. 사랑은 성내지 않습니다. 사랑은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믿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바랍니다. 사랑은 모든 것은 견딥니다.’ 

 

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두 ‘그래야 한다’가 아니라 ‘그럴 수 있어야 한다’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그럴 수 있으려면,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스스로 성장해야 합니다. 상대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야 합니다. 세상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야 합니다. 스스로 더 큰 덕(power)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없으면서 그러다 보면 공허해 집니다. 닭 쫒던 개가 되고 맙니다. 좌절하게 되고, 그 순간 신(god)이 요청됩니다. 많은 선량한 가르침이 되려 우리를 공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극히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2) ‘하면 된다’는 말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일단 ‘할 수’ 있어야 이후에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차이를 잘 알아야 합니다.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냥 ‘하면 된다’라고 말하고 맙니다. 그들은 실제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 안 해 본 사람은, 안 되는 사람은 해 봐도 잘 안 됩니다. 할 수 없으니까 안 되는 것입니다. 못 하니까 안 되는 것입니다. 똑같이 했는데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못했기 때문에 안 되는 것입니다. 

 

‘해야 한다’는 말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일단 ‘할 수’ 있어야 해야 할 때 그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차이도 잘 알아야 합니다.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냥 ‘해야 한다’고 말하고 맙니다. 그들은 실제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 안 해 본 사람은, 안 되는 사람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사실인즉슨,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못 하니까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은 전적으로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설명을 들어보면 세상 쉽습니다. 절개하고, 박리하고, 삭제하고, 분리해서, 식립하고, 지혈하고, 세척하고, 봉합하면 됩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좋은 수술을 위해 다만 그렇게 ‘하면 되고’ 또 그렇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절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원하는’ 절개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그렇게 하면 되고 또 그렇게 해야 합니다. 원하는 박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원하는 골삭제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원하는 봉합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수는 싸워서 이기려고 하지만 고수는 이겨놓고 싸운다고 했습니다. 

 

3) 다만 수술을 잘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냥 수술을 잘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내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감히 그럴 수 없는 일입니다. 

 

나는 정교한 사람이 아닌데, 정교한 수술을 할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섬세한 사람이 아닌데, 섬세한 수술을 할 수는 없습니다. 본인이 꼼꼼한 사람이 아닌데, 꼼꼼한 수술을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기술은, 술기는 결국 내가 하는 일입니다. 

 

정교한 절개는, 정교한 내가 할 수 있습니다. 섬세한 박리는, 섬세한 내가 할 수 있습니다. 꼼꼼한 봉합은, 꼼꼼한 내가 할 수 있습니다. 예민한 변화를 포착해 내는 것은, 예민한 내가 비로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못하는 수술을 내가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나에게 없는 능력과 태도가 수술할 때만 발휘되기를 기대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 모두가 정교하고 섬세하고 꼼꼼해야 합니다. 그런 나라야 비로소 정교하고 섬세하고 꼼꼼한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감히 그럴 수 없는 일입니다. 수술을 잘 하려고 하지 말고 수술을 잘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결국, 내가 그것을 할 수 있어야 할 일입니다. 그런 것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