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의 숙원이었던 국립치의학연구원(이하 연구원) 설립의 근거가 되는 법이 제정되고 연구원 유치를 위한 전국 시도지부의 열기가 뜨겁다. 앞으로 설립될 연구원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각계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치과 임상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이윤실 교수(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교실)로부터 국가 연구원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어봤다.
“민간 치의학 산업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나 일반적인 치의학 연구 영역보다는 재원 조달이 쉽지 않은 희귀질환 연구, 사회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구강보건정책을 중심으로 연구원의 역할을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이윤실 교수는 NIH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질환에 대한 진료와 연구가 연계되는 기관, 치의학 연구의 허브 기관으로 일반 연구자들이 쉽게 활용하기 힘든 장비나 연구 공간, 재원 등을 지원하는 중심 센터로서 연구원의 역할을 특정지어 봤다.
이 교수는 NIH 산하 국립 치과·두개안면 연구소(NIDCR)에서 Clinical research fellow로 근무하며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국민 보건 연구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지켜봤다. NIDCR에서는 막대한 국가 재정을 바탕으로 치료가 필요한 치과 희귀질환을 선정한 후 지원자를 모집해 치료하고, 여기서 얻은 임상자료로 관련 연구를 진행한다. 임상연구 참여자에게는 소정의 지원금도 제공된다.
국가 단위에서 보험으로 커버할 수 없는 희귀질환 치료 영역이나 슈퍼버그 등에 관한 연구를 주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는 설명이다. 또 NIH는 각 대학기관이나 병원 등 일선의 연구자들이 지원을 필요로 하는 연구주제를 검토하고 이를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각 보건 분야의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 연구의 방향성을 정하고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국립연구원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이라는 의견이다.
# 고령사회 구강정책 등 사회적 역할 기대
예를 들면 치과의 경우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노인 대상 구강보건정책에 대한 연구 및 정책을 개발하는 데 연구원이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윤실 교수는 연구원이 연구자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고가의 장비와 연구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면 국내 치의학 분야에서 수준 높은 연구 성과들이 많이 나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신의 CT와 3D 프린팅 테스트 장비, 동물실험 시스템, 초고해상도 현미경 등 대학 수준에서 갖추기 힘든 시설과 장비를 연구원에서 갖추고, 이를 필요로 하는 일선 연구자들에게 지원한다면 수준 높은 치의학 연구 성과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교수는 “한국은 이제 각 연구 분야에서 최신 장비를 많이 보유한 국가 중 하나로 국내의 연구·실험장비 구축 수준은 세계적이다. 치의학 분야에서도 이러한 설비 구축이 필요한데, 연구원이 그러한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장비가 최신이 아니면 최신 연구 트렌드를 따라잡기 힘들다. 장비에 따라 논문의 퀄리티, 연구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타 분야 융합 등 연구 영역 넓혀야
특히, 이 교수는 연구원이 치의학 분야뿐 아니라 타 연구 분야와의 융합연구로 지평을 넓혀야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가 현재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뼈 재생 연구. 조골세포안의 미토콘드리아가 뼈 재생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하고 있는데 관련 논문이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표지로 게재되기도 했다. 해당 연구는 치조골 재생 영역뿐 아니라 인체 내 다양한 조직 재생에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 분야의 범위와 한계를 한정하지 않고 과감한 주제 선정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윤실 교수는 “현실적으로 연구원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은 매년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재원의 확보다. 모든 연구기관들의 고민이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