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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스펙트럼

본과 4학년의 11월은 단순하다. 코앞에 놓인 과정평가와 1월의 국가고시의 필기고사를 앞두고는 공부밖에 할 게 없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7시에 눈을 뜨고 8시에 수업을 다녀와서는 책상에 앉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누가 국가고시는 누구나 다 붙는다 했는지, 국가고시에 합격해낸 선배들이 그저 대단할 뿐이다. 시간이 많이 남지도, 그렇다고 아주 코앞도 아닌 시간이어서 그런지, 공부할 건 쌓여 있고 마음은 답답하다. 


조금 쉬어가도 될까 싶어 주말 저녁에 영화를 한 편 틀었다. 고심 끝에 고른 영화는 아니었다. 그냥 무심코 TV를 틀었고, 인사이드 아웃2를 광고하길래 한번 틀어봤다. 인사이드 아웃2는 주인공 라일리가 13세가 되면서, 사춘기를 겪으며 새로운 감정들과 기존의 감정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얘기이다. 1편에서는 기쁨, 슬픔, 버럭, 소심, 까칠이만 있던 감정에서, 불안, 당황, 부러움, 지루함의 감정이 새로 등장했다. 세상에, 이 영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그 창의력과 고찰에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수많은 감정들 속에서, 이번 편의 주인공은 단연코 불안이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수밖에 없을 테다. 온갖 사건 사고의 중심에 있는 “빌런”이지만, 손가락질하기 힘든 캐릭터인 불안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불안이에게 “너 때문에 다 망쳤어”라며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저 부족한 내 모습이기에 꼭 안아주고 싶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작게만 느껴지지만) 그 당시엔 더없이 크게 다가오는 일이 있다. 그 순간을 이겨내가며 내 속에서 일렁이는 감정들과 그렇게 조금씩 만들어지는 내 신념들은 결국 불안이의 말대로 “실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모두가 느껴봤을, 불안에 잠식돼버리는 그 순간들은 결국 그저 실수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기에 그런 것이었다. 요즘 이유없이 계속 답답하고 온갖 나쁜 상상들에 최악의 결말만 걱정했던 내 모습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 안의 감정들 중에 불안이가 제어판을 잡았나보다. 무기력해지는 내 모습이 싫었는데 그 또한 더 잘해내고 싶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힘이 난다. 우연히 본 영화 덕분에 내 불안이도 잠시 멈추고, 라일리의 감정들처럼 내 감정의 제어판을 기쁨이에게 내어 줄 수 있는 틈이 생긴 것 같다.


누구나에게 위로가 될 영화인 것 같다. 잘하고 싶어서 최선을 다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말이다. 실수하지 않으려 애써줘서 고맙고 고생했다고 말해주며, 내 속의 불안이를 꼭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더 크고 밝은 행복들이 나를 지켜주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의 마음속에도 각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불안이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