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 대한 애정을 갖고 아내와 함께 지역 바둑대회 활성화에 30여 년 간 연속성을 갖고 기여해 온 공로를 인정해 준 것 같아 기쁘고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바둑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요즈음 정신 단련, 마음 건강 수련에 최고인 바둑의 저변이 더 확대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김종화 원장(김종화치과의원·전북치대 86졸)이 아내인 곽계순 여사와 함께 지난해 12월 26일 분당 더메리든에서 열린 2024 바둑대상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미추홀배 바둑대회 최강전, 미추홀배 장애인바둑대회, 미추홀배 전국 아마바둑 최강전 등 전국단위 아마추어 대회에 사비를 들여 지원해 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김종화 원장을 만나 그의 바둑인생을 들어봤다.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에 인접한 김 원장의 치과에 들어서면 원장실 뒤로 비밀의 공간이 나타난다. 70여 평의 넓은 공간에 수십여 개의 바둑판이 정렬해 있는 대국장이 나타나는데 그가 운영하고 있는 ‘인천 바둑 발전 연구회’다. 웬만한 기원에 버금가는 이 공간에서는 수시로 지역 기우회들의 모임과 매월 ‘미추홀 바둑리그’가 열리고 있다.
김종화 원장은 “미추홀 바둑리그를 10년 째 운영해 오고 있다. 바둑을 두던 아내에 반해 나도 바둑에 빠져들었고 아내를 따라 정착한 인천에서 지역민들의 바둑 활동에 관심을 두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여러 대회의 운영비와 상금 등의 지원에 매년 4000여 만 원이 드는 것 같다. 내가 치과를 열심히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힘닿는 데까지 더 많은 이들이 바둑을 즐길 수 있게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원장이 바둑에 빠져든 것은 전북치대 재학시절, ‘검은돌 하얀돌’이라는 교내 기우회가 축제 때 연 바둑대회에서 지금의 아내가 된 곽계순 여사를 처음보고 반했던 것에서 시작한다. 당시 수학교육과 재학생으로 기우회 활동을 하고 있던 아내가 대국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반한 것.
김 원장은 “바둑을 잘 두니 다 예뻐 보였고, 바로 결혼까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연애와 바둑이 함께하는 생활이 이어졌고, 심지어 바둑에 빠져 본과 1학년 때 유급을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렇게 아내의 교사 발령지 인천으로 따라와 개원을 한 것이 40여 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 10년 이상 인천바둑협회장 역임
사비 들여 꾸준히 동호인 지원
김 원장은 인천에서 미추홀 기우회 활동, 인천 바둑 치과의사 모임인 ‘아원기우회’ 활동 등을 하며 앞서 언급한 전국 단위의 지역 바둑대회를 지원하는데 힘써왔다. 또 인천바둑협회장을 1993년부터 10년 이상 맡았으며, 인천 경실련 대표도 10년 이상 역임하는 등 지역사회 공헌에 앞장서 왔다.
특히, 김 원장의 활동이 치과계에 알려진 것은 미추홀배 장애인 바둑대회를 통해서다. 김종화 원장 뿐 아니라 인천지부가 함께 지원하고 있는 이 행사는, 앞서 치협도 후원에 나선 바 있다.
김 원장은 “장애인들에게는 단순히 바둑대회를 넘어 바둑을 통해 사회와 연결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소통의 장이다. 치과의사가 만든 대회이니 만큼 치과계의 관심과 지원이 더 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종화 원장의 기력은 프로들에게 2~3점 접어주고 대등하게 두는 ‘아마 6단’의 실력. 아마추어 중에서는 최상위급이다. 아내 관계순 여사의 실력도 아마 5단으로 50세 이후 여류 아마에서는 정상급 실력이다.
김 원장은 “인생은 한판의 바둑과 같다. 바둑에는 포석, 중반, 종반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세상의 이치가 담겨 있다. 좋은 씨를 뿌리고 판을 짜가다 중반에 큰 싸움이 벌어져 승기를 잡아가는 것 같다가도 막판에 지는 것이 바둑”이라며 “합리적 사고와 성격이 차분해 지도록 단련하는 데 바둑만한 것이 없다. 특히, 찌르고 죽이는 것이 다반사인 요즈음 게임과는 다른 ‘고상함’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등산, 조깅 등 신체 운동도 중요하지만 정신건강을 단련하는데 바둑만한 것이 없고 치매예방에도 좋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김 원장은 요즈음도 한국 최강자 ‘신진서’의 바둑을 복기하는 등 고수들의 기보를 복기하며 기력을 유지하는데 힘쓴다.
김종화 원장은 “앞으로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 바둑을 더 많이 보급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며 “져도 이겨도 즐거운 게 바둑이다. 지면 자기책임으로 돌리고 상대에 대한 예의를 다하는 것이 바로 바둑이다. 매력 있게 느껴진다면 바로 바둑 공부를 시작해 보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