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근무하던 치과에서 임대 연장 불가, 퇴거(나가시라는) 공지를 듣고는 머릿속이 하얗게 멍해졌다. 그러나 항상 게으른 나에게 발전의 축복은 변화와 도전을 통해 주어지는 것 같다. 감사하게 성공적으로 인근 새 건물로 이전하였고 이제 반년이 지나간다. 거의 10년 전부터 치과에 신환의 비율은 현저히 낮고 구환 위주로 운영이 되고 있었던 차에 전에 다니시던 분들이 고맙게도 거의 대부분 찾아와 주셨기에, 장소만 변경되었을 뿐, 치과 경영 수입은 거의 평균을 유지하고 있다. 역시 옮긴 곳에서도 개원발(?)은 없고 구환 위주로 치과는 돌아간다.
결론적으로 투자는 새로 하였고 이사하느라 수고는 하였지만, 변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귀결되고 있다. 옮기고 달라진 것은 인테리어, 시설이 새것으로 바뀌었고, 치과 이름도 ‘목적이 이끄는 치과’에서 ‘원치윤치과’로 바뀌었다. 바꿨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는 본인 이름을 걸고 더 진지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목적이 이끄는 치과라는 이름을 내 걸었을 때도 물론 동일한 마음가짐이 있었지만 복잡한 마음을 굳이 드러내자면, 남들에게 내어 보이는 것보다 스스로 내실을 더 다지고 싶었다. 신앙은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도 있어서 빛으로 세상을 비추어야 하나, 먹는 사람 말고는 알 수 없는 소금의 맛도 있어야 한다고 에둘러 말씀드리면 어떨까? 꼭 무료 봉사만 선행은 아니다. 본분에 정직히 충실하여 신뢰 문화를 만들고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치과 가치를 지키는 윤리도 임상 능력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는 머리가 하얗게 된다. 여러 선생님들도 잘 아실 것이다. 차라리 혼자 하는 공부는 하면 되지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그렇지 않다. 마음대로 안 되거나 예상 밖의 상황을 만나면 당황해지고, 겸손해질 수밖에…그리고 기도가 필요하다.
치료할 때도 마찬가지 상황들은 생긴다. 늘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경험이 많고 실력 있는 훌륭한 선생님들은 그런 역경의 빈도가 낮을 수 있고, 의료인으로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완벽한 결과를 목표로 삼고 정진해야 하지만, 실수도 있고, 실패도 생기곤 하는 것이 현실이다. 환자들도 안다. 의사, 치과의사도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100% 보장을 할 수 없지만, 그래서 치과에서 환자와의 관계에서 더 중요한 것은 신뢰 관계 같다. 경험과 실력에 바탕을 둔 치과의사가 성실하게 최선을 다 해 주는 모습을 알게 되면서 신뢰는 쌓여 지는 것 같다.
보철을 할 때 인접면이 헐겁거나 교합이 안 맞으면 고치면 된다. 물론 한 번에 딱 맞으면 좋지만 어쨌든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마음이 편하다. 임플란트 수술할 때 큰 사고 몇 번 있었고 힘들게 마무리한 경험이 없지 않다. 상악동염 온 적도 있었고, 뼈이식 후 열개가 생겨서 전치부에 비심미적 보철로 귀결되어 마무리하는데 애먹은 기억도 있다. 이런 큰 사고를 당하고 나면 그 다음은 반복하지 않도록 정말 온 신경을 다 쓰게 된다. 이런 경험은 평생 한두 번으로 족하다. 이렇게 한 방에 큰 드러나는 부작용도 있고 불가항력적으로 오랜 시간 후 파절로 수명이 끝날 때도 있지만, 조금씩 문제가 나타나며 궁극적으로 임플란트를 실패로 이끄는 임플란트 주위염은 정말 피하고 싶다. 이것 역시 처음부터 잘 하면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임플란트가 치과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치과의사들의 열정과 노력도 이 부분에 많이 집중이 된다. 그 덕분에 30년, 20년, 10년 전보다 계속 발전이 되고 있겠지… 임플란트 주위염–Peri-implant disease(peri-implant mucositis, peri-implantitis). 이제 이것도 극복되어져야 되지 않을까?
환자들과 치료 시작 전 상담을 할 때 목표로 얻을 부분이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핵심은 마음을 얻는 것이다. 무엇이 필요한지 분석하여 최선의 결과를 제시하고 그 과정을 설명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결정하게 만들고, 신청하고 일정을 정하면 그 긴 치과 치료의 여정에 들어가게 된다. 신뢰를 얻지 못하고 시작하면 여정이 순탄할 수 없다. 저자는 개원하고 초기 처음 극소수 상황을 제외하고는 거의 당일 진료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환자에게 충분한 숙고의 기회를 주고 예약을 하고 진행을 해 왔다. 이 과정이 꼭 좋은 것이라고 말하기보다, 이렇게 하였기에 그래도 나름으로는 주치의라는 신뢰의 관계에 바탕을 둔 충성 고객이 쌓인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절대 이 과정에서 치료비가 영향을 주는 것은 경험하지 못하였다. 치료비는 이해의 한 부분일 뿐이지 신뢰 형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다. 거의 20년째 임플란트 수가는 변화가 없다.(소신 있는 책임 진료를 위할 최소의 바탕 아닐까?)
수가 이야기가 나와서 몇 자 나누고자 하는 아픈 마음이 있다. 적은 항상 내부에 있는 것 같다. 과거 공보의가 임플란트 수가 원가는 얼마 안 한다고 하였을 때(임대료, 직원 급여 고려는 있었을까? 카페에서 파는 커피 원가가 120원이라는 어떤 주장이 비난 받는 것과 같은 맥락…) 마음이 아팠고, 뼈이식을 하는 치과의사를 사기꾼이라고 주장할 때(뼈이식이라는 것은 불가능하고 치과의사들의 상술이라는 주장) 마음이 아팠다.(본인이 못하면 본인이 못 한다고 … 수많은 학술지에서 제시되는 사실을…) 그래서 하치조신경 위에 뼈가 2mm 남은 양측 무치악에서 뼈이식과 임플란트 식립 후 거의 10년간 뼈 변화 없이 안정적인 결과를 보인 증례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를 한 것도 이런 마음의 동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난이도 높은 경우보다 평범한 증례에 최선을 다 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손이 절대 느리지 않다.(오히려 빠르다) 그러나 임플란트는 가장 평범한 증례도 온 힘과 정신을 집중해 천천히 해야 한다.(그것을 박리다매처럼 광고하는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 아닐까?)
굳이 말 하지 않아도 잘 아시는 내용이지만, 멋진 결과는 공들여 만들어진다. 평균적으로 추구되는 시술도 있지만, 명품으로 남는 결과도 있다. 상담 후 신뢰를 얻고 나면, 치과의사는 환자 마음을 얻었으니 맘 편하게 시술을 할까? 아니다, 더 많은 마음의 부담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대부분 치과의사의 마음이다. 윤리적으로 치과의사들은 직업상 존중을 받을 여건이 되는 것이, 대부분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시술을 이어 나가기 때문이라고 나는 모든 동료 치과의사들을 옹호한다.
상담할 때 중요한 부분은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절대 과장하지 말고. 따라서, ‘임플란트 역시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있으며, 그래서 꼭 필요할 때 선택해야 하며, 30년, 20년, 10년전과 지금 시술 방법이 달라지고 발전한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따라서 치과의사는 현재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치과의사는 오늘도 열심히 공부한다. 현재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도전은 발전의 밑거름이다.
이렇게 원장을 신뢰하는 환자의 임플란트 결과가 임플란트 주위염으로 뼈가 녹고 염증이 생기는 것을 보게 될 때 또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그리고 임플란트 주위염의 이환율이 얼마라는 보고에는 전혀 위로가 안되고(원래 그런 거야!?), zero bone loss에 도전한다. 그리고 임상 경험을 연마하고 공부하고 그런 결과를 차곡차곡 쌓아 간다. 그리고 이제 많은 치과의사들이 공감하는 바 ‘임플란트는 골유착만큼 연조직과 조화가 중요하며 따라서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임플란트 식립 깊이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었고, 이 주제로 국제 학술지에 논문으로 투고하게 되었고 기도 덕분에 출판되었다. 세월이 지날수록 내 능력은 미천함으로 드러난다. 지금까지 은혜로 살아왔다. 그 분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