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hatGPT에 구강 파노라마 사진을 보내고 이를 분석·진단해달라고 요청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ChatGPT가 엉뚱한 소견을 내보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른다.
최근 치통 탓에 치과를 내원한 30대 환자 A씨는 치과 진료 후 의료진이 보여준 자신의 파노라마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어뒀다. 치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소견이 없다며 정기적 스케일링과 올바른 칫솔질만 권하는 의료진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2주 정도 치통이 심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하니 의아했다. 그래서 구강 사진을 달라고 했다. ChatGPT가 치과적 진단도 해준다고 해서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ChatGPT의 답변을 듣고 의아할 뿐이었다. ChatGPT에 파노라마 사진을 올리고 치통이 있는 위치와 증상 등을 정리해 소견을 묻자 ChatGPT가 매복사랑니로 인한 치주염과 충치, 인접 치아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인한 통증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정작 A씨는 몇 해 전 사랑니를 전부 발치한 상태였으며 치열도 고른 편이었다.
그는 “엉뚱한 답을 하길래 사진에 표시까지 해서 다시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계속 매복사랑니가 문제라고 답변했다. 사랑니를 뺀 지 10년이 다 돼가는데. 심지어 통증을 느낀 부위도 집어내지 못했고, 통증이 없는 다른 곳에 충치와 균열이 있다고 했다. 스케일링 후 양치에 좀 더 신경을 쓰니 지금은 통증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도 있었다. 몇 해 전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60대 환자 B씨는 식립 부위에 통증이 있어 치과에 내원했다. 의료진은 임플란트 주위염이 발생했다며 상부 보철물을 제거 후 치료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B씨는 ChatGPT가 진단도 해준다는 지인의 말이 생각나 자신의 파노라마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어뒀다.
하지만 ChatGPT는 B씨가 시술한 임플란트를 짚어내지 못했다. B씨가 통증이 있는 곳이 임플란트를 한 곳이라고 재차 짚어주자 그제야 임플란트 시술을 알아채기도 했다.
B씨는 “똑똑하다고 해서 한번 시험 삼아 해봤는데 임플란트한 것도 못 알아내면서 청산유수더라. 심지어 임플란트 한 치아가 문제없이 건강하다며 칭찬까지 해줬는데 바로잡아주니 바로 사과하고 또 잘못된 정보를 연신 내놨다”고 전했다.
이 밖에 충치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말에도 ChatGPT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자 치료를 미루다 결국 극심한 통증으로 신경 치료를 받게 된 환자도 있었다.
# 진단 영역 검증 안 돼, 의료진 믿어야
이처럼 최근 ChatGPT가 일반 대중에게 보급화되며 의료진의 진단과 ChatGPT의 진단을 비교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는 정작 의료의 질을 떨어트리는 것은 물론,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를 저해하고, 결국 구강 건강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송인석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대한인공지능치의학회 총무이사)는 “AI 기반 기술을 환자 진료에 사용하려면 식약처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식약처에는 가이드라인이 있으며 임상시험을 통해 승인받아야 하는 절차도 있다. 개인이 자신의 사진을 ChatGPT에 물어볼 수는 있지만, ChatGPT는 의료 분야 인허가를 받거나 진단 영역의 성능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이어 “의사는 의료 면허를 가지고 있고 검증이 된 사람들인 만큼 당연히 치과의사에게 진단을 받고 진료를 받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ChatGPT는 범용적인 목적으로 쓰는 것이지 실제 진료에 특화된 소프트웨어가 아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개발자들 역시 ChatGPT를 통해 환자가 구강 파노라마 사진을 직접 진단해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이미지를 분석하는 기능이 추가되긴 했지만, 국민 대다수가 활용하는 ChatGPT의 경우 치과 사진을 분석하는 데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의료 진단과 관련한 분석은 오류가 클 수 있다”며 “치과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시스템의 경우 구강 파노라마 등 관련 이미지를 바탕으로 딥러닝 된 기술이다. 이는 ChatGPT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기술 발전과 보급이 갈수록 빨라지는 시점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이에 관련 교육이 선행해야 하며, 특히 의료 분야에 있어서는 더욱 각별한 주의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환자가 자신의 진료와 ChatGPT의 소견을 비교했다는 말을 들은 임상가는 “허탈한 마음도 들지만 환자가 자칫 GPT의 소견을 믿고 자신의 구강 상태를 오인해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어 안타까운 마음도 크다. 의료 현장에서 활용가능한 전문 AI가 개발되고 있는 만큼 환자들도 범용 AI와 의료용 AI가 다르다는 걸 분명하게 인지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