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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추천도서 - 그래도 인문학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인문학, 병원을 만나다>저자

 

 

 

 

 

 

치과의사는 손끝으로 일하지만, 마음으로 환자를 만나는 직업입니다. 정밀한 술식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불안한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의 태도입니다. 그래서 임상의의 길을 걷는 우리에게 ‘인문학’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문학은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철학은 생각을, 문학은 감정을, 역사와 사회학은 인간과 공동체를 이해하는 길을 제시합니다. 이런 지적 소양은 진료실 안에서 환자와의 소통에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말투 하나, 설명 방식 하나가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을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요? 우리는 학문적 과정이 아닌, 책 읽기라는 일상 속의 실천으로 충분히 인문학을 삶 속에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책은 언제나 조용히 말을 걸고, 생각할 시간을 건네며, 어느새 나의 시선을 바꾸어 놓습니다. 바쁜 진료 속에서 책을 읽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잠깐의 틈 사이에 한 페이지를 넘기며 나의 태도를 다듬고,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 한 줄의 문장이 진료실을 바꿉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나를 확장시키는 일입니다. 우리가 더 나은 의사가 되고 싶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인문학은 그 길을 안내해 줍니다. 그리고 책은 그 첫걸음이 되어 줍니다.

 

 

검사는 정상인데 환자는 아프다고 호소할 때 어떻게 하나요
인문학적 통찰이 실제 진료 현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제시

『인문학, 병원을 만나다』 루메아, 2026

 

의사는 과학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하는 대상은 병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이 책은 과학의 언어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환자의 아픔을 이해하기 위한 인문학적 시선을 제안합니다.

 

책은 의학의 경계에서 출발합니다. 검사는 정상인데 환자는 아프다고 호소할 때,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문학입니다. 해부학으로는 동일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감정과 사연은 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철학·문학·역사·심리학을 임상 경험과 연결하여 풀어냅니다. 환자의 질문, 거짓말, 불안, 기대, 분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의사의 언어와 감정, 실력과 사과, 속도와 태도에 이르기까지 진료실 속 풍경이 깊이 있게 그려집니다. ‘환자와 의사의 공감과 소통’, ‘의료 환경과 사회적 시선’, ‘의사의 내면과 자기 인식’, ‘의료 인문학과 환자의 이야기’라는 네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책이 단순한 에세이집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인문학적 통찰이 실제 진료 현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촘촘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진료실에서 환자를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눈이 생깁니다. 손끝의 기술만으로는 다 담지 못하는 의사의 마음이, 인문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더욱 깊어집니다.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의사, 진료실에서 인간적인 관계를 고민하는 의료인이라면 이 책을 곁에 두고 오래 음미하길 권합니다.

 

 

우리가 진짜 AI를 보고 있는지 허상에 속고 있는지
AI에 대한 분별력 있는 시선, 한계와 위험성 짚어

『AI 버블이 온다』 윌북, 2025

 

『AI 버블이 온다』는 최근 AI에 쏟아지는 관심과 투자 열풍 속에서, 기술의 실체를 냉정히 짚어주는 책입니다. 단순한 AI 찬양이나 공포를 넘어,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분별력 있는 시선’이 무엇인지 질문합니다.

 

책은 AI를 ‘예측형’과 ‘생성형’으로 나누어 각각의 한계와 위험성을 꼼꼼히 파헤칩니다. 특히 범죄 예측, 의료 진단 등에 사용되는 예측형 AI가 얼마나 신뢰할 수 없는지를 데이터와 사례로 고발합니다. 생성형 AI 역시 마법 같은 도구가 아니라 ‘확률적 언어 생성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기술의 허상에 속지 않고, 진짜 유용한 기술을 구분해내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입니다.

 

이 책은 의사, 정책입안자, 경영자뿐 아니라 기술에 관심 있는 일반인 모두에게 유용한 안내서입니다. ‘AI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대비하는 첫걸음임을 일깨워 줍니다. 진료실에서도 AI를 마주할 기회는 점점 많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계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면,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민담적 상상력과 생태적 서사를 결합
600여 년 파란만장한 한국 민중사 웅장하게 풀어

『할매』 창비, 2025

 

황석영 작가의 이 책은 단순한 나무 이야기로 시작해, 한 그루의 팽나무가 품은 600여 년 한국 민중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를 웅장하게 풀어냅니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작은 새의 죽음과 그 안에 깃든 씨앗 하나. 그것이 뿌리내리고 자라 수호목이 되는 순간,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소설은 한 그루의 나무가 기억하는 역사라는 독창적인 형식을 통해 조선 개국부터 동학혁명, 일제강점기, 해방, 산업화, 새만금 간척사업까지, 각 시대를 살아낸 민초들의 삶과 고난, 그리고 저항을 정교하게 엮어냅니다.

 

작가는 전통적인 민담적 상상력과 생태적 서사를 결합하여, 인간과 자연, 신앙과 현실, 죽음과 재생의 순환 구조를 깊이 있게 성찰합니다. 특히 개발 논리에 밀려 사라져가는 갯벌과 그 속의 생명들을 묘사하는 장면은 생태적 경각심을 일깨우며, 문명 전환기의 인간이 직면한 절박한 질문을 던집니다. 『할매』는 역사의 무게를 끌어안되 절망에 머물지 않습니다. 생명의 끈질김, 연대의 가능성,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 이 작품은, 오늘날 우리가 다시 되찾아야 할 ‘기억’이자 ‘근원’으로서 다가옵니다.